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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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 일기105/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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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8-18 ㅣ No.4402

 

       사제관 일기 105  

 

성모승천 대축일.....

사랑하올 하늘엄마의 천상탄일을 맞습니다.

단출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한 오늘의 전례.

복사들도 모두 펑크를 내고,

성가대도 고작 여섯만이 나오고,

미사시작 5분까지도 열 너 댓만이 앉아 있는 빈자리.....

한 명이라도 더 오려나 싶어 성전 앞을 서성이다,

결국 서글픔으로 제단에 오릅니다.

 

메워진 자리보다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보이고,

저희만 크옵고 당신은 더 작아지신 오늘이옵니다.

저희 안에 당신이 임하실 자리조차 없음이 가슴아파

당신의 사제는 제단 앞에서 내내 속울음을 삼켜야 했습니다.

...

어머니, 죄송합니다.

당신을 뵈올 면목조차 없어 그저 고개만 숙이옵니다.

세상을 보며 사는 어리석은 자녀들을 나무라지 마시고,

부덕하고 무능한 이 사제를 먼저 탓하시옵소서.

제가 잘못 가르쳤기에,

저도 못다 살 가르침만 가르쳐왔기에,

먼저 쳐야 할 가슴임을 고백하옵니다.

....

당신 그늘에 살고있다 여겨 첫 번의 아들처럼 자랑삼았지만,

실상 그 품을 떠나 산 당신의 둘째 아들......

제가 바로 그 탕자였음을 이제서 고백드리옵니다.

 

어쩌면, 제가 바로 어머니를 욕보인 첫 번의 주범이옵고,

당신 앞에 번번이 동일한 죄를 지어온 전과자였사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당신이 더 잘 아실 저만의 전과....

이 불량한 영혼도 거두어주시는 당신의 사랑 앞에,

오늘도 당신의 사제는 목놓아 울 수밖에 없습니다.  

.....

사랑하는 이에게 받는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지를 알건만,

저로 하여 오늘도 마음을 다치시는 당신...,

그래서 당신께는 늘 죄인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늘 죄스럽고 부끄럽기만 한데,

차마 곱씹을 수밖에 없는 이 초라함......

.......

어머니.....

모두들 떠나고 없는 불끄진 성전에 홀로 남아,

초라한 신앙의 심지에 불을 밝히옵니다.

이렇듯 당신 전에 부복하며 손 모두어 간절히 청하오니,

뒤를 묻지 마시고, 앞을 여겨달라 눈물로 애청(哀請)하옵니다.

제 영혼의 불량기를 다잡아주시옵고,

당신 마음에 입혀온 상처를 나날이 보속하며 살게 해주시기를 비옵니다.

 

언젠가 당신처럼 하늘 높이높이 그리 날 수 있도록

제 영혼에도 당신의 날개를 달아주시라,

사제의 밤은 이렇게 눈물로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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