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목)
(녹)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하늘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유산으로 남겨주신 하느님 말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1-05 ㅣ No.990

[허영엽 신부의 ‘나눔’] 유산으로 남겨주신 하느님 말씀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이다. 매일 새벽 미사에 참례하는 할머니가 하루는 미사 후 주임 신부에게 병자성사를 청했다. 주임 신부는 ‘이렇게 건강하게 매일같이 미사에도 오시는데 왜 병자성사를 받으시려는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할머니의 간청에 성사를 드렸단다. 병자성사를 받은 할머니는 그날 이후 갑자기 몸져눕게 됐고 며칠 후 선종하셨다. 

 

젊어서 남편과 사별한 할머니는 어린 삼 형제를 위해 안 해 본 일없이 열심히 살았고, 아들들을 모두 대학까지 보내고 남은 삶에도 부족함 없이 지내셨다. 학교는 문턱에도 못 가본 할머니는 본당의 노인대학에서 처음으로 글을 배웠고, 한 글자씩 연필로 꾹꾹 눌러쓴 복음서 필사 노트를 세 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할머니는 아들들이 어렸을 때는 열심히 성당에 다녔는데 나이가 들면서 신앙생활에 소홀한 것이 늘 자기 잘못 때문인 듯 죄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산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노트를 아들들에게 남기셨을 것이다.

 

“성경을 모르면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고, 그분을 모르면 신앙을 모르는 것이다”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이다. 성경은 하느님을 만나는 가장 좋은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성경은 하느님의 메시지를 성경 저자들을 통해 인간의 언어로 기록한 책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도 속마음을 알릴 때 무언가 말로 표현하고, 글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성경 저자가 성경의 원저자인 하느님의 생각과 사상을 대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성경을 하느님께서 보내는 사랑의 편지라고 생각해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고, 하느님께서 어떻게 우리와 관계를 맺고 계신 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의 말씀을 믿는 사람들에게 즉시 기쁨이 되고 실제적인 능력이 이루어지고 축복이 되는 것이다.

 

성경에 맛 들이고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다 보면 실제적인 하느님의 능력이 내 안에 작용하고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그 행복감은 세상에서의 행복과 비교할 수 없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행복하고 축복된 삶을 위해서도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읽어야 해

 

또한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읽는 자체가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기도의 목적은 하느님의 존재를 깨닫고 그분과 교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를 하느님과 나누는 친밀한 대화(소통)라고 한다. 성경은 성령의 인도로 쓰인 책이므로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그 뜻과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성경은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하는 자녀에게 주신 유산과 같다. 우리의 걱정과 불만을 없애고, 삶의 태도나 대인관계나 의사소통이나 행동에 대한 해답을 주시며, 영원한 행복으로 이끄신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고, 또한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속 재산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 상속 재산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보존되어 있습니다.”(1베드 1,3-4)

 

가끔 “성경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냥 읽으세요. 읽기만 해도 성경과 친해지고 가까이하게 되니까요.” 성경을 자꾸 읽다 보면 마음에 다가오는 말씀들이 있는데, 그 말씀들을 마음속에 새기면 된다. 그리고 그 말씀들을 자주 꺼내어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우리의 삶이 작은 것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게 된다.

 


성경을 가까이할수록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져

 

기도를 숨에 비유하듯이 하느님의 말씀은 영적 양식에 비유한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성경을 가까이할수록 우리의 영적인 건강이 튼튼해져서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게 된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생명을 준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

 

생명과 구원을 주는 성경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람이 되도록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 주며, 올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우리를 회개의 생활로 이끌어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게 하며,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과 구원에 참여하게 한다. 우리는 현실의 삶에서 주어지는 고뇌, 갈등, 불안, 욕심, 교만 등에서 해방될 때 참 생명이 무엇인가를 체험하게 되며, 이 참 생명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하느님의 말씀대로 가면 거기에 구원과 진리, 행복의 길이 있다. 인간은 올바른 길을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0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