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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인간학 칼럼: 로고스적 존재

51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7-10

[인간학 칼럼] 로고스적 존재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의 핵심 물음입니다. 철학은 인간이 관계되는 모든 주제를 해명하는 학문이지만, 그 과제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 모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이해가 또한 인간이 접하게 되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토대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철학의 핵심이며, 그에 따라 세계의 모든 사물과 사건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를 철학에서는 해석학적 순환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자기 이해이면서 또한 이 자기 이해가 인간이 이루는 모든 활동의 토대가 된다는 말이지요. 문화와 과학기술, 학문과 예술 등 모든 것은 이 자기 이해 위에 자리합니다.

 

고대 철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자기 이해를 ‘로고스를 지닌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로고스(logos) 개념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인간이 가진 ‘말’을 가리키거나 또는 인간의 본성적 능력인 이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세계를 이루는 근본 원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한 단어로 이 모든 것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을 로고스적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해명하는 지성적 능력을 지녔으며, 그것이 말/말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 핵심적 원리가 세계의 근본 이치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이 전통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유럽 철학의 핵심적 주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철학의 질문이 결국 인간에 대한 자기 해명에 있다면 이 전통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인간에 대한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유럽의 계몽주의는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해명합니다. 그래서 칸트는 이성을 인간의 본질로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는 계몽을 인간의 본질적 의무로 강조합니다. 계몽이란 자신의 이성을 스스로 사용하지 못하는 미성숙함에서 벗어나 이성을 토대로 해서 외부적 권위가 아니라 ‘감히 스스로 행동’하도록 촉구합니다. 계몽은 인간의 의무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세계의 주인이 되는 결정적 원리입니다. 계몽은 밖으로는 현대 세계의 모든 것은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면서 또한 안으로는 인간다움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성의 빛을 내면으로 비추어 성찰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인 까닭이란 말이지요.

 

오늘날 많은 철학이 이런 전통을 비판하는 까닭은 이 안에 담긴 인간중심주의 때문입니다. 과연 인간은 세계의 주인이며 모든 존재의 중심일까요? 아니면 인간은 그저 세계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다른 생명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까요?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철학은 인간은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 생명이 이루는 거대한 그물망의 한 코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 안에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현실적이며 문화적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일면적인 인간 중심과 로고스 중심의 철학을 비판하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지요.

 

[2024년 7월 7일(나해) 연중 제14주일 서울주보 7면, 신승환 스테파노(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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