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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12: 사찰에서 합장해도 되지만 복 빌면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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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12) 사찰에서 합장해도 되지만 복 빌면 안 돼
- 한 가톨릭 신자가 손에 묵주를 쥐고 있다. OSV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무슨 뜻입니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기 종교의 전통과 신념에 충실하면서 대화는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 꾸밈이나 편견 없이 진실하고 겸손하고 솔직하게 상대방의 종교 전통과 신념을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56항)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은 극락에서 불교 신자들을 보살펴 주는 부처와 보살입니다. ‘아미타불’은 끝이 없는 생명, 또는 가리는 것이 없는 무한의 빛을 지닌 부처이고, ‘관세음보살’은 자비로 중생을 구원하고 교화를 돕는 보살입니다. 따라서 ‘부처’와 ‘보살’이란 칭호는 신(神)에 가까운 존재를 가리킵니다. 한편 ‘나무’는 엎드려 경배하며 귀의(歸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단순히 어떤 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부처와 보살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구원을 청하는 기도를 포함합니다.
친숙한 종교 용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고유한 전통에 기초한 특별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종교의 요소를 무분별하게 취하는 혼합주의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불교 행사에 참석할 때도 염불 또는 독경을 따라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염주와 묵주는 무엇이 다릅니까?
“가톨릭 신자의 묵주 기도와 불자의 염주 기도는 단순하지만 매우 심오하고 뜻깊은 기도입니다. (중략) 이 두 기도는 그 명상적인 성격에 힘입어 사람들에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하는 효과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교황청 종교간대화부, 2003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구슬을 실에 꿰어 만든 기도 도구는 가톨릭교회와 불교 이외에 동방 정교회와 이슬람교에도 존재합니다.
불교의 염주는 화환·화관·목걸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말라’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께 전해달라고 성모님께 청할 때 사용되는 묵주는 ‘장미 화관’ ‘장미 꽃다발’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 ‘로사리움’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형태와 용어의 유사성 때문에 묵주가 염주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각 독자적 기도 전통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염주는 불교 신자들이 108배를 하거나 기도할 때 사용하는 기도 도구입니다. 염주는 근심이 많아서 마음을 모아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부처가 권한 기도 도구입니다. 구슬의 수에 따라 108주, 54주, 27주, 14주의 염주가 있습니다. 108개의 번뇌를 하나씩 없애고, 그만큼의 깨우침을 하나씩 얻는다는 뜻이 담긴 108주가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54주는 부처가 되기 바로 직전 단계인 보살(菩薩)의 수행을, 27주는 소승 불교의 위대한 수행자 27명을, 14주는 관세음보살이 14가지의 두려움을 없애 준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사찰에 갔을 때 불상 앞에서 예를 표해도 됩니까?
“부처님 오신 날은 그리스도인들이 불자인 이웃들과 친구들을 방문하여 인사를 나눌 기회를 제공해줍니다.”(교황청 종교간대화부, 1997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고요한 분위기에서 명상을 하거나, 영적인 장소에서 머물려고, 고찰에 배어 있는 우리나라 역사 전통을 체험하거나, 이웃 종교인들을 만나려고 사찰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불교 사찰을 방문할 때, 불교 신자들에 대한 애정과 법당과 불상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자 합장이나 예를 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가 그곳에 모셔진 불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예배하거나, 그 앞에서 복을 기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7월 28일] 0 4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