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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18일 (목)부활 제3주간 목요일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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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 심포지엄

123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09-15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 심포지엄 (상)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 cpbc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 가톨릭신문사 공동 주최


팬데믹 시대, 청소년 사목 점검하고 어려운 이웃 돌아볼 기회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과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은 5일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연구원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제11회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연구원은 △ 개인 영성생활 △ 신앙공동체 △ 가정과 청소년 △ 교회와 사회 △ 국제 관계 △ 우주적 생태 관점의 맥락과 흐름 등 6개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 현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세 차례에 걸쳐 6개 분야 발표를 요약 정리한다.

 

 

제1발표 - 한 노인의 꿈 :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청소년 사목

정준교(스테파노) 다음세대살림연구소장

 

코로나19는 청소년 사목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던 여름 신앙학교 행사마저 못 하게 만들었다. 많은 본당의 청소년 사목은 이제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준교 소장은 “청소년 사목 분야는 이전부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청소년 사목을 한국 교회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진단했다. 약한 고리 개념을 목걸이에 비유하면, 목걸이를 이루는 연결 고리 10개 중 9개가 튼튼하더라도 단 1개가 약해 끊어지면 목걸이 전체를 쓸 수 없게 된다. 즉 ‘약한 고리’는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정 소장은 “여러 통계에서 천주교회 청소년들은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교회 냉담률을 낮추려면 전략적으로 냉담률이 가장 높은 20대와 30대, 10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교회 안에서 청소년 냉담률을 낮추기 위한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정지된 후 사회가 돌아가는 첫 번재 단추는 고3 학생의 등교였다. 이들의 교육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와 각 가정에서 청소년 교육에 신경을 쓰는 정도에 비교하면 교회에서 청소년에게 쏟는 관심은 대단히 미약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소장은 코로나19 위기도 위기지만 앞으로 다가올 2030년은 “코로나19와는 비교가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벌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는 신자들이 미사 참여를 하지 못해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정도다. 하지만 미래학자들이 지금과 전혀 다른 세계가 온다고 말하는 2030년에는 신자들이 신앙생활 자체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자들이 성당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지만 2030년에는 성당에 가야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2030년 준비를 위한 새롭고 진정한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면 청소년 사목이 멈춰 서 있는 시기가 한국 교회의 ‘약한 고리’인 청소년 대상의 사목 재활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봤다.

 

정 소장은 청소년 사목을 위한 12가지 제안을 제시했다. △ 청소년 사목의 정확한 실태 파악 △ 가정을 비롯한 기존 청소년 사목에 대한 전제의 타당성 재고 △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을 갖도록 협조 △ 예수 그리스도 모범을 따라 청소년과 동반에 적극 나섬 △ 청소년의 공동체 체험에 협조 △ 사회교리와 생태 교리에 관심 △ 교리교사 양성에 진력 △ 청소년 사목 대상을 본당 밖을 넘어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 △ 가정 사목과 연계 △ 보편 교회와 연대 강화 △ 교회 공동체 역사적 기억 복원 등이다.

 

정 소장은 “청소년 사목은 그동안 많은 애를 써왔음에도 의도하는 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표적 사목 분야”라면서 “근본적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사목 변화를 더이상 뒤로 미루지 말고 말만의 성찬은 뒤로하고 과감한 연구와 투자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청소년들과 동반부터 시도해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2발표 - 형제애와 연대의 뉴 노멀

박동호(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 주임) 신부

 

박동호 신부는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더 취약한 이들, 더 큰 위기를 겪는 이들이 있다는 현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재난 앞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과 분야를 기준으로 재난의 실재를 성찰하고, 판단하며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많이 아프고 힘든 사람이나 분야가 건강하고 안전할 때 실제로 ‘모두’가 재난에서 생존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신부는 코로나19가 불러온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 상태)이 내포한 위험을 경계했다. 여성,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이민과 난민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 취약한 상황이 이들에겐 ‘노멀’(normal, 정상 상태)이었다. 박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을 노멀에서 뉴 노멀로 강제로 이동시키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더 심각한 고통과 죽음이라는 뉴 노멀로 조용히, 더 잔인하게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퀵서비스 노동자와 콜센터 직원은 높아진 노동 강도로 더욱 위험해졌다. 영세 사업자와 이주 노동자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돌봄과 생계의 이중 부담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늘어났고, 복지센터 휴관과 공교육의 온라인 수업 전환으로 장애인들에게 놓인 생활 장벽은 높아져만 갔다. 박 신부는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취약 계층의 정상 상태가 더 안 좋은 새로운 정상 상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특정 소수집단은 평소에도 터무니없는 차별을 받는 상태(normal)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더 노골적 혹은 더 가혹하게 차별과 공격을(new normal)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러한 팬데믹이 불러온 위기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회피가 새로운 정상 상태로 자리 잡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한 정상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공동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사회 전체가 무수한 죽음 앞에서 무덤덤함과 회피를 새로운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며 건강한 정상 상태로 나아가는 길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 누구보다 극심한 고통을 겪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는 취약한 사람과 분야다.

 

박 신부는 이 시기가 “교회로서는 은총의 시간이며 기회”라고 역설하며 가톨릭교회가 교회의 교회다움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 하는 사랑’을 실천하기를 촉구했다.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 하는 사랑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에서 비롯된다.

 

박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단언한 교회의 참된 영성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이었다”면서 “교회가 회복해야 할 정신, 영성, 태도, 몸짓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보여줬던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 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적 약자’를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발부한 ‘소환장’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이며 ‘영원한 생명’ ‘신앙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하느님의 척도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취약 계층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공적 제도와 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이 교회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13일, 박수정 기자]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 심포지엄 (중)


본당 중심 신앙생활 넘어 ‘삶의 미사화’ 위한 상상력 발휘하자

 

 

제3발표 - 코로나 사태와 교회 : 인간 구원의 성사인 공동체

김정용 신부(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을 종교 집회와 활동을 위축시키는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면서 “종교 존재의 이유, 종교적 실천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종교가 코로나19 사태를 스스로 새롭게 성찰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본 것이다.

 

김 신부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질병 시대에 직면했던 시절을 상기했다. “그 시대에 그리스도교가 신뢰할만한 종교로 육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도인이 복음 정신을 그 시대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고, 당대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함께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관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가 직면한 공동체성에 초점을 둔 김 신부는 “코로나 사태 앞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신앙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선포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이런 물음 앞에서 우리가 모든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의 탐색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미사 중심, 전례 중심, 성직자 중심, 성당 중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본당이 세상 사람을 위한 구원의 성사, 구원의 공동체로서 현존하기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는 성직자 중심에서 하느님 백성 중심으로, 성당 중심에서 일상(세상) 중심으로, 교회 중심에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중심이 이동돼야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하지 않는 미사의 경험은 사제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남겼으리라 본다”며 비대면 시대에는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시대에 사제의 영적 권위는 직무적 권위 자체가 아니라 신뢰와 소통, 인격성과 봉사에 의해서만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다. 더불어 본당이 성직자 중심주의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통 구조의 확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본당을 체계화하고 구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사 전례의 의미를 본당 영역에만 한정시키는 사고를 경계했다. 그는 “본당은 신앙생활의 시작점이고 신앙은 세상 속에서 완수된다”며 “성체성사는 타인과 이웃을 위한 헌신으로 완성된다”고 했다.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모시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리스도의 희생을 이웃과 나눌 때 미사 참여의 의미는 비로소 완전해진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시선, 삶의 방식, 성령의 이끄심을 더욱 체질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김 신부는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과 직장, 지역과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다움을 삶으로 증언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와 그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확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신부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타인을 위한 존재로 부름 받았음을 일깨우며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서 ‘나’와 ‘너’의 자유롭고 인격적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우리’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제4발표 - 코로나 시대의 신앙 : 종교사회학적, 교회론적 전망에서

정희완 신부(안동교구,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장)

 

정희완 신부는 일본에서 선교 사제로 사목하는 빌 그림(메리놀회) 신부의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메리놀 선교 신부의 지적처럼 교회가 다시 시작(restart)할 것인지, 새롭게 시작(renew)할 것인지는 우리 신앙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예전 모습대로 교회가 ‘다시 시작’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코로나19의 경험에서 교회의 전반적 모습을 새롭게 성찰하고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를 말이다.

 

그는 전례와 성사에 대한 확장된 이해와 상상이 필요할 때임을 강조하며 온라인 미사를 둘러싼 신학적 논쟁을 소개했다. 정 신부는 공동체 미사가 중단된 뒤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미사에 대해 “텔레비전 미사와 온라인 미사는 보는 것이지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성적 참여, 가상적 참여의 의미를 새롭게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이며 “온라인 미사의 유효성과 정당성이 아직 인정되는 것 아니지만, 온라인 전례에서 기술의 사용에 대해 좀 더 열린 태도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전례를 거행하는 일이 성직자만 가능한 점을 지적하며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면서 결국 전례와 성사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 생활의 핵심인 전례에 신자들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과연 전례는 누구를 위한, 누가 거행하는 것인가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전례는 복합적인 신학적 논의를 포함하고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례 문제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전례 형식이 아니라 전례가 지향하는, 전례 안에 내포된 궁극적 의미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 전례 안에서 그 깊은 의미와 전례의 효과, 힘을 알고 느끼는 신자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정 신부는 “코로나 사태가 전례에 던지는 도전은 기존의 전례가 신자들에게 과연 어떤 모습과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청한다”고 분석했다.

 

정 신부는 신앙생활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상상을 제안하며 이동과 대규모 모임이 제한됐을 때 “가까운 이웃이 모여 함께 성경 말씀을 듣고 식사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 넓은 의미에서 미사의 정신을 영성적으로 수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의 예식화와 삶의 미사화에 대한 폭넓은 상상이 필요한 때라며 “공소 예절과 말씀의 전례를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는 본당이라는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수행해 왔던 신앙생활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 코로나19로 기존 본당 생활을 통해 신자들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영성을 성장시키는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정 신부는 “신앙생활의 무게가 전례와 성사 중심의 교회 생활에서 영성적 차원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발견한다”며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신앙 성숙과 영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신자들이 깨달아 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20일, 정리=박수정 기자]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 심포지엄 (하 · 끝)


세계화 문제의 해법은 ‘지역화’… 가족과 교회가 가장 중요한 무대 될 것

 

 

제5발표 - 코로나19와 생태환경 :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조현철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수)

 

조현철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바이러스 감염병이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야 할 재난으로 봤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단순한 걸림돌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진보와 발전만으로 여겨왔던 ‘경제 성장’에 보내는 긴급 경고음이라는 것이다.

 

조 신부는 “극복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며, 싸워야 할 것은 사람과 자연을 철저히 도구화해 끝없이 이윤과 풍요를 추구한 탐욕의 체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에 관한 고민은 ‘이전’에 관한 근원적 반성을 요구한다.

 

코로나19는 세계화에 내재된 문제점과 위험을 드러냈다. 바이러스는 세계화 시스템의 일부인 교통망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감염을 막으려는 각국의 봉쇄 정책은 긴밀한 연결에 기반을 둔 세계화 질서에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세계화의 핵심인 경제가 가장 크게 휘청거렸다. 코로나19와 같이 세계화의 긴밀한 연결망 자체를 훼손하는 재난은 거의 모든 나라를 위기에 빠트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 신부는 이러한 세계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화와 바이러스 감염병의 밀접한 관계, 노동과 자연에 미치는 세계화의 파괴적인 영향, 정상사고(normal accident, 시스템 속성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의 관점이 보여주는 세계화 자체의 위험과 취약성을 고려하면 세계화는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할 흐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신부가 제시하는 근본 처방은 ‘긴밀한 연계’를 ‘느슨한 연계’로 바꾸는 지역화다. 세계화가 과잉 수준의 연결을 초래했다면 지역화는 적정 수준의 연결을 지향한다. 세계화와 세계의 획일적 단일화를 꾀했다면, 지역화는 지역의 고유한 다양성을 존중한다. 지역화는 지역에서 필요한 것은 가능하면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당한 수준의 자립적 경제를 지향한다.

 

조 신부는 “지역화 경제는 세계화 경제의 문제점을 대폭 해소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가 느슨한 연계로 바뀌면서 세계적 재난 발생의 가능성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불필요한 국제 교역 감소로 인한 수송 에너지 사용 감소, 글로벌 산업농에서 소농 중심의 유기농법 확대, 지역의 자연환경 관심 증대, 지역 문화의 다양성과 고유성 존중 등을 기대했다.

 

지역화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연대’를 꼽은 조 신부는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지역화 경제는 연대를 우선적 가치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지역화로 근원적 전환을 하려면 결국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각성이 필요하다. 조 신부는 “좋은 삶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창조질서 안에서 근원적 유대로 연결돼 있는 우리의 이웃과 존중에서 시작한다는 깨달음과 확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의 모범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이 단순한 삶과 절제하는 생활에 모범이 되기를 당부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창조질서 보전의 맥락에서 세상의 선한 이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좋은 삶’ 구현에 힘써야 한다”며 “이것이 지역화로 가는 더디지만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제6발표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아시아의 변화와 교회를 위한 제언

박태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박태균 교수는 세계사적 측면에서 1929년 경제 대공황 당시 각 국가의 정부가 취한 정책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들며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대안 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정책의 중요성은 이미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나타났다. 방역에 성공한 국가와 성공하지 못한 국가 사이에서 정부 정책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선진국으로 규정됐던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완전히 실패한 반면, 강소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여겨진 국가에서는 성공적 방역이 이뤄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과거 1인당 GDP를 중심으로 국가 순위를 매기던 시대에서 새로운 평가 기준이 등장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 방향에 대해 △ 과거와의 단절과 대전환(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 예상) △ 모순의 심화와 가속화(탈냉전과 신자유주의 한계로 나타난 변화의 속도가 코로나19로 앞당겨질 가능성) △ 복구와 재건(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이전 사회질서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을 전망했다.

 

과거와의 단절과 대전환 전망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점은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있다. 그는 “가치관은 성장과 효율 중심 생명 가치 중심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겠지만, 생명 가치 중심의 가치관이 더 강화될 것이다”고 예측했다. 생명 가치 중심의 가치관 대두는 역설적으로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중심 사회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기존 관계가 끊어지거나 재편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박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이나 교회가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면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사회 공동체 기초로써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인 가족의 증가는 교회 공동체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의 배경이 된다”고 말했다.

 

모순의 심화와 가속화 전망은 코로나19가 다가올 미래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진단에서 나왔다.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 미ㆍ중 갈등, 한ㆍ일 갈등,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이고, 이를 해결할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기존의 부작용과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복구와 재건 전망에 있어 박 교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보수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획기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경우 빠르게 과거의 질서를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 가지 전망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위기와 기회의 두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주문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민의 힘이 커지고, 극단적 종교 집단이 나타난 한국 사회의 현상을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는 1인 가족의 증가와 함께 비대면의 상황에서 가족과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일수록, 1인 가족일수록, 구심점이 약한 전통 가족일수록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때에 교회가 혁신과 포용의 가치를 내세우기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교회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차별과 불평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에 대해 포용하는 정책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27일,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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