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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12: 포콜라레 영성으로 본 시노달리타스

83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6-26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 (12·끝) 포콜라레 영성으로 본 시노달리타스


포콜라레 영성, 사랑과 일치 안에서 하느님께 도달하는 길 제시

 

 

- 지난해 4월, 포콜라레운동 마가렛 카람 회장과 헤수스 모렌 세페다노 공동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포콜라레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교회의 새로운 용어가 아니라 교회의 전통적인 의사결정과 실천방식을 요약한 단어입니다. 곧 시노달리타스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신앙감각을 지닌 하느님 백성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도출된 결론들에 대해 교회의 권위로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 제1회기 보고서는 ‘교회 영성’에 대한 다양한 은사(식별의 도구)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많은 교회 영성의 사도직 안에서 ‘포콜라레 영성으로 본 시노달리타스’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따뜻함(벽난로)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지속적인 경청을 통하여 자연스러운 신앙감각(Sensus Fidei)으로 식별하여 모두가 한마음을 품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 한국 천주교회는 주일 미사 참례율이 18.3%(2019년)였지만 최근에는 13.5%(2023년)입니다.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참례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교회가 따뜻함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따뜻함은 한국 천주교회가 가지고 있는 신앙감각인 ‘거룩함의 공동체’를 통해 회복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친교·일치)

 

시노달리타스는 세상을 향해 계속 진행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향하고, 세상이 교회를 향하려면 하느님 백성들이 친교를 통해 일치해야 합니다. 먼저 세상을 향한 교회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영혼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입니다. 분쟁과 이념과 대립의 현 시대를 성모님이 하느님께 시선을 돌려 오롯이 봉헌하셨듯이 나라와 민족, 남녀 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교회가 먼저 나누며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예수님 기도를 실천하는 일치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말씀 살기와 참여)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모든 믿는 이가 적합한 자격을 지니고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은총)을 통해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제12항)에 따르면 성령께서는 평신도의 참여와 부름의 은총으로 교회 쇄신과 더 폭넓은 교회 건설을 위해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이나 직무(사제직·예언직·왕직)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도록 초대하고 계십니다. 주교, 사제 중심의 성직주의를 버리고 평신도, 수도자와 함께 교회의 본래 모습인 사랑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백성 모두는 각자의 소명(서로 사랑하기)과 카리스마(말씀 살기) 안에서 하나 됨의 ‘일치’를 기억하고 희망해야 합니다.

 

 

여정의 교회(선교와 사명)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께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을 잉태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루카 1,29)고 성경은 말합니다. ‘식별의 시간’을 가지고, 마리아는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순명하십니다. 하느님의 역사하심(시간) 안에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고 가슴 찔리는 고통을 받으신 후 하늘 위로 승천하시고, 우리의 어머니가 되시는 이 모든 사건을 품어 안으셨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배신과 회심처럼 우리네 복잡한 일상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마리아처럼 성령의 거룩한 ‘식별의 시간’을 요구하십니다. 마리아의 시간(신비)과 베드로의 시간(현실)의 여정 안에서 우리의 사명은 종교의 민감한 문제들(성직중심주의·특정주의·성소수자 문제·탈교회화 등)을 반성하고, 환경·인권·기후 위기들을 올바르게 성찰해 교회 공동선을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합니다.

 

 

깨어 있기(현 순간을 살아가기)

 

“우리의 모든 노력은, 우리의 손에 주어진 유일한 시간인 현재의 이 순간을 향해 있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이 순간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영혼의 깊은 곳에서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 그러므로 이 순간에 하느님의 뜻을 하는 것은 ⋯ 우리의 삶이었습니다.”(포콜라레 영성, 이하 ‘영성’)

 

‘영성’은 교회 안에 존재하는 다른 많은 영성과 나란히 하느님께 도달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합니다. 복음에 근본을 둔 ‘영성’은 더불어 살게 하는 강한 공동체적 특성이 있는데, 어디서든지 일치를 이루게 하며, 오늘날 하느님 백성들의 영신적 갈증에도 답을 주고 있습니다.

 

‘영성’은 먼저 사랑이신 하느님을 깨닫고 그분 뜻을 식별하고자 노력하며, 이웃사랑을 통해 거저받은 사랑을 그분께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말씀에서 빛을 받으며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이웃과 서로 간의 사랑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삶에서 오는 고통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버림받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일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노력의 답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일치 안에서, 성체를 통해 양분(사랑할 힘)을 취합니다. 교회와의 일치 안에서 마리아처럼 세상에 예수님 현존을 낳아주고자 노력합니다. 이 세상에 우리 가운데 예수님 현존을 가져가는 것이 포콜라레 영성의 소명입니다.

 

포콜라레 운동(Focolare Movement)은 1943년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가톨릭의 사도직 영성·활동 단체이며 ‘마리아 사업회’라고도 불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트렌토시가 폭격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그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없는 하느님을 유일한 자신들 삶의 ‘이상(理想)’으로 선택한 끼아라 루빅과 그의 첫 친구들로부터 이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Focolare)는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세상에 ‘서로 간의 사랑과 모든 이의 일치’를 목적으로 창설된 영성 운동입니다. 포콜라레 공동체는 서로의 성소와 나이·신분·언어·문화가 다르면서도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말씀’ 한 구절을 매달 선택해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살면서 서로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자 노력합니다.

 

저도 주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 신앙인으로서 늘 말씀을 가까이하고 살아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훈련과 사랑 안에서 작지만 저의 경험담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포콜라레 회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 제공

 

 

주교단 ‘일치와 연대’ 한층 높이는 소중한 원동력

 

<분기별로 열리는 ‘주교 영성모임’>

 

저는 매년 분기별로 ‘주교 영성모임’에 참가합니다. 주교님들이 이 모임을 자발적으로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어갑니다. 저는 유흥식 추기경님에 이어 2021년부터 ‘주교 영성모임’에서 봉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번 은퇴하신 주교님들을 포함해 모든 주교님께 모임 개최 알림(메일)을 보냅니다.

 

‘주교 영성모임’을 개최하는 교구에 주교님들 명단과 프로그램을 전달합니다. 이후 모임과 관련한 사항을 조율하고 확인합니다. 1박 2일의 여정에서 주교님들이 기쁘게 참석하고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점검합니다. 모임을 마무리하고 회의록을 점검하면서 감사의 편지(Thank you letter)를 보냅니다.

 

주교님들의 격려와 감사 인사를 받으면서도 가끔 실수를 범하면 봉사를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주님 말씀이 마음에 강하게 울려왔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새로운 힘을 느꼈으며, 즉시 사랑의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 부족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주교님들께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다시 올바르게 점검하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력합니다. 저에게는 작은 부담감이 몰려오기도 하고 쉽지 않은 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주교님이 모임에 적극 참여해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과 휴식 시간 동안 전해주시는 다양한 사목적 체험과 노하우가 얼마나 큰 사랑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1박 2일 동안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야말로 주교님들 사이 ‘일치와 연대’를 한층 높이는 소중한 원동력임을 경험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23일, 문창우 주교(제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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