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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사유하는 커피8: 커피가 곧 기도인 이유 부나 칼라

58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6-30

[사유하는 커피] (8) 커피가 곧 기도인 이유 ‘부나 칼라’


커피의 향기 바치고 건강·행복 기원

 

 

커피를 마시는 때가 명상을 넘어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되는 사연을 커피 애호가로서 이렇게 풀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과 시바의 마케다 여왕 사이에 태어난 메넬리크 1세가 세운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 기원전 10세기 건국 초기부터 하느님을 섬기는 나라이다. 현재 콥트 정교회에서 분파된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가 44%, 개신교도가 19%를 차지한다. 기원후 7세기에 형성된 이슬람교의 무슬림이 어느새 34%까지 불어났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자신들에게 솔로몬의 피가 흐른다고 자랑한다.

 

마케다가 커피의 향기로 솔로몬을 유혹해 메넬리크를 잉태했다는 건국 신화가 역사적 사실일 가능성은 악숨의 왕궁터 발굴뿐만 아니라 커피 음용의 초기 문화에도 묻어 있다. 일반적으로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의식은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 또는 ‘카리오몬(Kariomon)’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 열매에서 씨앗만을 골라내 볶아 가루로 만든 뒤 물에 끓이면서 카르다몬이나 정향 등 향신료를 넣어 마시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커피 열매를 통째로 동물 기름과 섞어 졸여내듯 끓여 마시는 방법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많은 종족인 오로모(Oromo)족은 지금도 ‘부나 칼라(Buna Qalaa)’라고 부르는 커피 의식을 치른다. ‘커피를 살육한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것은 사육제인 셈이다. 오로모족은 부나 칼라를 하면서 “커피의 향기를 신에게 드리니 부족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내려 달라”고 읊조린다. 그들은 커피나무는 하느님의 눈물에서 생겨났다고 믿는다.

 

스튜어트 리 앨런은 「악마의 잔: 커피로 짚어 본 세계의 역사」에 오로모족의 신혼부부가 치르는 첫날밤 의식 ‘분칼레(Bunqalle)’에 대해 상세하게 적었다. 분(Bun)은 커피를, 칼레(Qalle)는 제물 의식을 뜻한다. 부부가 입으로 커피 열매를 벗기고 나눠 씹는 의식인데, 커피는 이 순간 신에게 올리는 희생 제물이 된다.

 

에티오피아의 여타 부족들은 대부분 고기를 제물로 바치는 데, 오로모족은 커피로 이를 대신했다. 오로모족은 지금도 주술사의 무덤에 커피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다. 에너지를 넘치게 하는 커피나무의 신통함이 신과 인간을 연결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사장은 입으로 커피 열매의 껍질을 벗기며 중얼거린다. 이는 짐승을 도살하고 머리를 베어내는 행위를 대신한다. 의식이 끝나면 커피의 생두를 나누어 씹음으로써 각성을 체험하는데, 카페인 덕분에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신이 영적인 권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제물을 올리는 것은 유다의 전통이고, 사육제는 사순절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로모족의 커피 의식은 가톨릭(Catholic)과 연결된다. 솔로몬의 피가 흐르는 에티오피아인들은 원죄를 용서받으려 구약 시대에 희생 제물을 바쳤으며, 분명 번제도 올렸을 것이다. 신약 시대에 들어서 커피의 소중함을 깨우친 오로모족은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하느님께 바쳤다. 오로모족의 절반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육제-사순절-파스카의 신비 체험으로 이어지는 참회와 경축 의식을 치르고 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사순절을 ‘부나 칼라’로 맞이한 오로모족의 신앙심이 부나 칼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이 커피 애호가에게 ‘커피가 곧 기도’인 이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28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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