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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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수 형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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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숙동 [andre5011] 쪽지 캡슐

2003-05-16 ㅣ No.52246

자녀의 첫영성체 문제로 상처를 받은 형제님께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비슷한 문제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형제님의 욱하는 마음이 절실히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제가 문제를 처리한 방향은 형제님과는 정반대였고, 지금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경험을 참고로 좀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 딸아이가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으니,형제님보다는 제가 좀 나이가 더 들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어쨌든,1년쯤 전에 대학 2학년인 딸아이가 밤중에 울면서 전화를 해 왔어요.

그때 저는 가족과 떨어져서 대전 쪽에 근무하고 있는 주말 부부였습니다.

딸아이 얘기인 즉슨,본당 신부님께서 첫 영성체 교리를 주일학교 교사들이 하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예"하고 대답해 놓고 생각하니 수녀님이 하실 일인데 싶어,수녀님께 찾아가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수녀님 어떻게 해요?하고 여쭈었다가 뒤지게 혼났다는 겁니다. 수도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할 정도로 심한 말씀도 하셨다는 거지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않되더라고요.더구나,수녀님은 6순을 바라 보는 연세 지긋하신 분이신데...  

제가 수녀님이 그러실리 있느냐면서 다시 한번 잘 말씀을 드려 보라고 했더니, 딸아이가 아빠는 딸얘기는 않듣고 수녀님 편만 더든다면서 더욱 섪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전후 사정을 들어 보니,참 난감하더라고요. 아무 잘못이 없는 어린아이가 성당문제로 상처를 받을만큼, 감정대립을 하고 있는 신부님과 수녀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그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20여년이상 좋은 신앙을 키워 온 딸아이에게 삶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교훈을 스스로 배우게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딸아이에게 대강 이렇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첫 영성체 교리는 성당에서 중요한 일이고,수녀님이 맡아서 하시는 것이 맞다.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데는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다.일단은 수녀님께 다시 찾아가서 교리를 맡으시도록 상의드려라.수녀님이 무서우면 주일학교 교사 여러명이 함께 찾아뵈면 될 것 아니냐.그래도 수녀님이 거절하시면 최종 결정은 신부님 말씀에 따라라.다만,이번 일로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미워하거나 욕하지는 말아라.성직자나 수도자의 길은 아무나 걷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기에 신부님,수녀님에게도 말못하는 사연이 있으실 수 있다.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뒤에도 복잡한 일들이 있었습니다만,딸아이는 신부님,수녀님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지금은 딸아이가 훨씬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을 많이 느낍니다.

왜냐하면,금년초에 딸아이가 한일 가톨릭 청소년 교류 모임의 책임자로 일했는데,어른인 제가 봐도 많은 난관들이 있었음에도 한마디 불평없이 잘 해결해 나가더군요.

끝나고 나서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많은 오해와 섭섭한 일들이 있었지만 지난번 성당 일을 생각하니 하찮은 일에 불과하고 오히려 많은 것을 여유를 갖고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요즈음 저는 첫 영성체와 관련한 딸아이의 시련이 주님이 주신 은총이 아니었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백만수 형제님!

긴 인생길에서 보면,첫 영성체를 한두해 먼저 하느냐 늦게 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에 올바른 신앙을 심어 주는 것이 겠지요.

제가 걱정되는 것은 형제님이 신부님을 폄하하고 욕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신앙은 주님 안에서 어떠한 어려움도 이해하고 또 이겨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한계도 있으며 잘못을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주님께서 형제님의 지금행동을 잘하는 것이라고 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옛 얘기를 한번쯤 새겨 봤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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