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좋은 우리 신부님 안녕히 가세요.

스크랩 인쇄

이옥 [maria3731] 쪽지 캡슐

2002-07-08 ㅣ No.35911

언젠가 우리 신부님에 대한 자랑글을 올렸을 때

어떤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신부님이 자신에 대한 글을 읽으면 기분이 어떠하겠느냐고.

창피해 하실테니 지워버리라고.

 

한참 지나서

신부님께 그 글을 읽어보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그러시더군요.

’나는 콤퓨타 킬 줄도 몰라요.’

 

그 후로도 신부님의 기상천외한 음식발명은 계속되었고

-예를 들어 커다란 통에 비빔밥 재료를 잔뜩 넣고(약20인분쯤)

 ’이건 반드시 맨 손으로 비벼야 한다’며 맨 손으로 퍽퍽 비빈 밥을

 모두에게 하사하셨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봉사자들은 마음 속으로 ’우욱’ 비명을 삼키며

 눈물나게, 배 터지게 먹었죠.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웁"-

여전히 단순하면서도 눈물나게 만드는,

가슴 착하게 쓸어내리게 만드는

강론도 이어졌답니다.

(축구 시합 전의 주일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짝....을 3회 실시하도록 하시고 강론을 하셨죠)

 

굳뉴스 사이트에 들어와 보면

사람들이 가끔 어떤 신부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툭툭 던져 놓고 갑니다. 그리고 그냥 가죠.

그걸 볼 때마다 차라리 우리 신부님처럼 콤퓨타를 킬 줄 모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세상은 반드시 양면이 있다는 것.

햇볕은 반드시 그림자를 친구로 데리고 다닌다는 걸 알텐데

왜 사람들은 햇볕의 눈부심만 요구하고

그림자의 아픔은 보듬어줄 줄 모르는지요.

 

우리는 신부님께 너무 완벽한 인간성을 요구하다 못해

신성까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분이 막달라 마리아의 머리카락에 발을 맡기셨고(여자의 머리카락은 부정함을 상징했죠)

포도주의 기적을 보여달라는 어머니에게 짜증을 부리던 모습,

나자로가 죽자 눈물 흘리는 모습,

밤새 피땀 흘리며 고난의 잔을 두려워 하셨고,

그리고 붉은 피를 흘리며 목마름 속에 죽어가던

정말 인간같던 그 분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하물며 진짜 인간으로 태어나서 예수님을 닮고자 노력하시는 과정 속의

신부님들에게

우리는 왜 그렇게 찬란한 햇볕같은 모습만을 요구하는지요.

문득 문득 보여지는 신부님들의 그림자같은 아픔들을

굳이 신랄하게 파 끼얹지 않아도 될 만큼

그 분들은 인간의 고통을 껴안고 계십니다.

내가 아는 가장 인간적인 예수님처럼 말입니다.r

 

우리 성당 신부님은 아픈 몸으로도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미사집전을 하시는 보습을 보며

몇몇 신자들은 아, 신부님이 아프시구나. 하고 알아챈답니다.

비난을 들으면 혼자 끙끙 앓다가 이겨내시지요.

친근하게 양팔을 벌려 안아주면 곧장 건방지게 굴어버리기 일쑤인 신자들을

허, 참. 한 번 하시고는 다시 안아주신답니다.

군인신부님이기 때문에 나라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군복 입고 열씸히

일년, 또는 이 년에 한번씩 옮겨다니셔야 하구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도 멋지다고 칭찬해 드리면 좋아서 헐헐 웃으시는,

누가 건방지게 굴면 곧장 슬리퍼짝을 벗어들고 팰 듯 치켜들지만

착해 보이는 눈은 계속 웃고 계시죠.

그래서 자랑하고 싶은 신부님이고 기도해 드리고 싶은 신부님이십니다.

 

이제 내일이면 신부님은 우리 성당을 떠나셔서

아주 먼 남쪽 동네로 가신답니다.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그곳 사람들에게 가득 나눠주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세레자 요한 신부님.

안녕히 가세요.

저희 신자들 잊지 마시구요.

그 곳 신자들에게는

부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요리를 맛보게 하심이 어떠하시온지...^^

그리고

건강하세요.



984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