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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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관 일기88/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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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7-09 ㅣ No.4056

            사제관 일기 88  

 

어제는 밤늦도록 까지 축제의 향연이 이어졌습니다.

피에스타(FIESTA)를 위해,

대주교님과 총대리신부님을 비롯해, 여러 귀빈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전례는 더없이 황홀했고 아름다웠으며 감동적이었습니다.

제단을 넉넉하게 채워주신 사제들의 자리하며,

성가대의 전례곡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저에게 피에스타 강론의 은혜까지 주셔서,

김대건 신부님의 거룩한 생애와 순교의 얼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휘광이의 칼날 앞에서마저 그처럼 당당한 위용과 기품을 갖추신 성인의 모습을

우리 신자들은 눈물과 감격으로 받들었습니다.   

그리고, 줄곧 더욱 경건하고 진지한 신앙의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미사 내내 이어진 이 감동의 물결.......

그 행복감에 한 사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렇게 미사를 끝낸 자리.......

"뷰리플"로 연방 찬사를 보내는 귀빈들의 극찬을 겸손으로 돌리면서도

본당신부로서 마음 가득 솟구치는 뿌듯함은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본당의 주임신부라는 인사를 받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

일부 예식이 끝나고, 이부의 행사로 축하파티도 준비되었습니다.

맛깔스런 통돼지 바비큐가 잔치의 흥을 돋우고,

싱싱한 회감도 한 상 가득 채워졌습니다.

자리마다 술을 돌리며 웃음을 나누는 정감 어린 모습들....

아이들은 저네들끼리 신이 나 함성을 지르며 몰려다니고,

개들도 한 몫을 거들어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모든 것이 일체가 된 이 완벽한 조화와 일치.....

저는 이를 형용할 단어를 도저히 찾아 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

해거름이 지는 자리, 노을은 시리도록 곱기만 한데,

서로 등을 돌리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행사를 끝내며 단출한 우리만의 자축회를 가졌습니다.

얼마나 마셔댔는지 남은 술마저 다 동이 나버리고,

몇 번씩이나 사제관을 오르내려야 했습니다.

내친 김에 꼼 박아 놓은 양주도 그렇게 다 내놓았습니다.

......

거나하게 취흥이 올라, 누가 기증했다는 노래방 기기를 켜놓고,

우리는 신나게 뽕짝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몇 곡조도 뽑았습니다.

어젯밤 일을 더듬어보니,

더 많이 취했고, 더 많이 까불었고, 더 많이 떠든 것 같습니다.

애써 쌓아왔던 무게를 하루만에 다 무너뜨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무게 없이 논다 하셔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무게 없이 놀고 싶습니다.

잔을 들어 러브 샷도 당기고, 어깨를 걸쳐 함께 큰소리로 노래도 부를 겁니다.

그래서 제일 많이 떠들고, 더 많이 까불 겁니다.   

우리 공동체에 맑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저는 그 웃음을 위해 신부의 품위도 내어놓겠습니다.

............

초대의 교회가 행했다던 삶이 바로 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마다 한 가지씩의 몫으로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있는 장한 이름들...

당신이 계셔 저는 오늘도 행복한 이름의 사제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통해 나날이 더 행복한 모습의 사제로 커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가 완덕을 찾아 성인 같은 사제가 되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당신이 만들어놓으신 공로가 될 것입니다.

바로 당신은 저를 성인으로 키워주실 참 은인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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