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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신앙공동체의 토론문화와 게시판문화의 발전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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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2-11-14 ㅣ No.43463

 

                신앙공동체의 토론문화와 게시판문화의 발전을 빌며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먼저, ’가톨릭 굿뉴스’ 자유게시판을 애용하시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의 영육간의 건강을 빕니다.

 

 지난주 토요일(9일) 현명환 형제님께 답글을 드리면서, 요즘의 제 바쁜 사정에 대한 말씀과 함께 최근의 제 글로 인한 ’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글을 2, 3일 후에 올리겠다고 했던 약속을 일찍 실행하지 못하여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벌써 5일이나 경과하고 있는 시점이니, 여기에서도 시간의 빠름을 절감하며 무안함도 함께 느낍니다.

 

 저는 요즘 올 일년을 통틀어 가장 바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회장’의 짐을 지고 있는 두 문학단체(태안문학회, 충남소설가협회)의 작품집(태안문학, 소설충청)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이래수문학비 건립 10주년 기념 2002 태안문학 대축전》이라는 이름의 큰 행사를 준비하는 일로 그야말로 동분서주를 하고 있습니다.

 

 돈 만드는 일까지 병행해야 하고 소소하게 신경 쓰는 일이 한도 끝도 없는 책 만드는 일의 어려움은, 이런 일이 꼭 필요한가라는 회의와 자괴감을 늘 갖게 만들지요. 여기에다가 문학강연, 백일장, 시낭송과 노래, 문학기행 등으로 이틀 동안 펼쳐지는 우리 고장 초유의 대규모 문학행사를 기획, 준비하려니 이 시대에 이런 일들을 할 필요가 있는가, 도대체 이게 무슨 고생인가라는 생각이 더욱 저를 힘들게 하더군요.

 

 고향에 머물러 사는 죄로 이런 일을 하면서 이재도 형제님의 옳은 지적을 종종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형제님께서 저에 대해 ’유명하지도 못한 작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신 표현들은 실로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가로서 이 나이에 이르도록 별로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제 능력의 한계에 대한 울울창창한 고뇌와 절망이야 제가 늘 끌어안고 사는 것이지만, 요즘엔 그것이 좀더 실감되고 확인되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요즘 제 생활이 그렇습니다. 어제는 출판사에 볼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 왔는데(서해안고속도로 덕분에 저녁 8시까지 태안행 버스가 있어서 참 좋더군요), 오늘은 세상없어도 어느 잡지에 나갈 80매의 글을 써야 합니다. 그 작업을 하기에 앞서 우선 이 굿 뉴스 게시판 작업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양대동 이재도 형제님께 사과를 드리고자 합니다. 두 분께 대한 내 딸아이의 글은 어른들께 대한 예의가 아니었음을 우리 가족 모두 인정하고, 이 점을 가족 모두 반성합니다.

 

 그리고, 결국 딸아이가 대표로 ’총대’를 멘 셈이 되었지만, 내 딸아이의 글에는 가족 모두의 ’공분’이 결부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 ’공분’이라는 표현이 참 부적절하고 또 한번 죄송스럽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너무도 확실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려면 우리 가정의 독특한(?) 분위기를 좀 소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군요.

 

 우리 집은 23평의 연립주택이랍니다. 책이 너무 많아서 거실도 좁은 편인데, 컴퓨터가 거실에 있습니다. 기도상(祈禱床)과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에서 다섯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많이 갖습니다. 좁은 집의 좁은 거실에서 가족들이 서로 옴당겨앉아 생활하니 가족간의 정이 더욱 두터워지리라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가족 한 사람의 일이 쉽사리 가족 모두의 관심사가 되거나 화제가 되곤 하는 것은 정말 하느님의 은총일 것도 같습니다.

 

 팔순이 다 되신 제 노모님도 컴퓨터 접촉을 자주 하십니다. 컴퓨터를 다루시지는 못하지만, 관심이 많으셔서 미국의 딸들에게서 오는 메일도 읽으시고, 아들의 글을 읽으시는 때도 있습니다. 나는 내 글들을 어머니께 많이 읽어 드리는데, 특히 우리 가정이나 가족에 관한 글들은 꼭꼭 읽어 드립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쓴 글을 들으시면서 흐뭇한 미소를 많이 지으시곤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는 학교에서 점심 시간이나 방과후에 컴퓨터 사용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교실마다 컴퓨터 있어서 좋고, 1학년 담임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하더군요. 거의 매일같이 굿 뉴스 게시판에 들어와서 꽤 많은 글들을 읽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날은 기말 시험을 치르는 딸아이가 오후에 일찍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딸아이가 집에 일찍 온 것이 어쩌면 그 사건의 발단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저는 신앙인의 바른 자세를 생각해 봅니다. 가족간의 의견 교환이나 가족들의 화제와 관심사 공유는 바람직한 것일 수 있지만, 그리고 정의감에 기초하는 ’의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그 가정의 품성과도 연결되는 좋은 일이지만, 어떤 사람들에 대한, 더욱이 신앙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갖는다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일 듯싶습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가족들에게 (노모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공분을 갖도록 유도했던 저의 처신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실책을 저는 크게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아울러 어린 딸아이에게 결과적으로 과중한 짐을 지운 것을 반성하며, 양대동 이재도 두 분 형제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내 딸아이에 대한 게시판의 여러 가지 반응들을 그 당시는 아이의 기말시험 기간이라서 아이에게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부터는 시험을 보고서도 아이가 다시 ’야자’를 하게 돼서 그것은 용이한 일이기도 했고…. 그리고 시험이 끝난 다음에야 아이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내 글에 대한 모든 답글들을, 나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글들도 알뜰히 토씨와 부호까지 바로잡고 정리해서 내 홈페이지의 ’독자의견게시판’에 올려놓곤 합니다. 내 글에 관한 것이니 일단은 고맙게 여기는 뜻이기도 하고, 관심 갖고 보시는 분들께 최대한의 다양한 참고거리들을 제공해 드리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딸아이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더군요. 아이는 이미 사이버상의 속성을 잘 체득하고 있는 터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청소년 대상 종교 관련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개신교 신자 아이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기도 한 아이는 이미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에도 익숙해져 있고 면역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아빠의 반성 부분을 잘 설명해 주었고 충분히 이해시켜 주었습니다. 이 대목과 관련해서는 제 딸아이와 우리 가족의 상처를 염려해 주신 지현정 자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가족은 동생네 가족과도 한 식구처럼 지냅니다. 비교적 자주 외식도 함께 하고, 많은 화제와 괸심사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제수씨와도 자주 의견 교환을 하며 삽니다. 나는 요즘도 계속 일주일에 한 번씩 해미성지의 4수(四水: 생수 육수 약수 성수)를 길어다가 열 다섯 집과 나누어먹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와 제수씨가 교대로 동행을 해줍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번갈아 운전 실습을 하는 거지요. 해미성지 70리 길을 함께 가고 오면서 제수씨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거지요.

 

 우리 가족이 겪은 이번의 일을 통해 우리 가족은 다시 한번 신앙인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전후좌우 사정을 다 살피고 따지자면, 즉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남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가족이 깊이 반성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기로 했습니다.

 

 제 딸아이에 대해 아무런 노여움을 표하지 않으신 양대동 형제님께 감사하며, 이재도 형제님께 위로를 드립니다. 이재도 형제님께서 이 게시판을 떠나시겠다고 하신 말씀을 거두시고,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신앙공동체의 덕목을 살피고 키우고 꽃피우는 일에 한 몫을 다해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사안에 있어서 서로 의견이 갈리고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앙공동체의 일원이며 한 지체들입니다. 우리 가운데는 늘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신앙공동체 안의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지 누가 압니까. 언젠가 송동헌 형제님도  말씀하셨지요. "우리가 언젠가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서로 만날 수도 있는 처지이니, 얼굴 마주 보고 말하듯이 하자"는 말씀…. 정말 좋은 말씀으로 기억됩니다. 비록 게시판 안의 형제 자매일 망정 바로 앞에 있는 사람 대하듯 말하는 자세가 우리에게는 참으로 필요할 듯싶습니다.  

 

 저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자고 하시는 구본중 형제님의 제언은 너무 패배적인 생각이라고 보며, 즐겁게 정치 얘기를 하자고 하신 신인숙 님의 말씀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것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희망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여기가 자유게시판인 이상 누구라도 정치 얘기를 할 수 있고, 아무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치가 우리 삶의 일부인 이상, 정치 얘기를 누구라도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게 하는 것이 좋은 세상이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신앙인답게 모범적으로 토론문화와 게시판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누가 정치 얘기를 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 그런 글을 쓰고 올리는 행위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인신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 글이 지니고 있는 맹점이나 잘못된 점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자신의 의견이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옳고 좋은 점을 제시하는 식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도 우리는 스포츠의 미덕을 응용하거나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스포츠 경기처럼 룰을 지키고 존중하면서 파인플레이 하듯이 자기 생각을 좋은 말로 표현하고 의견을 나누고 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이 가톨릭 굿 뉴스 게시판을 드나드는 우리 모두에게는 그리스도 신자로서 ’말의 미덕’을 서로 배우고 키워 가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다시 말해 토론문화와 게시판문화를 발전시켜 가야 할 소명을 안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스도 신자라면 당연히 간직하고 나가야 할 이 소명과 책무는 상대뿐만 아니라 게시판 가족 모두를 존중하는 ’예의’에 달려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그 예의를 가능케 하고 지켜 주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신앙심에서 연유한다고 보고요.

 

 저의 최근 글과 관련하여 쓰신 황미숙 자매님의 글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말이 불현듯 떠오르는군요. "누구의 글을  읽을 때마다 주장이나 의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글쓰신 분의 마음을 읽고자 하고 그 마음을 알려고 노력한다"는 말씀….

 

 그 말씀의 소중한 뜻을 늘 되새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더욱 그렇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이 굿 뉴스 게시판에 제 글을 올리는 일은 자제하려고 합니다. 이번의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심려를 끼쳐 드린 여러분께 사과하는 뜻에서입니다. 지금은 아예 이 게시판을 따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가족들의 의견일치가 필요한 일일 듯싶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번 주일(17일) 저녁에 또 한번 가족 외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제 딸아이의 생일(17일)과 제 동생의 생일(18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갖는 외식이지요. 그 자리에서 제가 굿 뉴스 게시판에 계속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볼 생각입니다. 요즘 제 아내가 인터넷에 과도하게 시간을 쓰고 있는 제게 몹시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당분간 자중하는 의미로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그 동안 제 글을 관심과 애정으로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를 격려하는 글이든 비판하는 글이든 관심을 표해 주신 모든 분들께 똑같이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여러분 모두의 삶이 알차고 보람되기를 빕니다.

 

 

 11/14

 충남 태안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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