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 유익한 심리학: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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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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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심리학]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다 이루어졌다.”
이 말씀은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예수님께서 하신 마지막 말씀이다.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의 행위로 그 존재를 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행위가 존재에 준한다는 라틴어 격언은 맞는 말이다. 사람의 행위는 그 사람의 존재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다 이루어졌다”라고 하신 말씀에는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이루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스도(메시아, 구세주)로서 자신을,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살아냄,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루어진 행위들의 집합체로서 자기 삶, 곧 존재를 이루신 것이다. 구세주로서 자기 존재를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십자가의 길’이었다. 따라서 누구든 자기 존재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자기 십자가’(마태 10,38; 루가 14,27. 참조)를 짊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사람은 자아실현 경향성을 타고나며, 자기실현의 삶을 살아갈 때 행복하고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누구든 “다 이루어졌다”라는 마지막 말을 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여기에 다른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누구든 자기 존재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하느님과 하나 됨에 이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가 하느님과 하나 될 때 비로소 모든 여정을 마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관계의 하느님이요, 그래서 인격신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자아실현은 우리가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를 결정하는 우리의 선택이 이루어낸 결정체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하느님은 이렇게 우리와 관계를 맺으신다.
‘지금-여기’에서 주님의 크신 선물인 자유의 선택으로 나는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여기’에서 나의 행위요, 그 행위를 통해 ‘나는 존재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이요, 은혜로운 순간인가?
이 순간을 놓치고 이승에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얼마나 나태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 어느 시대보다 현대인들은 ‘자기 SELF’에 관심이 많다.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그래서 욕심껏 하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면 모든 것이 낭패로 끝날 수 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자기 존재는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로 나아가는 ‘나’를 이루는 일이기에 내 욕심껏 산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에는 하늘의 뜻도 담겨 있으니 ‘나에 대한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자기를 실현하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뜻이 있으니, 그것이 사람의 눈에는 작게 보이고 하찮게 보일지라도 하늘나라를 위한 일은 결코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충실한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5,23; 루카 16,10; 19,17. 참조)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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