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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커피6: 다윗의 볶은 곡물이 커피인 이유

57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6-16

[사유하는 커피] (6) 다윗의 볶은 곡물이 커피인 이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바친 ‘귀한 선물’

 

 

커피가 ‘진심 어린 선물’이란 의미를 갖게 된 사연 역시 성경에 담겨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에서 야곱의 불콩죽으로 이어지는 창세기는 커피의 각성 효과와 에너지 증진 효과를 비유로 들려주는 대목이 있다.

 

구약 성경 연대표에 비춰볼 때, 기원전 21세기에서 기원전 17세기에 걸친 세 족장(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의 시대를 지나 여호수아를 시작으로 한 역사의 시대가 펼쳐진다. 마태오 복음을 따라 예수의 족보를 따져 보면, 27대조(루카 복음은 42대조) 할아버지가 다윗이다. 다윗의 삶을 전하는 사무엘기 상권 25장 18절에 커피가 ‘볶은 곡물’로 등장한다.

 

볶은 곡물을 커피로 풀이한 인물은 독일 킬대학교 윤리철학 교수이자 언어학자인 조지 파스치우스(George Paschius, 1661~1707)였다. 그는 1700년 라이프치히에서 출간한 라틴어 논문 「고대 이후의 새로운 발견」에서 “다윗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아비가일이 선물한 볶은 곡물 다섯 스아는 커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틴어 표준 성경인 「불가타」(Vulgata) 와 히브리어 원본의 표현을 분석해 볶은 곡물은 불에 의해 볶거나 말린 곡물을 뜻하는 것임을 밝혀냈다.

 

미국 언론인이자 「올 어바웃 커피(All about coffee)」의 저자인 윌리엄 우커스는 다윗보다 1000년가량 앞선 시대에 묘사된 ‘야곱의 불콩죽’이 커피일 수 있다는 에티엔 뒤몽(Etienne Dumont, 1759~1829)의 견해와 볶은 곡물이 커피라는 관점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비가일의 ‘볶은 곡물’(한국 주교회의 발행 「성경」은 ‘볶은 밀’로 옮김)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간절함이 밴 선물이었다는 점에서 일반 곡물과는 가치가 다르게 비쳐진다.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다윗이 사울의 시기를 받아 쫓기는 신세가 돼 나발에게 식량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화가 치민 다윗은 400~600명의 무리를 이끌고 나발을 칠 기세였다. 나발의 아내인 아비가일이 발 빠르게 나서 ‘빵 이백 덩이, 술 두 부대, 요리한 양 다섯 마리, 볶은 곡물 다섯 스아, 건포도 백 뭉치, 말린 무화과 과자 이백 개를 여러 나귀에 싣고 다윗을 찾아가 바쳤다.(1사무 25,18 참조)

 

스아는 요즘으로 치면 쌀 4되 분량이다. 1되가 1.6kg 정도이니 다섯 스아는 32kg에 달한다. 이를 단순히 ‘밀’로 보기에는 다윗이 거느린 무리의 규모와 비교할 때 그 양이 부족하다. 아비가일이 인색하게 식량을 바칠 상황이 아니었다. 32kg을 커피로 본다면 넉넉하고도 더욱 귀한 선물이 된다.

 

볶은 곡물이 느닷없이 커피로 해석된 것도 아니다. 다윗의 증조할머니 룻이 다윗의 증조부 보아즈를 만난 과정을 소개한 구약 성경 룻기(2,14)에도 커피가 볶은 곡물로 묘사된다고 에티엔 뒤몽은 주장했다. 이 구절에서 보아즈는 굶주린 룻에게 빵을 주어 식초에 찍어 배불리 먹게 한 뒤 ‘볶은 곡물’을 내어준다. 굶주린 자에서 배를 채울 빵, 그리고 에너지까지 북돋울 수 있는 커피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다윗은 사울에 이어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에 올랐지만, 훗날 예수님께로 이어지는 왕가를 연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 커피가 거론되는 것은 정색하고 진위를 따질 일이 아니다. 300여 년 전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조지 파스치우스가 대학 캠퍼스에서 급속히 퍼지며 인기를 끌던 커피를 ‘볶은 곡물’로 언급함으로써 많은 젊은이로 하여금 성경을 펴보게 했는지를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진실이란 종종 그 자체보다는 쓰임새가 중요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14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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