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
(백)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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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9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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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4-06-05 ㅣ No.173029

원래는 좋은 뜻인데 그 의미가 퇴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진상(珍賞)입니다. '진상'의 유력한 어원 중 하나는 바로 '왕이나 고위층에게 진귀한 물건이나 지방의 토산품을 바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요새 쓰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진상'의 어원으로 꼽힌 이유는 진상이 가지는 폐단 때문이었습니다. 말로는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라고 하지만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에게는 귀한 것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고역이었고, 구하기 힘든 것을 요구해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진상이 지닌 폐단이 부각되면서 '허름하고 나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되었고, 현대에 와서 많이 쓰이는 '진상'은 그 부정적 의미를 차용하여 '못생기거나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땅콩회황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땅콩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기에 봉지를 드리고 먹겠다고 하면 접시에 담아 드리는 것이 매뉴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진상 손님이 땅콩을 접시에 담아 주지 않고, 봉지로 주었다고 화를 내면서 비행기를 멈춰 세웠습니다. 그리고 승무원을 내리게 한 후에 비행기를 출발하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믿고, 힘이 약한 사람을 괴롭혔던 진상의 한 예입니다. 이런 진상의 이야기는 곧잘 언론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좋은 뜻인데 그 의미가 퇴색된 단어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리사이입니다. 바리사이의 원래 의미는 분리된 사람이란 뜻입니다. 바리사이는 죽은 이의 부활을 믿었습니다. 바리사이는 율법과 계명을 충실하게 지켰습니다. 바리사이는 이정표와 같았습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따르면 하느님께로 가까이 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리사이는 특권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죄인으로 취급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위선과 교만을 비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진상행위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바리사이들의 하는 말은 지키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따르지 마라.”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지고가야 할 짐을 남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자신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의 조문을 외우지만, 율법과 계명의 정신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릇의 겉만 닦고 속은 닦지 않는 것처럼, 바리사이는 겉은 화려하게 꾸미지만 속마음은 탐욕과 거짓으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는 자신들의 얄팍한 지식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시험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바쳐야 한다. 누가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느냐?”

 

모든 바리사이가 진상은 아니었습니다. 바리사이 중에도 예수님을 스승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니코데모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알아보았습니다.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무덤에 모셨습니다. 이방인의 사도가 된 바오로 사도는 바리사이였습니다. 교회를 박해했던 바오로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회심한 바오로 사도는 베드로 사도와 함께 초대교회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이 복음을 위하여 나는 죄인처럼 감옥에 갇히는 고통까지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앙인으로서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성직자와 수도자가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직자와 수도자로서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진상 신자, 진상 성직자와 수도자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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