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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21: 당시 갈릴래아 경제는

56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5-11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21) 당시 갈릴래아 경제는


예수님의 경제학 ‘약자의 몫을 먼저 챙겨줘라’

 

 

노숙 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아이가 폭우가 퍼붓자 비닐을 덮어쓰고 보호소로 걸어가고 있다. 국가의 책무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콜카타(인도)=CNS]

 

 

현실 문제에 대한 예수님의 메시지는 무서울 정도로 예리합니다. 갈릴래아의 생활상이 투영된 예화를 묵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갈릴래아는 대다수 백성이 절대빈곤 상태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으로선 굶주린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겠지요. 배고픈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들 귀에 들어가기나 했겠습니까. 그렇다고 허구한 날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것은 백성들에게 나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누가 땀 흘려가며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백성들 스스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수님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입니다.

 

 

두 예화 살펴보기

 

제가 주목하는 예화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탈렌트의 비유’(마태 25,14-30)이고, 다른 하나는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태 20,1-16)입니다. 제가 이 예화에 대해 신학적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것은 저의 영역이 아닙니다. 저는 경제학적 해석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저의 학창시절 꿈은 경제학자가 되어 세상의 경제적 궁핍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실로 당찬 포부였지요. 가난한 나라를 잘 살게 하는 개발경제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경제학자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대신 경제전문기자로 20여 년간 실물경제 현장을 쫓아다녔습니다. 자연스럽게 경제학적 시각에서 세상사를 보는 버릇이 몸에 배었습니다. 성경을 묵상할 때도 이런 기질이 나옵니다.

 

‘탈렌트의 비유’는 시장경제체제의 핵심적 기조인 경쟁 원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부자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에게 거액의 돈을 맡겼는데, 두 명은 두 배 벌었고 한 명은 본전 그대로였습니다. 주인의 평가는 냉정했고 후속 조치는 가혹했습니다. 두 배를 번 종은 크게 치하했고, 본전밖에 못 한 종은 퇴출시켜 버렸습니다. 요즘 증권회사의 펀드 매니저들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5,29)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이를 ‘마태오 효과(Matthew Effect)’라 불렀습니다. 승자독식 시스템을 설명한 이론이지요.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만큼 마태오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는 분야도 없습니다. 성적이 저조한 선수와 감독은 눈물을 머금고 보따리를 싸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마다 피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탈렌트의 비유’는 치열한 경쟁을 촉발해 파이를 키우는 성장 정책입니다.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는 생산된 파이를 어떻게 분배해야 옳으냐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파이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소수의 사람이 독과점해 버린다면 백성들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포도밭 주인은 온종일 일한 사람이나 한 시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줬습니다. 한 시간 일한 사람은 필시 사회적 약자였을 것입니다. 이들은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이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예화에서 포도밭 주인이 ‘맨 나중에 온 일꾼’ 즉 사회적 약자에게 품삯을 먼저 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복지정책을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론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성장과 분배

 

갈릴래아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갈릴래아 현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세상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배 터져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배 곯아 죽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예수님은 성장과 분배를 모두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따질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탈렌트의 비유’에는 시장경제주의(성장), ‘착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는 사회민주주의(분배와 복지)의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쉽게 요약해 봤습니다. “경쟁을 통해 파이를 최대한 키워라! 그리고 잘 나눠 먹어라! 항상 약자의 몫을 먼저 챙겨 줘라!”

 

예수님의 경제학적 예지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21세기에도 유효한 경제원리를 2000년 전에 말씀하셨으니!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10일,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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