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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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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5-12 ㅣ No.3677

5월 13일 부활 제 7주간 월요일-요한복음 16장 29-33절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불가마>

 

요즘은 요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물레나 가마를 최신식으로 바꾼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아직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도자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흙으로 빚어만든 최초의 형상에 일정한 강도를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불을 땠습니다.

 

그때 당시 떠올랐던 생각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원래 도자기는 흙이었지만 도공의 손을 통해 형상이 갖춰진 다음, 몇 천도나 되는 불가마 속에서 구워진 다음에야 진정한 도자기로 태어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도자기 가마는 생명이 끝나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생명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의 순간도 맞이합니다. 그 순간은 도자기에게 있어서 수 천도나 되는 불가마 속과 같은 순간이겠습니다. 그러나 죽음과도 같이 고되고 지루한 그 고통의 순간은 우리를 사정없이 "무너트리는" 절망의 순간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은총의 순간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큰 위로와 기쁨을 주는 말씀인 듯합니다. 살면 살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는 생각 한가지는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갖은 고통이 우리를 좌절케 하고 실의에 빠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세상살이보다 더 만만치 않은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이자 수도생활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살고자 한다면, 또는 적당히 안주하면서 살고자 한다면 보통사람들과 별반 다름없는 생활이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이나 수도자들에게 주어지는 본래의 사명이나 본질, 목적에 충실하고자 노력할 때, 다시 말해서 문제의식을 지니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갈등과 고민은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수도원도 어떤 의미에서 철저한 세상입니다. 수도공동체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극복되어야 할 숱한 모순들과 부족함들이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그로 인한 갈등이나 좌절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말씀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그분께서는 이 세상의 갖은 고통과 좌절을 몸소 체험하셨지만 결국 이 세상이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셨으며 우리에게도 부단히 이 세상을 견디고 이겨낼 것을, 용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정진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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