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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커피2: 미켈란젤로는 왜 선악과를 그리지 못했을까

56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5-17

[사유하는 커피] (2) 미켈란젤로는 왜 선악과를 그리지 못했을까


선악과는 커피 열매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소중한 존재이길 바라는 마음은 커피에도 마찬가지이다.

 

스튜어트 리 앨런이 「악마의 잔」에서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커피 열매였을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을 본 순간의 흥분은 지금 생각해도 벅차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그의 ‘직관’은 과학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던 ‘정신’을 해방시킨 통쾌한 사건이었다. 선험적으로 본질을 포착하는 인간의 능력은 칸트, 스피노자, 베르그송, 후설에 의해 중요한 가치로 다뤄졌다. 직관이라는 정신작용은 종종 “경험한 것만 알 수 있다” 또는 “본 것만 믿을 수 있다”는 사유작용이 진실 발견의 방해가 됨을 보여준다.

 

어쨌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커피나무일 수 있다니…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길 간절히 바랐다. 일단 선악과가 사과라는 통념을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세기 2장을 샅샅이 뒤졌다.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셨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고 묘사되지, 사과라는 단어는 없다. 3장에서도 “자, 사람이 선과 악을 알아 우리 가운데 하나처럼 되었으니, 이제 그가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영원히 살게 되어서는 안 되지”라는 말씀이 있을 뿐 사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창세기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그 열매’만 적혀 있을 뿐이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가 ‘사과’로 표기된 것은 영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존 밀턴이 1667년 펴낸 대서사시 「실낙원」에서 선악과를 비로소 ‘사과’로 명기했다. 밀턴 이전까지 선악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나무였다.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손꼽히는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 ‘천지 창조’에는 ‘에덴동산에서 타락과 추방’이라고 명명된 그림이 있다. 미켈란젤로는 1510년 이 작품을 완성하면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그릴 수 없었다. 뱀이 이브에게 선악과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정작 그들의 손은 비어 있다. 나무에 열매는 달려있지 않다. 미켈란젤로는 선악과의 모양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나무의 잎을 무화과나무처럼 묘사해 넌지시 선악과가 무화과였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무화과 나뭇잎은 언뜻 오리발자국처럼 생긴 반면 사과나무의 잎은 단순한 타원형으로 커피 나뭇잎과 비슷하다.

 

존 밀턴 이전 시대에 선악과가 사과로 묘사되는 작품이 몇 점 있는 것은 서기 2세기경 구약 성경이 히브리어에서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다인 성경번역가인 아킬라 폰티쿠스가 아가 ‘솔로몬왕의 노래’를 번역하면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의미하는 부분을 사과나무라고 명기했다. ‘나쁜’이란 의미의 형용사 ‘말루스(Malus)’에 어원을 둔 ‘말룸(Malum)’이 문제였는데, 말룸은 ‘악’을 뜻하면서도 ‘사과’를 뜻하기도 하고 ‘배의 돛대’를 일컫기도 한다. 이런 탓에 선악과를 ‘사과’로 오해했다는 주장이 있다.

 

커피나무의 정체를 따라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창세기로 들어왔다. 선악과와 사과, 커피 열매의 진실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단지 통념을 흔들었을 뿐이다. 선악과가 커피임을 뒷받침할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실마리는 성경에 있다. 세상의 모든 궁금증은 성경 말씀으로 풀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17일, 박영순 바오로(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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