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에 대한 배려와 존중 - 결혼할 여자가 신내림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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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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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법] 종교에 대한 배려와 존중 - 결혼할 여자가 신내림을 받았어요
“저는 30대 중반으로 성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베드로(가칭)’입니다. 여자친구와 남들처럼 사랑을 하다가 결혼을 약속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자친구가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몸이 아팠고 병원을 가도 잘 낫지 않고 정확한 병명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친구를 지켜만 볼 수 없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내림굿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절대로 여자친구와 헤어질 마음이 없으며, 성당에서 혼인예식을 거행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내림은 토속신앙에서 중요한 종교인이 되는 예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예비 배우자의 토속신앙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인해, 종교 간의 심각한 갈등이 예상됩니다. 교구 법원에 근무하며 종교 갈등으로 법원에 찾아오시는 형제자매님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가톨릭교회는 혼인하려는 강한 의지를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가톨릭 신앙을 공공연하게 배척하는 경우라면 교구 직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교회법 제1071조 참조).
사실 한국 교회에서는 가톨릭 신자와 타 종교인 간의 혼인을 교구 직권자의 관면을 통해 허용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혼인 전에 사제와 각각 따로 면담하며 사제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하셔야 합니다. 특히 사제는 가톨릭 신앙에 대한 존중을 묻게 됩니다. 가톨릭 신자는 가톨릭교회의 헌법과도 같은 성경에 손을 얹고 서약합니다.
사제가 “당신의 배우자가 비록 천주교회의 신자는 아닐지라도 당신의 신앙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당신은 혼인한 후에도 변함없이 굳은 신앙생활을 계속할 것이며, 자녀들도 모두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게 하고 종교 교육을 받도록 노력할 것을 서약합니까?”라고 하면 신자 배우자는 “예”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신자 아닌 배우자에게는 이 서약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제는 비신자 배우자에게 신자 배우자가 지켜야 할 신앙생활과 자녀 종교 교육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즉, 가톨릭 신앙생활에 대한 깊은 배려와 존중이 없는 혼인은 심각한 갈등과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비신자 배우자의 종교 역시 배려되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분명 종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서로 간에 인격적인 배려와 존중도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 형제님처럼 혼인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실 경우 반드시 본당 신부님 또는 교구 법원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12월 29일(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수원주보 4면,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부사법대리,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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