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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새로운 구조로 기존의 신학을 총망라한 신학대전

53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6-17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새로운 구조로 기존의 신학을 총망라한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읽기’ 연재를 시작하면서, 「신학대전」의 분량은 엄청나서, 200쪽 안팎의 보통의 책 크기로 출판한다면 어림잡아 50권에 달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신학대전」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살아 있는 한평생의 기간에 쓴 전체 분량의 7분의 1이나 8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49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거의 400권에 달하는 분량을 저술한 셈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술 방식에 대한 의문

 

이 분량이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에, 후대 연구가들은 토마스가 엄청난 분량의 이 책들을 어떻게 제한된 시간 안에 저술했는지 궁금해졌다.

 

실험해 보니 아무리 빨리 써도 토마스 혼자서는 그 많은 원고를 직접 쓰고 탈고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전문 속기사를 두고 그가 구술하는 방법을 가정해 보았지만, 토마스가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1269년부터 1272년(파리 제2차 체류 기간)까지 저술된 분량은 도저히 채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설로 제시된 것은 토마스가 동시에 여러 속기사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저술했으리라는 것이다.

 

예컨대 「신학대전」의 일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주해」의 일부를 구술한 뒤에, 이어서 「성서 주해」의 일부를 속기하도록 하고, 다시 돌아와 같은 순서로 계속해서 작품을 구술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아무튼 여러 차례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엄청난 양의 저서를 남긴 것은 토마스가 온 힘과 정신을 쏟아 저술 활동에 매진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신학대전」의 구조와 주요 내용

 

모든 저술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신학대전」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구조는 일반적으로 ‘발출’(exitus)과 ‘귀환’(reditus)의 도식으로 파악될 수 있다. 이 도식은 플라톤의 사상을 발전시킨 신플라톤주의에서 개발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일자(一者, the One)로부터 유출된 모든 사물은 일자로 되돌아가려는 성향을 지닌다는 점을 설명했다.

 

「신학대전」에서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와 명제들을 주로 활용하면서도 전체적인 구조에서는 신플라톤주의의 사고 틀을 활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함을 충분히 인정했지만, 필요한 경우 그리스도교 사상과 일치시키고자 자신이 알던 모든 이론을 이용해서 변형시켰다.

 

이 도식에 따라 「신학대전」은 구세사를 세 가지 관점에서 본다. 곧 제I부는 신을 원천으로 창조되는 만물의 발출 과정으로 신론, 삼위일체론, 창조론을 다룬다.

 

제II부는 신을 목적으로 되돌아가는 일반적인 귀환의 과정에 필요한 인간론, 행위론, 윤리학을 다룬다.

 

제III부는 그리스도교적 모범으로 간주되었으며, 신에게로 귀환을 위해 그리스도가 보여 준 구체적인 ‘길’, 곧 그리스도론, 교회론, 성사론을 다룬다.

 

각 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Ⅰ부. 삼위일체와 신의 모든 피조물의 ‘발출’

 

A. 신의 실존과 그 기본 속성들(2-26문)

B. 삼위일체와 위격들(27-43문)

C. 신의 피조물의 발출

  1. 피조물의 창조(44-46문)

  2. 피조물의 구분(천사, 우주, 인간; 47-102문)

  3. 피조물의 보존과 우주 통치(103-119문)

 

Ⅱ부와 Ⅲ부. 신을 향한 인간의 활동(‘귀환’)

 

Ⅱ부 1편. 신을 향한 인간의 활동들: 일반

A. 인간의 최종 목적(1-5문)

B. 최종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들

  1. 인간적 행위 그 자체(6-48문)

  2. 인간적 행위의 원리들

    a) 내적 원리: 습성(49-89문)

    b) 외적 원리: 법과 은총(90-114문)

Ⅱ부 2편. 신을 향한 인간의 활동들: 서론

  (1) 모든 신앙인에게

    A. 신학적인 덕(그리고 악습)

      1. 믿음(1-16문)

      2. 희망(17-22문)

      3. 사랑(23-46문)

    B. 사추덕(그리고 악습)   

      1. 지혜(47-56문)

      2. 정의(57-122문)

      3. 용기(123-146문)

      4. 절제(147-170문)

  (2) 특별한 위치의 신앙인에 대해서

    A. 은사들(171-178문)

    B. 삶의 형태들: 관상 생활, 활동적 생활 또는 혼합 형태의 생활(179-182문)

    C. 교계 질서: 일반인, 주교, 수도자(183-189문)

 

Ⅲ부. 영생의 길

 

  A. 그리스도: 인류의 구세주(1-59문)

  B. 구원의 도구로서의 성사 

    1. 성사 일반론(60-65문)

    2. 세례성사(66-71문)

    3. 견진성사(72문)

    4. 성체성사(73-83문)

    5. 고해성사(84-90문, 4항)* 미완 중단

  ‘보충부’

    5. 고해성사(1-28문)

    6. 병자성사(29-33문)

    7. 성품성사(34-40문)

    8. 혼인성사(41-68문)

  C.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도달하는 영원한 생명(69-99문)

 

토마스는 「신학대전」에서 개별적인 주제에 관해 고대 철학부터 13세기까지 논의된 거의 모든 견해를 매우 효율적으로 요약하고 엄격하게 평가한다. 그 개별적인 논의가 놀라울 정도로 유기적인 체계로 연결된다.

 

「신학대전」에서 이루어진 체계적인 종합은 거대한 고딕 건축에 비교되며, 읽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 제II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지 않은 이들도 많은 영감과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윤리학에 관련된 주제로 가득 차 있다.

 

이전의 교부들은 주로 성경 인용에 의존하고 철학을 보조적으로만 활용했다. 그러나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 강의 금지령 이후 활동했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점으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다른 철학 서적에서 언급되었던 다양한 명제를 자유롭게 사용하였다.

 

 

미완성으로 남은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는 가끔 모든 것을 잊고 깊은 사색에 빠지기도 했으며, 생애 말기에는 신비 체험이 잦아져 황홀경 속에서 삶을 영위했다. 그는 1273년 12월에 미사를 봉헌하던 도중 신비한 체험을 한 뒤로 일체의 저술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의 동료가 여러 차례 저술을 지속할 것을 청했으나, 그는 “내게 계시된 모습에 비하면 내가 쓴 것들은 모두가 지푸라기처럼 보인단 말이네.”라는 대답만을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신비 체험은 토마스가 평생 지닌, 신에 대한 사랑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악화된 그는 교황이 요청한 리옹 공의회에 참석하러 가던 도중에, 나무에 부딪혀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곳에서 가까운 포사노바의 한 수도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그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1274년 3월 세상을 떠났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제3부에서 다룰 내용을 모두 정리해 놓았지만, 갑작스럽게 죽게 되어 「신학대전」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저술한 512개의 주제 이외에도 99개의 주제를 더해 총 611개의 주제를 다룰 계획이었다.

 

「신학대전」이 미완성으로 남게 된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한 제자들, 특히 그의 비서 피페르노의 레지날두스는 스승이 이전에 저술한 작품들(특히 「명제집 주해」)에서 해답을 모아 「신학대전」을 완성했다. 「신학대전」의 보충부 99문은 토마스가 직접 쓴 부분보다는 부족하지만, 토마스가 완성했다면 담았을 주요 내용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도대체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 관심을 갖고 탐구한 개별 주제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연재에서 그 신비한 숲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하나씩 살펴보겠다.

 

* 박승찬 엘리야 - 가톨릭대학교 철학 전공 교수.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가톨릭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라틴어 중세 철학 원전에 담긴 보화를 번역과 연구를 통해 적극 소개하고, 다양한 강연과 방송을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린다. 한국중세철학회 회장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9년 6월호, 박승찬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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