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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다시 만난 신약 성경: 영원한 생명의 말씀

967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09

[다시 만난 신약 성경] 영원한 생명의 말씀

 

 

요한 복음 6장은 빵에 대해 한참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면서 길이도 길어서, 평일 미사에 이 장이 복음으로 한 주간 내내 나오면 강론을 준비해야 하는 신부님들이 “빵 주간”이라고 괴로워하시지요. 그런데 이 장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은 엉뚱하게도,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라는 제자들의 반응에 관한 구절입니다. 지금 주시는 빵이 당신의 살이라는 말씀을 듣고도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우리가 저렇게 말했던 이들보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말씀을 진지하게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오래 전에 이사야서 6장에서 이사야가 하느님을 뵙고 “큰일 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이사 6,5)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이 정말로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난다면 저런 반응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이 내 삶 안으로 뚫고 들어오실 때, 이전의 평탄한 삶이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람들은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고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빵을 많게 하신 표징을 보고서는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요한 6,14)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임금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때까지는 그분을 붙잡고 싶어 하고, 그분과 함께 있기를 원합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셔도 굳이 따라갑니다. 빵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신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시고, 더구나 당신의 살을 먹고 그 피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한다고 하시자 거북해하며 “제자들 가운데서 많은 사람이”(요한 6,66) 되돌아갔습니다. 그냥 군중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려고 하던 이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떠나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해할 만도 합니다. 예수님의 몸을 신자들이 생명의 양식으로 받아 먹는다는 것은, 이것을 식인 풍습으로 알아들었던 고대 로마인들에게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요. 많은 이들이 떠나간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시몬 베드로는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요한 6,67-68). 똑같은 말씀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듣기가 거북하다고 여겨 떠나가고 어떤 이들은 이것이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고 고백하며 예수님 곁에 남습니다. 베드로에게는 그 말씀이 거북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어쩌면 베드로에게도 이 말씀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그가 그분의 말씀을 증언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게 될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알 수 없지만, 그는 남들이 거북하다고 하는 그 말씀을 따라갑니다. 거북하고 죽음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생명의 말씀임을 아는 것입니다.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떠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그분 곁에 남는지는 인간이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 6,44). 우리에게 믿음이 선물로 주어졌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따라가면 위험할 것 같은 저 말씀을 생명의 말씀으로 여기고 그 말씀과 함께 머물게 하는 것은, 오직 아버지의 선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 성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저서 「이사야서」 「이사야서 쉽게 읽기」 「예레미야서 쉽게 읽기」 「구약의 역사설화」 등.

 

[2026년 6월 7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안소근 실비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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