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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커피13: 무함마드를 살린 가브리엘 천사의 커피

59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8-09

[사유하는 커피] (13) 무함마드를 살린 가브리엘 천사의 커피


커피로 잠을 쫓고 몰입할 수 있었기에

 

 

커피가 ‘이슬람의 음료’라고 불린 것은 무함마드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시대의 설화로 전승되는 이 이야기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한다.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전한 바로 그 천사이다. 성경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무슬림에게 가브리엘은 무함마드의 원죄를 없애 주는 역할을 한 소중한 천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가브리엘 천사가 잠자는 무함마드의 가슴을 열고 잠잠(Zamzam) 우물물로 심장을 씻은 뒤 믿음과 지혜를 넣고 봉했다고 믿는다. 이 대목을 무함마드가 원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는 무슬림들도 적지 않다.

 

독일의 언론인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곱은 1934년 펴낸 「커피의 전설과 승리의 행진」에 “동굴 수행을 하다가 과도한 수면 욕구에 빠지는 중병에 걸린 무함마드는 가브리엘 천사가 준 음료를 마시고 살아났다. 이 음료는 무슬림이 경배하는 메카의 카바(Kaaba) 신전에 보관된 운석처럼 검은빛을 띠고 있었으며, 쓰고 떫은 맛이 났다”고 적었다. 무슬림들은 뜨겁게 우려낸 이 음료에 ‘자극하는 것’이란 뜻을 가진 ‘카베(Kaweh)’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베가 17세기 유럽으로 전해져 ‘커피’로 불렸던 것이다.

 

서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 동쪽으로는 멀리 인도에서 메카를 순례하는 무슬림들은 여행길에 무함마드를 살려낸 커피의 전설을 찬양하면서, “커피를 몸에 담은 자는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만들어냈다.

 

커피가 이슬람의 음료가 된 사연을 신앙심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풀이하는 게 더 그럴싸하다. 코란(Koran)을 밤새워 암송하는 종교적 특성 때문에 잠을 쫓는 커피가 요긴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을 때 무함마드는 글자를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코란은 ‘읽어라(꾸란)’라는 뜻으로, 천사를 통한 계시는 610년부터 23년간 계속됐다. 무함마드는 이를 모두 외워서 주변에 전했다. 코란은 애초 소리를 글로 옮긴 것이기에 독송할 때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가 죽은 뒤 제자들이 암송 내용을 글로 엮어보니 114장 6342개 절이 됐다.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아라비아 반도에서 기록보다 암송을 통한 선교는 시쳇말로 기막힌 전략이었다.

 

구약성경에서 허락한 포도주를 애써 금지한 것도 이슬람의 선교에 유익했다. 알코올 기운으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는 코란을 암송하기 어려운 탓이다. 반면 커피는 마실수록 정신을 또렷하게 만듦으로써 복잡한 구절을 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이슬람이 경전을 통해 금지하는 것은 술 자체라기보다는 ‘취한 상태’이다. 코란에는 “믿는 신앙인들이여, 술에 취하여 예배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때 까지라…”는 문구가 있다. 반면 “술과 도박에는 큰 죄악과 인간에 유용한 것이 있으나…”라는 구절도 있어 이를 근거로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신과의 체험을 통해 신의 사랑을 확인하려 했던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이 되레 정신을 선명하게 각성시키는 커피를 의식에 애용했다는 것은 언뜻 난센스로 보인다. 수피교도들은 접신(接神)을 하기 위해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을 파고들고자 애를 썼다. 커피는 입맛을 떨어뜨림으로써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데도 유용했다. 무아지경을 향한 길이라도 알코올을 통해서는 환각으로 빠지고, 커피를 거쳐서는 몰입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도 이슬람이 포도주보다 커피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로 작용했다. 커피가 무함마드를 살려냈다는 믿음에는 커피를 통해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그들의 바람이 배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8월 9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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