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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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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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 [ppebble] 쪽지 캡슐

2003-03-26 ㅣ No.8418

 

쨍그랑! 하는 소리에 놀란 아이가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버지가 또 술을 먹고 살림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어머니는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떨며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제 어머니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집안의 가난과 불행이 모두 어머니의 탓인 것처럼…

 

창호지 문틈으로 방을 엿보는 아이의 눈빛은 공포로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이 아이의 온몸을 휩싸고 돌았다.

’쾅!’ 하고 제풀에 못이긴 아버지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술김에 소복히 눈이 쌓인 길을 맨발로 걸어 어디론가 나갔다.
술에 취한 걸음은 비틀 비틀, 하얀 눈위에 자국을 남겼다.
아이는 아버지가 혹 무슨 사고라도 당할까 싶어 아버지의 뒤를 쫓았다.

 

아무도 걷지 않는 눈 위로 두 부자가 걸었다.
멀찌감치 쫓아가던 아들은 아버지가 술집으로 들어가버리자 문밖에서 서성거렸다. 아버지의 왁자한 노래소리가 흘러 나오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뒤따라 오던 아들 생각이 난 아버지가 술집 문을 열어 젖히며 아들을 찾았다.
그런데 멀리 눈 밭에는 한사람만의 발자국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상하다. 따라오는 것 같았는데’’

아버지는 다시 문을 닫으려다 말고 옆을 쳐다보았다.
거기엔 아들이 추위에 떨며 서 있었다.
그 순간 아버지는 크게 후회하게 되었다.
눈 위에 발자국이 하나였던 것은 아들이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자식은 자기 아버지가 밟은 길을 그대로 따라 오는구나.
내 자식에게 비틀거리는 걸음을 따라오게 하다니…"

아버지는 손등으로 굵은 눈물을 훔쳐 내고 있었다.

 



- 좋은생각, 전병숙님(충남 당진군 운산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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