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자료실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백) 2026년 2월 10일 (화)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신학자료

sub_menu

교의신학ㅣ교부학
[신학]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행복의 길을 묻다28: 현명을 비롯한 덕의 훈련을 통한 행복 추구

98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2-09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행복의 길을 묻다] (28) 현명을 비롯한 덕의 훈련을 통한 행복 추구


사추덕, 인생의 거의 모든 경우에 효과적으로 작용

 

 

- 사추덕 중 현명의 모습을 의인화한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의 <현명>

 

 

TV의 아침 방송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건강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더라도, 노화와 함께 늘어나는 다양한 질병을 막아낼 수는 없다. 병에 걸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지인들에게 물어 자신의 병을 치유해 줄 명의(名醫)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탔던 의사들이 과도한 욕심으로 몰락하는 소식도 함께 듣게 된다. 이와는 달리 드물지만 우연히 들른 병원에서 인간적인 따뜻함과 뛰어난 학식을 갖춘 의사를 만나 감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피하고 싶은 의사와 만나고 싶은 의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최소 10년 이상의 교육과 실습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은 가히 ‘이해’와 ‘지식’이라는 사변이성의 덕이나 ‘기술’이라는 실천이성의 덕까지 갖추었다고 볼만하다. 특히 고(故) 이태석 신부님이나 선우경식 원장님처럼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분들은 자주 ‘좋은 의사’를 넘어 ‘좋은 인간’이기도 하다. 

 

이런 분들은 소위 고대철학에서 말하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사추덕(四樞德)’을 갖춘 분들이라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사추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사추덕의 역사적 배경과 새로운 체계화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제시했던 사추덕을, 인간을 윤리적으로 완성하는 ‘도덕적 덕’들로 더욱 확장시켰다. 곧 용기, 절제, 아량, 관대, 웅지, 명예에 대한 사랑, 온유, 우정, 진실함, 재치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토마스는 이런 긴 목록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I-II,60,5) 그 많은 덕을 플라톤의 사추덕으로 다시 환원해서 정리했다. 이 네 가지 덕들은 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의 모든 핵심 내용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I-II,61,3) 

 

그에 따르면 ‘지복직관’이라는 인간의 최종 목적은 사후에야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세에서 인간적인 삶은 바로 ‘도덕적 덕들의 실천에 기반을 둔 활동적 삶(vita activa)’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덕들은 우리 삶에 있어 주된 덕, 즉 ‘추요덕(virtutes cardinales)’이라 불린다. 이 세상에서 최선의 삶은, 문이 경첩(cardo)을 회전하듯, 주로 그러한 덕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전통적인 사추덕을 새롭게 정리하기 위한 틀로서 인간 영혼의 대표적 기능인 지성, 의지, 욕구를 사용한다. 지성의 행위들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prudentia)’이다. 사변이성의 덕이자 행위의 목적과 연관된 ‘지혜’와는 달리, 현명은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수단의 선택에 관계하는 실천이성의 덕이다. 의사의 경우, 병든 이웃을 치료하려는 목적은 지혜에 의해서 추구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각각의 환자를 치료할 것인지는 현명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올바른 치료 방법이 선택되었다 하더라도 그 치료 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덕들이 필요하다. 인간의 습성들을 규제하여 욕구 능력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도덕적 덕들이다.

 

행위의 실행은 일차적으로 인간의 지성적 욕구인 ‘의지(voluntas)’를 따르는데, 이와 연관된 덕이 바로 ‘정의(iustitia)’다. 정의가 의지를 완성하여 타자에 대한 행위의 올바름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구적 부분은 이성에게 온전히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저항하기도”(I-II,58,2) 한다. 토마스에 따르면, ‘분노적 욕구’에 따라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행했을 때 다가올 수 있는 위험과 고통이 무서워서 피하고 싶다면 ‘용기(fortitudo)’의 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욕정적 욕구’에 따라 자신이 무엇인가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생활의 올바른 균형을 깨트릴 위험이 있다면 ‘절제(temperantia)’의 덕을 통해 이를 억제해야 한다.

 

사추덕에 대해서 숙고하면서, 갑자기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인터뷰 도중에 예외적으로 눈물을 터뜨리셨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뒤숭숭했다. 김 추기경님은 “하느님은 한국인에게 좋은 머리를 주셨는데 그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고…”라고 한탄하셨다. 

 

황 교수와 그의 연구팀들은 최고의 과학적 지식과 유전자 치환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기술로 난치병 환자들을 모두 치료하려는 선한 의지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험 결과를 정의롭게 취급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할 용기도 지니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수령한 막대한 연구비와 이에 따른 명예에 대한 욕심을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현명하지 못하게 실험 결과를 조작해서 세상을 속이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과 뛰어난 손기술을 통해 발달해 온 의학적인 발전이 진정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사추덕이 필요해 보인다. 

 

 

현명의 덕이 지닌 특별한 중요성

 

토마스는 도덕적 덕에 관해 논의하면서 “도덕적 덕은 현명 없이 존재할 수 없다”(I-II,58,4)고 말함으로써 현명의 중요성을 특별하게 강조한다. 토마스에 따르면, 지성적 덕들이 충만해도, ‘행위의 올바른 기준’인 현명이 결여되면 발달된 지식과 기술은 전체 삶과 공동선의 관점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나 행정가들은 현명의 덕이 없다면 희귀질환 치료제, 유전자 편집, 고가 중환자 치료의 자원 배분에서 누구의 생명을 우선하고 어떤 취약성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해 바르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학의 발전도 사추덕이 결여되어 있을 때, 오히려 구조적 부정의를 실행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세속적인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건강을 얻고자 한다면, 뛰어난 의료인들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각자가 자신의 상황을 ‘현명’하게 인식하고, 의사가 제시한 치료 수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도 지녀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면, 수술이 두렵다고 하더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 자신이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당뇨병 위험이 있다면 케이크와 단 음료의 섭취는 ‘절제’해야 한다. 

 

이렇게 사추덕을 지니는 것이 어찌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과정에서만 유용할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주 쉽게 인생의 거의 모든 경우에 사추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예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6년 2월 8일, 박승찬 엘리야 교수(가톨릭대학교 철학과)] 


0 3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