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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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8-28 ㅣ No.7107

 

 

2년전 어느 겨울, 경기도 여주에 내려갔다가 저녁 즈음에야 일이 끝나 간단한 요기라도 할 겸 길가에 차를 세우고 붕어빵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맘 좋게 생기신 할머니가 붕어빵을 굽고 계셨고,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붕어빵 몇개를 게 눈 감추듯 먹다 보니, 아이는 아까부터 들고 있던 붕어빵에 혀끝만 살짝살짝 대고 있었다. 먹기 싫어 그러는줄 알고 "음식은 맛있게 먹어야 한다" 하고는 그 아이의 붕어빵을 집어 뚝 잘라 주면서 "자! 먹고 모자라면 아저씨가 더 사 줄게" 했다. 그러자 아이는 "정말요?" 하더니 그 붕어빵을 단숨에 먹어치우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아저씨! 한 마리만 더 주세요" 한다. 한편으론 귀엽고 한편으론 맹랑하기도 해 씩 웃으며 한마리 건네니 인사를 꾸벅하고는 한걸음에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잠시 뒤, 아까 그 아이가 양옆에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더니 "이 아저씨가 붕어빵 사 주셨어" 하며 인사를 시켰다. 아이는 너무 먹고 싶어 막상 붕어빵을 집어들긴 했지만, 동생들 생각에 그 작은 붕어빵에 침만 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붕어빵 천원어치를 싸 달라고 해 녀석에게 주었다. 고마워 어쩔줄 몰라하는 아이들의 눈은 참으로 맑았다. 그리곤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머님이 "우리 동네 애들 배불리 먹였는데 뭔 돈을 받게쑤" 하신다. 난 "제가 먹은거라도 드려야지요" 하고는 얼른 천원짜리 몇장을 드리고 나왔다. 차에 와 시동을 거는데, 어느새 뒤따라온 할머니가 "집에 가서 애들이랑 드시유. 붕어빵은 찌그러지면 맛없어" 하며 창문으로 곱게 붕어빵을 건네 주셨다. 그날, 난 추운 겨울을 거뜬히 날 수 있는 마음속 난로 하나를 얻은 듯 푸근했다.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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