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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동의 집 지구가 보내는 신호: 거대한 가속에서 담대한 전환으로

176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8-10

[‘공동의 집’ 지구가 보내는 신호] 거대한 가속에서 담대한 전환으로

 

 

우리는 지구 모든 곳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모든 것에 존재하므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는 조물주가 아니므로 창조의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얇은 대기에 둘러싸여 자전하는 단 하나뿐인 이 푸른 지구 위에 살고 있다. 지난 1만 2,000년 전부터 안정화된 기후조건으로 대기, 바다, 육지와 빙하가 함께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태계를 키워냈다. 이것이 문명을 가능하게 했다.

 

공기 중 질소를 고정하여 인공비료를 만들고 종자 개량과 살충제를 이용하여 식량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의학 진보와 보건 개선으로 전염병을 줄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는 맬서스 이론이 깨졌다. 이로써 홀로세(Holocene)1) 이전 수백만 명이던 세계 인구가 현재 77억 명에 이르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 증가와 함께 사회·경제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른바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일어났다. 1950-2010년 사이 인구는 거의 3배 증가했고 세계 실질 GDP는 7배 늘었다. 담수 사용량도 3배 이상, 에너지 사용은 4배, 비료 사용은 10배 이상 불어났다. 오늘날 인류는 약 2,800억 개의 전구를 밝힐 수 있는 에너지인 17조 와트를 사용한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풍요로워졌다.

 

스티븐 핑거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가 폭력과 가난을 줄이고 유아 사망률을 낮추며 기대수명을 늘리는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스 로슬링도 저서 『팩트풀니스』에서 1970년대 이후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 예방접종을 받은 아동, 안전한 상수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90% 증가하고 재해 사망률이 10분의 1로 감소하는 등 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를 밝혔다.

 

이 모든 발전은 인간의 두뇌와 근육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 사회·경제 발전을 저해했던 수많은 제약을 없앴다. 이것은 억겁의 세월 동안 태양에너지를 축적한 석유, 석탄과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를 태워 얻은 에너지 덕분이었다. 이와 함께 지구로부터 엄청난 자원을 착취하듯 빼내 쓰고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와 오염먼지를 거의 공짜로 지구에 버렸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이기도 하다.

 

인류는 생태계에서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제는 그 구석이 너무 커져 전체를 왜곡시킨다. 특히, 우리는 매우 적은 양의 변화로도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로 지구의 급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0만 년 동안 10만 년 주기로 빙기와 간빙기를 규칙적으로 오갔다. 빙기에서 간빙기로 변하는 기간은 약 1만 년이 걸렸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빙기 때 0.02%에서 간빙기 때 0.03%로 증가했다. 이때 지구 평균 기온이 약 4도 상승했는데 자연에서는 빠른 변화였다. 인간 활동으로 지난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0.01% 더 증가하여 현재 0.04%에 달하였고 기온은 1도 더 상승했다. 이처럼 인간에 의한 지구 가열 속도는 자연보다 20배 이상이나 빠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태양에너지 변화, 화산 분출, 빙하 주기와 지각판 변동으로 인한 자연적인 기후변화보다 더 큰 크기와 속도로 지구에 영향을 준다. 인간 영향력이 자연을 넘어섬으로써 지구가 새로운 시대인 ‘인류세’2)에 들어섰다.

 

인류세에 진입했음에도 아직 지구가 별문제 없이 보일 수 있다. 지구가 인간이 가하는 압박을 완충하고 완화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회복력이 클 때는 음의 되먹임이 작용하여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마치 불만스럽게 떼쓰는 아이를 끈기 있게 보살피는 어머니처럼, 지구는 인류가 가하는 스트레스와 폐해를 흡수한다.

 

얼마 전까지 지구라는 ‘큰 행성’에서 인류가 이룬 ‘작은 세상’은 별 탈 없이 유지될 수 있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지구에 상처를 냈지만, 지구는 아주 커서 원래대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가 견딜 수 있는 능력도 한계가 있다. 지구도 지속적이고 강력해지는 충격으로 속은 멍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호적인 지구에서 자신을 스스로 밀어내고 있다. ‘큰 행성의 작은 세상’에서 ‘작은 행성의 큰 세상’에 들어선 것이다.

 

체온이 우리 몸 상태를 나타내는 것처럼 기온 상승이 지구 상태를 대표할 수 있다. 체온이 정상에서 1도를 넘으면 미열이 발생하고 1.5도를 넘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4도를 넘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오늘날 지구 평균기온 1도 상승으로도 기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일시적이고 곳에 따라 발생하는 극단적인 날씨는 순수하게 자연적인 요인으로만 일어나지 않고 이미 인간의 흔적이 담겨 있다. 지금보다 0.5도 더 상승해 1.5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언제나 세계 모든 곳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2도 이상 상승은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다. 이렇게 되면 지난 1만 2,000년 동안 유지되었던 안정한 기후에서 벗어나 회복력을 상실할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각국의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완전히 수행한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에 기온 상승은 3도 이상이 되어 파국적 혼돈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온 상승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당뇨병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 당뇨병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되면 심장질환, 뇌졸중, 신부전, 실명과 같은 수많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지구가열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무너지면 기후가 변덕스럽고 가혹한 상태가 될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전염병 확산 등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특히, 온실가스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있어 가열 효과가 누적되고 그 영향이 지구 전체로 퍼진다. 기후위기는 자연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와 사회도 급속하고 심각한 변화와 불확실성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충동이 있다. 그것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앞으로 기술 혁신이 기후위기를 극복해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면 그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성장이 빠를수록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도 그만큼 빠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최근 세계 경제는 매년 3%씩 성장해 25년마다 2배 넘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속해서 성장해야만 하는 경제는 지속해서 팽창하는 풍선과 같은 행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행성은 풍선처럼 언젠가는 터져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규모가 작으면 2배로 커져도 별 영향이 없다. 하지만 규모가 큰 경제가 2배로 커지면 오래지 않아 다시 2배로 커지면서 지구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연못에 수련 한 잎이 매일 2배씩 생겨나 30일 뒤 연못이 수련 잎으로 가득 덮인다고 하자. 수련이 절반을 뒤덮을 때까지 29일이 걸리지만, 그다음 날에 전체 연못을 뒤덮는다. 미리 제한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에서는 손 쓸 시간이 없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므로 바로 행동해야만 한다.

 

기후위기는 의도했던 결과가 아니다. 우리가 유례없는 위업을 달성하고 대규모로 기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점에,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것을 만들고 많은 것을 내다 버리면서도 아무 성찰도 하지 않았다. 더 빨리 더 크게 더 많이, 성장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성장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성찰해야 할 때다.

 

과거 위험은 홍수, 가뭄, 지진, 화산, 전염병처럼 외부적으로 일어났다. 이는 방재 기술이나 보건 위생 등의 결핍 때문에 생겼다. 선진사회에서는 그러한 결핍을 채움으로써 위험에 대응해왔다. 반면 기후위기, 지구환경 파괴, 오존층 파괴, 생태계 파괴, 오염먼지와 같은 현대 위험은 과거 결핍을 메웠던 산업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내재적 위험이며 과잉으로 발생한다. 결국 현대 위험의 원인은 자연 자체가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류문명에서 비롯한다.

 

오늘날 지구가 파괴되는 것은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욕망의 과잉 때문이다.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지구 여건이 우리 욕망보다 먼저 고갈될 것이다. 전 세계 인구 10분의 1이 기아에 시달리지만, 음식물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미세먼지와 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있다.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인간이 필요한 것은 다 가진 셈이다. 이 필요에 결핍이 있다면 우리가 함께 보살피고 아끼고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우리가 일으킨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제거하고 새로운 판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미 지난 수억 년 동안 지구는 인간 없이도 생명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멸종시키기도 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인류는 자연의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물적 성장을 하려는 욕망은 자연에 의존하면서도 결국 생존 한계를 벗어나게 해 오히려 생존을 해치게 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기지 못한다.”(마태 6,24)는 예수님 말씀대로 물적 성장을 추구하는 우상을 부숴버려야 한다.

 

우리는 생명 파괴의 ‘거대한 가속’에서 생명이 지속할 수 있는 ‘담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미래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담대하게 선택해야 할 때 올 것이다.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

 

1) 약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시대를 말한다.

2)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지질시대의 이름. (시작 시점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한 1800년대 산업혁명 혹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경이 논의되고 있다.)

 

* 조천호 - 대기과학자. 대한민국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냈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파란하늘 빨간지구』가 있다.

 

[생활성서, 2020년 8월호, 조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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