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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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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1-01 ㅣ No.2000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죽음의 고비를 맞은 경험이 몇 차례씩 있을 줄 압니다. 저 역시 네 차례나 어려운 사경을 맞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 저의 삶을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리며 지난날의 어려웠던 찰나를 따뜻한 이야기에 담고자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은 6.25 동란이 끝난 직후라 가난과 질병으로 고난을 겪던 시절이었습니다. 의료 시설도 없는 산골에서 자라다가 초등학교 2학년때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두달동안 몹시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달가량 병석에 누워있고 보니 담임 선생님과 짝궁이 무척 보고싶었고 공부도 뒤진다는 걱정에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에 나갔다가 그만 쓰러져 버렸습니다.  보건소도 없는 벽촌이라 담임이셨던 K 선생님께서는 무척이나  안스레 하시고 당황 하시던 모습이 회상됩니다.  그 후 다시 한달을 더 앓아 누웠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방안으로 스며들 무렵  창문을 열고 보니 앞 마당에 있는 감나무 가지에서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하는 연초록 새싹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싹의 그 생기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느님이 계시다면 나도 저 새싹처럼 다시 생기 돋아 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어요."라고 조용히 소망을 아뢴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엔 몸에 발진이 몹시 심하여 고통을 겪었습니다. 닷새만에 한번서는 어느 장날, 보건소에 계시는 의사 선생님의 순회진료가 있다길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갔었지요.  그런데 주사를 한대 맞고나니 현기증이 났고, 이내 쓰러지면서 모기만한 음성으로 "저는 죽으면 안돼요"라는 말만 남기고 넘어졌답니다. 의사의 응급처치의 덕분인지 다시 소생하였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내가 깨어났을때 제 얼굴을 쓰다듬으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반겨 하시었습니다.

 

  중등학교 3학년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던 첫 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청소를 하다가 고열로 조퇴를 한 기억이 납니다. 삼일열에 걸렸던 모양 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는 일 킬로미터도 안되는 거리였는데,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도 멀게 느껴지던 때는 처음 이었습니다. 걷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걷고 하면서 집에 도착했을 때 온몸은 불덩이 같이 달아 올랐고, 제가 얼빠진 소리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빨리 데려와."하고 재촉 했다고 합니다. 그 때에 제 몸은 조그마한 불덩이가 되어 태양의 둘레로 자꾸만 가까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의 꿈을 꾸었고 견딜수 없는 고열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들판에서 황급히 돌아오시어 정성을 다해  저의 손바닥과 발바닥에 지압을 해주시었는데 다행히 열은 떨어졌고 다시 살아나게 되었답니다.

 

  마지막 죽음의 고비는 1996년 정월 초, 새벽미사에 참례하러 어두운 골목길을 달려가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시멘트계단 모서리에 왼쪽 갈비뼈를 받쳐서 숨이 막혀 꼬꾸라 졌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순간 나는 "하느님, 저는 이 세상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라고 주님께 청원하였습니다. 나는 한 동안 숨도 못쉰체 엎드려 있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  "아버지 감사 합니다."하고 자연스레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왼쪽 가슴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그날 새벽미사는 나의 실수조차도 보살펴 주시는 그 분의 사랑을 깨닫고 진정 감사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새싹을 보고 생기를 얻어 살아났고, 죽으면 안된다고 생에 애착을 갖었었던 나,  살려 주시리라 조부모님을 애타게 불렀으며,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기도하는 등, 네번씩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제가 요즈음에 와서 조용히 생각해 보니 이젠 제 몸이 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의 고비에서 소생시켜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저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의 참된 의미를 찾기위하여 아무래도 누군가를 위하여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 인도하여 주십시오. 아멘.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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