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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으로 세상 보기: 밖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찾아서

12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19-08-12

[복음으로 세상 보기] 밖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찾아서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포화 되고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불안해합니다. 청소년의 강력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 폐지와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입니다.

 

법무부 역시 얼마 전에 “청소년 범죄 더 이상 안 돼!” 라는 보도 자료에서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 정신질환 병력, 소년범의 증가, 누범 등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금년 7월 소년 보호관찰 전담 직원 37명을 증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잇따라 10대들의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청소년에 대한 아픔은 없고 사회보호만 강조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보호관찰 전담 직원을 늘리고 강력한 처벌을 하면 청소년 범죄가 줄어들고 청소년 범죄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2018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불화, 부모 학대, 방임 등으로 가출을 했거나, 신고 되지 않은 청소년은 약 25만 명 이상으로 예상 집계됩니다. 현재 초중고 학령기 청소년 중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대략 36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학교만이 소속 공간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하는 청소년 등 정규학교의 교육을 받지 않은 모든 청소년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회 내에서 만나기는 더 어렵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 단체와 관련 기관들은 거리 상담을 통해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리 상담에서 청소년 중에 가출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혼자 생활하거나 친구들끼리 같이 지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제 교회가 거리로 나가서 지역 청소년들을 만나는 사목해야 

 

학교는 다니지만 위기의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마음의 상처가 깊어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방임되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다닐 나이가 되면 부모가 내쫓아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렇게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밀려난 상황에서 범죄의 유혹을 받고 쉽게 빠져들기도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지만 지역교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찾아오는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관심을 집중하지만 주일학교 학생마저 급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 교회가 찾아오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거리로 나가서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는 사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따라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은 ‘아웃리치(거리상담소)’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성남시에 위치한 안나의 집 대표이신 김하종 신부님은 25년간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성남에서 활동하면서 2015년 7월부터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상담하기 위한 버스 ‘아지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역시 아지트를 모델로 버스를 개조해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달려가 청소년을 만나고 친구가 되어주고, 상담하는 아웃리치 사목을 시작합니다.

 

 

성남시 신흥역 아지트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남겨놓고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비유에 대한 해설은 우리의 관점을 180도 바꾸어 놓습니다. 한 마리의 양을 잃은 것이 아니라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잃었다고 강조하면서 그 양들을 찾아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 마리가 아니라, 아흔아홉 마리가 밖에 있습니다. 제발 좀 우리 밖으로 나갑시다! … 우리는 고작 한 마리의 양과 함께하고 있을 뿐입니다. … 우리 밖의 아흔아홉 마리의 다른 양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쉬운 것으로 따지자면, 집 안에서 한 마리 양이나 잘 돌보는 것이 훨씬 더 쉽습니다. 그럼요. 쉽고말고요. 털이나 잘 빗겨 주면서, 쓰다듬어 주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주님께서는 사제, 아니 모든 그리스도인이 ‘목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털이나 매만지는 ‘털 깎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뒷담화만 안 해도 성인이 될 수 있다’ 중에서)

 

 

교회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야전병원’ 되어야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심야식당’이 있습니다. 청소년 단체들이 저녁 시간에 아웃리치를 진행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과 위기의 아동, 청소년들을 만나고 지속시키는 고리가 심야식당입니다. 심야식당은 청소년들이 정성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저녁을 먹고 편안히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심야식당을 통해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역시 우리를 아무 조건 없이 지지해 주고 함께 해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받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고 만남을 통해 알아가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아직 미미하고,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합니다. 이런 일에 지역 교회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제 교회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찾는 심정으로 교회 밖으로 나가 위기의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역교회가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고 함께한다면 청소년의 범죄도 저절로 줄어들 것입니다.

 

골목, 동네 이런 말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재에서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동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보호하고 함께 키울 수 있는 동네를 꿈꿔봅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끼를 발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동네,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도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품어주는 동네, 이런 동네를 만들면 정말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교회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위기의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의 외침에 귀 기울이며 응답하며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네 만들기에 지역교회가 함께 한다면, 아니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우리 사회도 청소년들의 범죄에서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8월호, 이영우 토마스 신부(서울대교구 봉천3동(선교)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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