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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회] 공동합의성의 지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55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9-24

[경향 돋보기 -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위하여] ‘공동합의성’의 지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문헌의 동기와 목적

 

“공동합의성의 여정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이다”(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 2015.10.7).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선언은 공동합의성이 ‘밖으로 나가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고, 교회 쇄신을 분명하게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임을 말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2018년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는 가톨릭 교회론을 바탕으로 공동합의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담은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이란 문헌을 발표했다.

 

‘공동합의성’이란 용어는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3항), 또는 교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자 소집된 “교회의 집회”(4항)를 지칭했던 시노드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공동합의성은 본 문헌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7항)이요, “교회가 살아가고 활동하는 고유한 형태”(42항)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 국제신학위원회는 왜 지금 시점에서 교회의 삶과 사명에 대한 하느님 백성의 공동합의적 소명을 일깨우는 문헌을 발표했을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를 뜻하는 중심 개념으로 ‘하느님 백성’이란 용어를 사용하였고,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는 ‘친교’(communio)라는 말로 교회를 표현하였다. 그렇지만 하느님 백성이란 말은 점차 교회 밖으로 밀리고 잊혀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변두리에 머물렀던 하느님 백성이란 개념을 다시 교회 안으로, 교회 중심에 놓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교황은 교회를 ‘거룩하고 충실한 하느님의 백성’이요,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백성’이라 부르며, 본인도 ‘세례받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하느님 백성 ‘안에’ 살기를 원했다.

 

이런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적 흐름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사명을 이루는 “구성적 차원”(1항)이자 “교계적 직무 자체를 이해하는 가장 적합한 해석의 틀”(9항)로서 공동합의성을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시노드’라는 단어 안에 이미 모두 담겨 있다.”(1항)라고 확언했다.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동합의성에 대한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은 이번 국제신학위원회가 공동합의성의 신학적 의미를 밝히고 설명하는 데 큰 흐름을 차지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 교회 안에서 공동합의성이란 주제는 점진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서 공동합의성이란 명시적 표현은 없지만, “공동합의성에 대한 요구는 공의회가 약속한 쇄신 작업의 중심”(6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세례받은 모든 이에 대한 동등한 품위와 사명, 각각의 은사와 소명 등은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 정의한 공의회의 소중한 결실이다.

 

다만 이런 공의회의 가르침 안에서, 특히 신학적인 면에서 공동합의성에 대한 분명한 ‘의미’와 실제적인 ‘적용’(또는 주체, 구조, 과정)에 관해 설명해 줄 심화된 문헌이 필요했다(8-9항 참조). 그러므로 이 새 문헌은 공동합의성에 관한 신학적 의미의 폭넓은 이해와 교회의 다양한 차원에서 공동합의성을 실행하려는 구체적이고 유용한 사목적 견해들을 제시한다.

 

또한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공동합의성이 이미 최근 교회 일치 대화에서도, 특히 교회 일치 운동의 주요 논제인 로마 주교의 수위권과 함께 중심 주제로 폭넓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헌에서 공동합의성에 대한 그 신학적 의미를 심화하는 일은 교회의 일치 여정에서,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오랜 전통 안에서 공동합의적 구조를 이루는 동방 정교회와의 관계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헌의 구성과 내용

 

문헌은 총 4개의 장에 121개 항목과 종합적으로 정리된 서론, 그리고 짧은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장에서는 성경과 성전, 그리고 교회사에서 드러난 교회의 공동합의적 삶에 대한 규범적 원천들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 가운데에서 “시노드들의 원형적 모습”(20항)으로 일컬어지는 예루살렘 사도 공의회를 보면, 이때 사도들은 “각자의 역할과 기여하는 바”는 서로 달랐지만, “그 과정에서는 모든 이가 다 주인공들”(21항)로서 함께 참여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오늘날 교회의 공동합의적 실행에 큰 예표가 되는데, 곧 사도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서로 간에 활발한 토론과 경청을 통해 성령과 함께 결정하였듯이, 세례를 통해 동등한 품위를 얻은 모든 교회의 구성원 또한 “각자의 특별한 직무와 은사를 존중”(22항)하며, 신앙 공동체의 삶과 사명에 함께 참여해야 함을 말해 준다.

 

제2장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방한 교회론 관점에 따라 공동합의성의 신학적 기초와 근거를 밝히고자 한다. 공동합의성의 신학적 뿌리는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sensus fidei)에 대한 교리”와 “교황과 교계적 친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교직의 성사적인 단체성의 교리”(64항)라는 두 기둥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두 가지 신학적 기초를 통해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곧 신자 전체의 신앙 감각의 행사(‘모든 사람’), 주교단의 지도 직무(‘몇몇 사람’), 그리고 주교와 교황의 일치의 직무(‘한 사람’)로 실행된다.

 

제3장에서는 개별 교회 차원, 지역 내 개별 교회들 차원, 그리고 보편 교회 차원에서 공동합의성의 구체적인 실현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동합의성은 먼저 개별 교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친교와 교회의 공동선을 위해 점차 지역 내 교구들로 확대되며(개별 공의회-주교회의), 마지막으로 보편 교회 차원에서 로마 주교의 수위권과 주교들의 단체성 사이의 역동적 순환 속에서 최고도로 실현된다(보편 공의회-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4장에서는 교회의 삶과 복음화 사명의 촉진을 위해 공동합의성이 교회 안에서 활발히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을 한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시급히 요청되는 부분은 단연 공동합의성의 실현을 위한 ‘사목적 회심’이다.

 

이를테면 오늘날의 교회는 조직적이고 서열이 분명한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와 교회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평신도들을 제외한 채 소수 엘리트 성직자들로만 이루어진 모든 성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하느님 백성 모두는 세례를 통해 성령의 기름부음으로 얻어진 신앙 감각을 바탕으로 복음화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공동합의적 교회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교회 구성원 모두는 친교의 원천이자 공동합의성의 본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는 성찬례 참여를 통해 개인적인 ‘나’에서 교회적인 ‘우리’로의 공동체적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공동합의성의 근본적인 열쇠인 ‘들음’이 교회 내에 뿌리를 내려 하느님의 소리와 백성의 외침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흡’과 ‘발걸음’

 

문헌은 ‘하느님 백성 모두는 공동합의적 소명을 실현해야 한다.’라는 확고한 신념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국제신학위원회는 “교회 전체와 교회 안의 모든 이가 주체”(55항)로서 “참여적이고 공동 책임을 갖는 교회”(67항), 곧 공동합의적인 교회의 모습이 오늘날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가 걸어야 할 ‘길’로 본다.

 

문헌은 말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가 함께 걷는 여정을 설명할 때 사용했던 두 이미지, 곧 ‘호흡’과 ‘발걸음’을 교회 공동체 모두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이정표처럼 제시한다.

 

“공동합의적인 호흡과 발걸음은 우리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우리의 결정들을 고무하는 친교의 역동성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지평 안에서만 우리는 참으로 우리의 사목을 혁신하여, 그것을 오늘의 세계 안에서 교회의 사명에 적합하게 할 수 있습니다”(120항).

 

그러면 이번 문헌이 오늘날의 교회를 향해 마지막으로 호소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동합의성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이제 ‘호흡’을 넘어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떼기를 촉구하며, 예언자적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외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례와 성찬을 통해 한 몸이 된 하느님 백성 모두는 비록 직무와 역할은 다를지라도 저마다의 공동합의적 소명에 따라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함께’ 참여하는 ‘공동합의적 교회’를 이 땅에 실현해야 합니다!”

 

* 윤태종 토마스 - 전주교구 팔봉성당 주임 신부이다.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교의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경향잡지, 2019년 9월호, 윤태종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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