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그 빈집에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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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matiasb] 쪽지 캡슐

2008-11-25 ㅣ No.40212

 
 
  
 
 
 
 
* 그 빈집에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 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 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 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 타작, 콩 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 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잉”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 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뚤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안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 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집




네 집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 안녕하세요?
11월을 보내는 마지막 월요일은 잘 보내셨나요?
낮게 안개낀 칠봉산 산책길의 새벽 하늘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스산한 갈대잎의 속삭임이 그려지는 그런 아침입니다.
 
아직 가을의 상징, 국화 꽃은 시들지도 않았는데
가을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칠봉산 산등성이를 돌아가고 있네요.

올 가을엔 곱게 물든 단풍 잎 하나를
예쁜 색종이에 싸서 그 누구에겐가 보내고 싶었고,
쓸쓸함도.. 애잔함도.. 얼룩지지 않은 낭만 까지도
아름다움으로 묶어두고 싶었는데 ...
 
어느새
가을과 겨울로 계절이 교차하는 11월의 마지막 주간에 와 버렸네요.

기상청 예보에 목요일쯤 눈이나 비가 오고나면  작은추위가 온다고 하니
때때로 포근한 날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 아침, 조금씩 불어오는 찬바람에 앙상이 남아있는 나무가지에는
쓸쓸함과 스산함이 함께함은 자연의 순리라 어쩔 수가 없네요.

사랑하는 형제,자매님~!!!
 
우리들의 삶의 일상도 여러 일 들이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 마음으로 늘 아쉬움만 마음에 남겨 지게 되지요
시간은 항상 후회와 아쉬움만 남겨두고 너무 빨리 흘러 가는 것 같네요

11월도 며칠지나면 마지막 달을 맞이하지요.
이제는 이 해의 마무리도 서서히 해야겠네요.

사랑과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형제,자매님~!!!
 
오늘 올린 아름다운 글은 김용택님의 <강가에서>란 글을 모셔왔고,
 배경음악은 ♪ 쇼팽의 연습곡중 <이별곡>을 담아 봤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활기차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 드립니다.
(ma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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