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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영성심리: 나도 모르게!

210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31

[영성심리 칼럼] 나도 모르게!

 

 

얼마 전에 일이 있어 관광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에 들렀다가 김포공항을 거쳐 광주광역시까지 가는 일정이었죠. 6시간을 넘게 버스를 타고 앉아 있었으니 제법 긴 여정이다 싶기도 했지만, 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터라 아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죠.

 

어릴 적엔 차멀미를 심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시내 가까운 곳을 가려 해도 멀미 때문에 두세 정거장 가다 내리고, 속이 진정되면 다시 버스를 탔다가도 금세 내려야 했죠. 어머니께서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가을이던가요, 저도 모르게 멀미를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오래 버스를 타도 아무렇지 않은 제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지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것은 또 있습니다. 예전에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었는데, 지금은 매운 것이 제법 당깁니다. 겁이 많아 한의원에 가서 침 맞는 것을 질색했는데, 지금은 침도 의연하게 잘 맞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입맛이라든지 몸의 상태,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겪게 되는 모습들이지요.

 

그런데, 사소한 부분에서는 달라지기도 하지만, 내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모습은 변화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모습, 내 성격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내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하고, 변화하기를 바라면서 애써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같은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왜 이럴까?’ ‘어떻게 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도움을 얻고자 심리적으로 영적으로 이런저런 고민과 성찰을 나누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지요. 마음 깊은 곳의 근원적인 변화, 영적인 차원에서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오롯이 나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죠. 그런데, 하느님의 은총은 이미 우리 각자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하느님께서는 분명 나와 함께 계시면서 나에게 은총을 주시고 도와주고 계십니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 남은 시간 동안, 올 한 해 하느님께서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셨는지 찾아보면 어떨까요? 커다란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작고 사소한 변화라도 나도 모르게 달라진 부분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그 안에서 나와 함께 살고 계시는 하느님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실 겁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마르 4,26-27)

 

[2024년 12월 29일(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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