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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한국전쟁 70년, 갈등을 넘어 화해로18: 2000년 새날 새삶을 여는 미사

119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6-01

[한국전쟁 70년, 갈등을 넘어 화해로] (18) 2000년 새날 새삶을 여는 미사


참된 평화·통일 기도하며 구현한 대희년 정신

 

 

-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광장에서 춘천교구 주최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는 과거사를 공동 참회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땅에 참된 평화와 통일이 이뤄지길 기도하는 자리였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한국 교회가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던진 화두는 ‘대희년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였다. 여기에는 민족의 화해와 용서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 주교회의는 1998년 10월 가을 정기총회에서 희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새날 새삶’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운동의 네 가지 기본 틀은 △ 개인 차원의 ‘나부터 새롭게’ △ 가정 차원의 ‘참된 가정 이루기’ △ 사회 차원의 ‘좋은 이웃 되어주기’ △ 민족과 국가 차원의 ‘함께 가요 우리’였다.

 

특히, 민족의 화해를 이루고 함께 가겠다는 한국 교회의 노력과 의지는 2000년 6월 25일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광장에서 봉헌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를 기점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새날 새삶을 여는 미사

 

이날 미사가 시작되기 전 50년 전 전쟁이 발발했던 시각(새벽 4시)에 맞춰 평화의 종이 울려 퍼졌다. 평화의 종이 50차례 울릴 때마다 미사 참여를 위해 자정부터 월정리역 광장에 모인 7000여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로 응답했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제대를 비롯한 곳곳에 스며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퍼온 흙 250부대로 쌓은 ‘평화의 제대’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제단에는 산불로 타버린 남한의 소나무와 북한산 주목을 엮어 만든 5m 크기의 대형 십자가가 우뚝 서 남북이 하나가 됨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평화의 종 또한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이사 2,4) 성경 말씀에 따라 한국전쟁 때 사용한 포탄과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

 

미사는 공동 참회 예식으로 시작했다. 주교단과 사제단, 신자들은 한국 교회가 200년 역사 속에서 저지른 과오를 고백했다. 한국 교회가 분단과 냉전, 독재정권 하에서 교회의 안위만을 우선한 처신, 가족 이기주의와 무관심, 약자에 대한 냉대, 참 신앙인답게 살지 못한 점 등을 공개적으로 참회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했다.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가 예수님을 닮은 참된 인간애로 살아갈 때 남북이 서로의 담을 헐어버리고 하나의 새로운 민족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나를 내어주는 사랑의 삶으로 바꿔나가자”고 호소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통일의 길은 우리 마음에서부터 열려야 한다”며 “평화 통일을 위해 그리스도를 닮은 자기 희생과 헌신적인 사명감을 갖자”고 당부했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14명의 주교와 신자들은 미사 끝 무렵 동이 트는 북녘 하늘과 땅을 향해 십자가를 그으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북녘 동포들을 축복했다.

 

이날 미사는 남북한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이 땅에 희년 정신을 구현하는 첫걸음을 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 민족이 지난 50년간 가슴 속에 품었던 원한을 털어내고 화해와 평화의 새날 새삶을 여는 미사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한반도 평화를 한마음으로 기도한 보편 교회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한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같은 해 6월 13일 평양에서 김대중(토마스 모어)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져 6ㆍ15 공동 선언이 발표됐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도 대결과 반목으로 일관해온 50여 년의 분단 역사를 허물고 화해와 협력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한국의 주교들도 정상회담이 민족의 참다운 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북한 방문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 대주교는 2000년 5월 2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평양교구장 서리의 직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에서만 대축일 미사를 봉헌해 아쉽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평양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성사되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해 6월 11일 바티칸에서 주일 낮 삼종기도를 마치고 발표한 특별 담화를 통해 “남북한 간의 대화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회담 성공을 기원한다”며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가 양측 주민들의 화해와 반세기 이상 헤어져 있던 이산가족들의 재회, 한반도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특정 국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특별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 103위 시성식과 1989년 세계성체대회 때 방한해 분단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 바 있다.

 

 

멀고도 가까운 한반도 평화

 

민족 화해와 일치에 대한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전국대회를 통해 한국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북녘 동포를 돕는 사랑을 구호가 아닌 구체적 실천으로 표현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미사 헌금은 북한 동포 돕기를 위해 사용됐으며, 이날 행사에서 한국 교회는 북녘 땅 3개 시·9개 도와 결연을 맺고 대북지원사업을 다채롭게 펼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행사를 기점으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들이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대북지원 사업 창구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한국 주교회의 차원에서 대북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치기 시작했다. 그 성과로 각종 씨앗과 의료물품 보내기, 옥수수 2000t 지원 등 적극적이고 폭넓게 사업을 전개했다. 민족화해센터 설립도 대희년 다음 해인 2001년에 결정됐다.

 

행사를 주최한 춘천교구는 후속 사업으로 교구 모든 본당에 ‘남북 한 식구 한 삶 위원회’를 조직, 매달 25일에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또 ‘한솥밥 한식구’운동 등 북녘 동포 돕기 사업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기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6월 29일 북한의 북방 한계선 침범과 기습 공격으로 교전이 발생해 대한민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하는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이어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첫 핵실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 2010년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남북 교류는 줄어들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마저 단절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대북 지원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을 계속하며 평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5월 31일,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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