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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주일 특집: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 아동

174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5-17

[생명 주일]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2) 아동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 아동 인권 의식 현주소

 

 

지난 5월 3일은 제10회 생명 주일이었다. 생명 주일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불가침성 수호를 위해 주교회의가 정한 날로, 2011년부터 매년 5월 첫째 주일에 기념해 오고 있다.

 

올해 제10회 생명 주일을 맞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의 현실과 그 원인·해법을 알아보는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특집, 이번 편에서는 ‘아동’에 대해 살펴본다.

 

 

아동에 대한 인권 의식 결여

 

‘가해자인 자신과 피해 아동인 타인의 인간으로서 권리가 동일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동대학교 사회복지과 류미령 교수는 2017년 학술지 「법과인권교육연구」 제10권 제1호에 실린 논문 ‘인권교육을 통한 아동권리 증진방안’에서 “아동 인권침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인권 의식 결여”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아동은 인권 보호의 우선 대상이고, 공공과 민간에서는 아동의 인권 증진을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동 인권 침해 사례는 계속 증가해 왔다면서다. 특히 류 교수는 “아동 권리 인식은 공동체에서 타인과 나의 인권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기제”라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 궁극적으로 아동의 인권이 증진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이 존중받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에서 아동의 존엄성이 끊임없이 훼손돼 온 데에는 아동에 대한 낮은 인권 의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권위적인 유교 문화에서 아동은 어른보다 서열상 하위의 존재로 인식돼 왔고, 자녀 문제는 부모나 가정 문제로 치환되면서 아동에 대해 부모가 훈육·교육하고 그 과정에서 체벌 등이 이뤄지는 건 암묵적으로 용인돼 왔다.

 

 

 

계속되는 아동 학대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거나 “돈 때문에”라는 태도는 아이가 위협받아도 부모 외엔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국가·사회의 소극적 개입, 돈이라면 생명 포기도 가능케 하는 생명 경시 풍조 등을 만들어 냈다. 그 탓에 10살 의붓딸 식습관을 고친다는 이유로 소금밥을 먹여 소금 중독으로 숨지게 한 사건, 갓난아기 2명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도 부부가 육아·아동 수당을 받아 챙긴 사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프라이팬으로 아이 머리를 때려 의식이 없는 걸 확인하고도 응급실 비용이 걱정돼 신고를 미룬 사건 등이 생겼다.

 

문제는 이렇게 아동에 대한 낮은 인권 의식이 계속해서 많은 아동 학대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7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아동 학대 사례는 매년 증가해 왔다. 2017년 발생한 아동 학대 사례 중 80.4%는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 76.8%는 학대 행위자가 부모였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아동은 가장 많이 학대받고 있었고, 가장 의지해야 할 부모에게 존엄성을 가장 많이 침해받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피해 아동 중 80.9%는 초기 조치 결과 ‘원가정보호’를 받았고, 전체 아동 학대 사례 2만2367건 중 9.7%는 재학대 사례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동에 대한 낮은 인권 의식으로 아동 학대가 계속 발생하는 일을 막으려면 아동을 개별 주체로 인식하는 아동 인권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권 교육 등을 통해 아동에 대한 인권 의식을 향상시켜야 하고, 사회도 아동 문제를 가정사만이 아닌 모두의 일로 인식하는 등 아동의 존엄성 수호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동에 대한 인권 존중 필요

 

가톨릭대학교 아동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서울대교구 유아부 지도 박종수 신부는 “결국 아동 학대의 80% 이상이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만 봐도 아동 학대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부모가 된 부모로부터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생명에 대한, 인격에 대한 교육들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아이들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인격적 존중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한 존중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고, 교회에서는 혼인교리에서부터 시작해 생명이 단순히 부부 사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에게 맡겨진 생명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것의 시작은 물질 만능 주의이고 그 탓에 인격에 대한 존중이 없어졌다”면서 “돈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는 돈이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생명을 위해 엄청난 돈을 쓰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생명과 도덕성·인격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예방본부 학대예방기획부 심의선 팀장도 “아동은 인격적으로 대해야 하는 주체이지 징계나 체벌을 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면서 “유교 사상이 강한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가 아동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동 학대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팀장은 “아이는 가정 안에서 길러져야 더 좋고 행복하다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가정이라도 그 가정을 변화시켜서 부모가 아이를 올바르고 지혜롭게 교육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해 가다 보면 아이가 진정한 보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해 피해 아동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신경 쓰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7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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