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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학 칼럼: 인간 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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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학 칼럼] 인간 본성
인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타고난 본성일까요, 아니면 그가 살아가는 시간과 장소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성격일까요? 철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본질과 실존으로 설명합니다. 본질은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본래적인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며, 실존이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드러나는 고유한 특성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는 보편적이며 본질적인 원리가 있으며, 그에 근거한 개인적 특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본성을 그는 ‘로고스’라고 말합니다. 로고스(logos)라는 말은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본래 이 말은 세계의 근본 원리이면서, 이성이나 언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본성을 로고스로 이해한 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 또는 언어를 지닌 존재입니다. 이성과 언어는 인간 본성이며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차이 나는 특성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성과 언어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크기가 결정될 테지요. 사람이 사람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그의 스승 플라톤의 철학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이 세계를 ‘이데아’(Idea)와 ‘현실 세계’로 구분합니다. 이데아가 이상적이며 본질적인 세계라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은 그를 반영한 실제적인 세계입니다. 이데아 세계는 낙원이지만 현실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의하고 불평등한 세계, 전쟁과 다툼이 일상이며 악과 증오가 흘러 넘치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과 정의, 진리와 사랑이 함께하는 세계입니다. 인간도 그러하지요. 본성적으로는 진리와 선함을, 아름다움과 사랑을 추구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자주 그것을 배신합니다. 플라톤은 그래서 인간이 이 현실 세계를 넘어, 원형적인 이데아 세계를 향해 가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철학은 이 원형적 세계를 향한 열정이며, 철학의 과제는 이러한 ‘그 이상의 세계’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헬레니즘 세계에 전파하고자 했던 초대 교부들에게 이 철학은 귀중한 토대가 됩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 나라와 그 원리를 추구하며, 신 앞에 서서 그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합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향한 열정을 북돋우고 그 원리를 이해하고 수련시키는 과정을 ‘파이데이아’(paideia)라고 합니다. 흔히 교육이나 교양으로 번역하는 말이지요. 이 철학을 깊이 이해했던 교부 오리게네스에게 하느님은, 인간을 영원히 교육시켜 당신에게로 이끌어가는 분이십니다. 인간은 그런 분께 영원히 교육받는 존재이지요. 이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이후 철학은 인간 본성을 해명하는 다양한 이론으로 발전합니다. 이성과 언어 외에도 삼위일체의 본성에 바탕을 둔 인격 개념, 진선미를 추구하는 인간, 정의와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는 본성 등은 이러한 이해가 발전한 다양한 철학입니다.
[2024년 3월 3일(나해) 사순 제3주일 서울주보 7면, 신승환 스테파노(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1 10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