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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메시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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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문화홍보국 [commu] 쪽지 캡슐

2007-02-21 ㅣ No.182

鄭 추기경, 사순메시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복음 1,15)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2007년 1)사순시기(2월21일~4월5일) 맞아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제목의 사순 메시지를 발표했다(全文 첨부).

 

정 추기경은 사순 메시지를 통해 “교회는 고통과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며 “우리 자신과 교회 공동체도 회개하여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는 2)재의 수요일(2007년은 2월 21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2007년은 4월 5일) 전까지를 사순시기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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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순시기(四旬時機) : ‘사순 시기’에서 사순은 본래 40일이라는 뜻으로, 이 기간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 고통을 체험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회개와 보속으로 새롭게 하여 다가올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2007년은 2월 21일)부터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2007년은 4월 5일) 전까지이다. 초대 교회의 부활 축제에는 사순 시기가 들어 있지 않았고 오직 부활 대축일을 중심으로 한 파스카 삼일만이 기념되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로 부활의 참된 준비를 위한 회개와 보속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4세기 말부터는 3주간의 부활 준비 기간이 전례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변화와 발전을 거쳐 7세기에 와서 40일 동안의 재(齋)를 지키는 관습이 정착되기에 이른다.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그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재를 지켰고, 엘리야도 호렙 산에 갈 때 천사가 주는 음식만 먹으며 40일을 걸었으며,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전 40일 동안 단식과 기도를 하셨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인 부활을 제대로 맞이하고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기간을 40일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성서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부활을 준비하는 이 40일에 신앙인은 희생과 극기를 실천하며, 이에 대한 표징으로 금식과 금육을 지킨다. 이러한 희생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드러나야 하므로 일상생활 안에서 구체적인 사랑의 나눔을 통해 완성되어야 한다.

  금식은 만 18세부터 60세까지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2007년은 4월 6일)에 지키며, 모든 육식을 금하는 금육은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대축일이 아닌 모든 금요일과 재의 수요일에 지킨다.

 

2) 재의 수요일[炭] :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로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을 말한다. 이날 교회가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재[炭]의 축성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행하는 데서 재의 수요일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2007년 재의 수요일은 2월 21일이다.



2007년 사순 메시지(全文)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복음 1,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교회에서는 신자들에게 사순 시기 동안 회개의 삶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회개란 '옛 인간을 벗어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에페 4,22-24).

  따라서 사순 시기는 참회와 보속을 통해 공동체와 개인의 신앙생활을 쇄신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사순 시기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데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이신 그리스도를 따르고 닮자는 데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묵상하며 다가올 부활 축제를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우리 신앙인은 머리 위에 재를 받으며 죽음을 묵상합니다. 죽음은 무엇입니까? 죽음은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요 고통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에게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에서 죽음은 오히려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요 인생의 완성입니다. 인간이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창세 3,19)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은 가장 큰 불행인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이야말로 진정한 기쁜 소식입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26).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죽을 수 없고 누구나 예외 없이 죽음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죽음 앞에서 홀로 맞서야 하는 고독과  미지의 세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죽음이 우리에게 이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 줍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 때문입니다. 따라서 죽음의 순간에 인간의 한계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하느님과 일치하게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죽음이야말로 영원한 삶으로 넘어서는 구원의 순간이 됩니다.

  우리가 죽음을 초월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회개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에게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고 하셨습니다. 회개의 삶은 일반적으로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통해서입니다. 우리는 이 사순 시기에 무엇보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기도중에 자신의 양심을 깊이 성찰할 수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성실한 기도는 자연스럽게 단식과 자선으로 연결됩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웃에게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가졌는가 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생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식과 금육도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절약과 절제로 얻어진 대가를 이웃과 나눌 때 비로소 희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고통과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눌 때 소유욕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자선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베푸는 사람에게도 내적인 풍요로움을 안겨 주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회개란 죄를 뉘우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그분께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자신과 교회 공동체도 회개하여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회개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사순 시기는 가장 희망적이고, 위대한 기쁨의 순간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모두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 복음을 믿어, 죽음을 극복하고 생명을 증거하는 은혜로운 사순 시기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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