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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20: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형폐지론

52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5-12

[교부들의 사회교리] (20)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형폐지론


‘살인하지 마라’ 사형제도도 안 돼

 

 

“정의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이 공적 살인에 협력하고 참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금령은 국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살인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합법이라고 여기는 살인도 행하지 말라는 권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의로운 이에게는 군 복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가 복무해야 할 곳은 정의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사형으로 범죄를 다스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칼로 죽이든 말로 죽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분께서는 살인 자체를 금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이 계명에 결코 어떠한 예외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을 죽이는 일은 언제나 잘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지극히 거룩한 존재이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갓 태어난 아이들을 목 졸라 죽여도 괜찮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지극한 불경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위하여 인간에게 영혼을 불어넣으셨기 때문입니다.”(락탄티우스, 「거룩한 가르침」 6,20,15-18.)

 

 

교부들은 사형폐지론자였을까?

 

교부들의 현실 인식을 오늘의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교부들은 그 시대의 문화와 제도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강경한 평화주의자였던 테르툴리아누스조차 그리스도인이 사형에 협력하거나 동참하는 것은 반대했지만, 사회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았다. 

 

대표적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땠을까? 아우구스티누스는 사형에 동참하지 말라는 권고 편지도 썼고, 사형을 반대하는 강론도 남겼다. 그러나 사람을 죽일 권위는 오직 하느님 몫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하느님의 법에 따라서 공권력을 행사하는”(「신국론」 1,21)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했다. 

 

사형제를 마뜩잖아하면서도 현실적 불가피성을 용인한 셈이다. 정당한 전쟁론과 맞물려 아우구스티누스가 비판받는 대목이지만, 가톨릭교회가 2018년까지 유지해 온 입장이기도 하다.

 

 

살인 금지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교부

 

평신도 교부 락탄티우스(260~330년경)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죽이는 일은 언제나 잘못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사형을 합법으로 여길지라도 이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불법이며 “공적(公的) 살인”이라고 선언한다. 더 나아가 의로운 길을 걷고자 하는 이는 사람을 죽이는 일과 연관된 군 복무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락탄티우스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스승이었고 그 아들 크리스푸스(아버지에게 살해됨)의 개인 교사이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쟁과 살인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통치 논리나 국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법에 충실하여 인간 존엄성을 한결같이 주장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 2018년 8월 2일에야 우리 교회는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교리서를 수정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67항) 이 한마디가 교리로 확정되기까지 1700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시대를 앞선 락탄티우스 교부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형폐지론자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5월 12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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