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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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프란치스코님의 작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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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0-07 ㅣ No.1864

  90년대초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후버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입니다. 미래를 바라보며 좋은 사회,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부, 나와 우리가 함께하는 사랑의 공동체, 등등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보고, 듣고, 토론하며 연구생활을 하며 지내던 때입니다.  대학교의 교수분, 연구소의 학자들 뿐만 아니라 동포사회의 인사들과도 이들에 관한 여러가지 애기를 자주 나누곤 했었읍니다.  

 

  그 중에서도 산호세 한인천주교회에서 형제애를 나누었던 강프란치스코님과는 짧은 기간의 만남이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그분은 평소 사랑과 정의와 진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삶을 사셨고, 피아노 반주와 유모어를 취미생활로 무척 즐겨하시던 분이었읍니다.  구역모임 때가 되면 그분의 반주에 맞춰 우리는 복음성가로 찬미를 드렸고, 회합이 끝나면 둘러앉아 그분의 익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두가 폭소를 터트리곤 했었읍니다.

 

  제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던 날, 그분은 제에게 "오늘 비행기를 놓치더라도 우리집에 꼭 들러야 한다"고 하시길래 공항가는 길에 찾아뵈었을때 작은 선물을 건네주시었습니다.   기내에서 펼쳐보니 22k로 도금한 볼팬과 정성스레 쓴 편지 한장 이었지요.

 

"요한씨에게.

 

  현재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거짓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아픔만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읍니다.  모두가 자기만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때론 깊은 고뇌에 빠져 버릴때도 있읍니다.

 

  부디 한국에 가시거던 큰 것과 바른 것을 위해 한톨의 씨가 되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비된 양심을 가지고 진흙덩이 속에서 싸우는 개들처럼 추잡한 작태로 싸움하고 있읍니다.  남의 나라에 적을 담고 사는 한국인으로 정말 부끄러울 뿐입니다.  우리의 부끄러움은 "삼풍의 붕괴", "성수대교의 붕괴", "대구의 가스폭발"이 아니라, 정치하는 이들이 남의 나라 정치인들에 비추어 비웃음과 깔봄을 당하는 그런 것들 입니다.

 

  부디 내일 그만 두시더라도 한점 부끄러움 없는 일에 헌신 하시길 빌며, 하찮은 이 선물은 요한씨께서 집무 하실때 바른 일만을 결재하기 위한 문건에 싸인하시길 빌며, 헤어지는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9/2/95

                                    강 Francisco 드림"

 

  이렇게도 잊을 수 없는 석별의 정을 남기셨던 프란치스코 형제님, 그렇게도 기쁘게, 늘 기도하며, 항상 감사하는 삶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요?)을 사셨던 그 분은 2년전 간암으로 회갑을 갖 넘기시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읍니다.    이제는 그분의 유품이 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이 정성어린 선물과 남기신 글월은 공직의 길을 걷고 있는 저에게 늘 경종을 울려주는 교훈이며  우리 모두에겐 큰 가르침이라 생각되어 여기 "따뜻한 이야기"에 띄워 드립니다.  함께 기도합시다. 주님 강프란치스코의 영혼에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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