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골룸바의 일기

스크랩 인쇄

조경희 [tenghong] 쪽지 캡슐

2010-07-10 ㅣ No.57221

저라는 사람의 성격중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잘 참는다' 는 것입니다.
극성스런 언니와 여동생 틈에 끼어서 자라는 내내,
참는것을 배워야만 했고, 나이가 들수록 그 기술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어디에가도 빠지지 않는 참을성을 자랑할 경지에 이르를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점이 나중에는 단점으로 바뀌어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잘도 참다가 결국 어느 한순간,
별것 아닌일로 감정이 폭발을 해버리고 말아버리는것 이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 볼때는,
'아! 나도 정말 참을만큼 참았다. 더는 못참아!' 이지만,
언니와 동생의 입장에서 볼때는,
'쟤 왜저래? 안하던짓 하네? 발끈좀 하지마!' 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의도로 잘도 참아 내었던,
저의 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가족들에게 오만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낙인이 찍혀 버리고만것입니다.
이렇게 억울할때가요...

감정이란 것이 참고 또 참는다고 해서 없어 지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참는다는 것은 언제든 몰아서 한번에 폭발해 버릴수 있는 위험한것 이었습니다.
사람이란게 참는데에는 언제난 그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지 못한 감정은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때그때 풀고 용서를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에서 그 '용서' 라는 공사를 할때에는,
그 기초공사를 반드시 '하느님' 이란 자재를 써야만 합니다.
하느님이 아닌 다른 자재를 쓰게될때,
그것은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고,
모래 위에 큰 나무를 심어 옮기는것과 같습니다.

언제든 조금만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
송두리째 꺾여 쓰러질수 있으며,
조금만 비가 많이 내려도 폭삭 주저앉아 버릴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마찮가지 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삽니다.
그 많은 인연들이 모두다 나와 잘 맞고, 좋은 사람들만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두번다시 얼굴 보고 싶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까지 모두 사랑으로 품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세상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는, 계명을 주셨습니다.
가장 어려운 계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신자들 대부분,
자신있게 '그렇다!' 대답하기는 어려워도,
그럭저럭 소심하게라도 '사랑합니다!' 말할수 있을것 입니다.

그럴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하느님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시며,
하기 싫은 일을 대놓고 시키지도 않으실 뿐더러,
듣기 싫은 소리도 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웃은 다릅니다.
나와 같은 시간속에 살면서 수시로 부딪히고,
삶속에 얽혀 있는것이 바로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웃을 큰 마음으로 무조건 품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일 인가요.

그렇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라 하시기에 앞서,
하느님을 먼저 사랑하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이웃은 곧 내 하느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는데에 있어서,
그 요구사항이 굉장히 크고 분명하다는것 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소심한 '사랑합니다!' 가 아닌,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모든 힘과 정신을 다한,
가장 거침없이 강한 '사랑합니다!!!' 를 원하고 계신것 입니다.

이만큼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이웃을 우리의 몸같이 사랑할수 없음을 하느님은 이미 알고 계신것 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집을 지을때,
기꺼이 당신 스스로가 바닥이 되어 주고자 하십니다.
흔들림 없는 단단하고 견고한 반석이란 자재가 되어 주시기를 원하고 계시는것 입니다.
그 반석 위에 곧 당신의 성령 위에 집을 짓고 흔들림 없이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공사의 기초는 성령의 반석으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위에 짓는 집과 같고,
모래위에 옮겨 심어지는 큰 나무와 같은결과를 가져다 줄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오랜 '참을성'이, 매번 어느 한순간 무너져 내릴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느님을 통한 이해와 용서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참는것이 미덕인줄 알고, 참고 또 참았던 것이지요.
이 속안에서는 마그마가 펄펄 끓고 있는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펄펄 끓는 마그마는 언제 폭발을 해도 하고야 맙니다.
오래 참았을 수록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오는 화산폭발 처럼 말입니다.

저의 참을성 이라는 집은,
모래위에 지어진 집과 같아서,
작은 바람에도 쓰러져 버릴수 밖에 없었던것 이기도 합니다.
결국, 시작은 의로웠으나 그 끝은 아무에게도 쓰임받지 못한채,
쓰러져 버린 모래위의 집 신세가 되어 버린것 입니다.

이제, 내 주님의 단단한 반석위에 새로운 집을 지으려 합니다.
그 어떤 폭풍이 몰아쳐도 끄떡없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집을 말입니다.
내 집의 기초가 내 하느님 이시니,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나도 빠짐없이,
하느님께서 중심이 되실수 밖에 없으시겠지요.
그렇게 되면 내 마음과 목숨을 다하고, 내 모든 힘과 정신을 다한,
하느님께 대한 나의 사랑이 비로소 시작될 것이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수 있는 큰 사람이 될수 있으리라는,
큰 꿈을 품을수 있게 될것입니다.

언젠가는 상처입은 이웃에게 '성령의 기름' '예수님의 피' 로,
그 상처를 치유해 줄수도 있을것 이고,
그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내어 놓고,
아낌없이 자비를 베풀어줄 날도 반드시 오리라...
저는 믿고 또 믿습니다.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루카 10,25-37)

+아멘

 

 

 



670 4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