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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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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1-03-26 ㅣ No.3149

-소녀들 대개가 학교를 중퇴-라는 부연 설명을 단 "스페인 계의 근심의 꼬리표"라는 제하의  3월 25일자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미국에서 소수 민족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 소녀들이 학교를 중퇴하는 비율이 흑인소녀의 자퇴비율 13 퍼센트, 백인소녀 자퇴비율 6.9%보다 훨씬 높은 2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의 통계자료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오래 전에 잊어버린 "마리아"라는 나의 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페인 혈통의 마리아를 알게 된 것은 딸애가 미국 코네티컷 주 "미들타운"이라는 작은 도

시에  있는 "웨슬리언" 대학의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내 딸과 마리아가 잔디 기숙사를 함께

사용하게되면서부터다.

 

주말이 되면 아내와 나는 아내가 정성껏  만든 잡채와 김밥을 가지고 "롱아일랜드"의 집에

서 "와이트 스톤" 브릿지를 지나 약 2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딸애의 기숙사를 방문하여 마

리아를 포함한 동급생들에게 한국 음식을 가끔 맛보여주곤 하였다. 고맙게도 "마리아"나 친

구들 모두, 특히 까다로운 백인 친구들도 정말 맛있게 잘 먹어 주었다 .

 

1991년 5월 말  2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날, 아내와 나는 딸애를 데리러 딸애의 학교로

갔다.  딸애의 방에 들어서자 짐을 가득 담은 큰 가방 3개가 놓여있었다.

딸애는 "마리아"가 학교를 그만 두고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미국대학 경제학과 중 서열 1위인 "웨슬리언"을 중퇴하는 이유는 아마 학비 또는 성적에 문

제가 있었을 것이다.  다소 슬픈 표정으로 "마리아"는 고향인 택사스 주 휴스톤으로 간다고

말했다.

 

우리 집과는 방향이 다르지만 가는 길에 뉴욕의 42번 가에 위치하고 있는 "포트 어소러티

버스 터미널"까지 편승시켜 달라고 하였다.

가방 하나의 무게가 아마 30Kg 정도가 되는 가방 3개를 "스테이션 웨이건"에 싣고, 아내와

나, 그리고 딸애와 "마리아"는 함께 뉴욕의 번화가인 42번 가의 버스터미널 입구에 도착하

였다. 그리고 "마리아"와 무거운 가방 3개를 내려놓고, "마리아"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아마 일생 중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는 이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날 버스 터미널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가방 3개를 바라보며, 홀로 서 있던 "마리아"가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머리에서 맴돌며 나를 괴롭혔다.

"버스 터미널" 주변에는 주차할 공간도 없고, "파킹 미터"(동전을 넣어 주차)도 없는 상황에서, 난들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았느냐고, 자신의 무정한 행위를 합리화 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물어보는 양심의 소리를 물리칠 수 없었다. "만약 네 딸애였다면 감당할 수 없는 가방을 3개씩이나 가지고 멀리 떠나는 딸애를 홀로 버스 터미널에 팽개치고 돌아설 수 있었겠느냐?"라는 나무람의 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주차문제가 있었더라도 "마리아"가 우리 애였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여, 먼 길을 떠나는 내 딸애의 여정이 평안할 수 있도록 무거운 짐을 버스에 실은 후, 딸애가 탄 버스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을 것이다.

 

바쁜 생활에 쫓기고 날들이  흘러감에 따라  "마리아"와 관련한 그날의 가슴 아픈 기억은

아주 잊혀져 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그날의 "마리아"를 다시 연상시켰다.

지금 다시 그 잘못을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이 마음을 "마리아"에게 전할 길도 없다.

이미 과거속에 묻혀버린 어쩔 수 없는 나의 잘못에 대한 부질없는 회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차가운 행위와 이 부끄러운 잘못을 "따뜻한 이야기"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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