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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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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16 ㅣ No.313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난한 이들에게 ‘생명의 빵’ 되는 성체성사의 삶 실천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 야외 제단에서 성체 강복을 위해 성체가 모셔진 성광을 높이 들고 있다. [CNS 자료 사진]

 

 

가톨릭교회는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낸다. 한국 교회에서는 신자들을 위해 이 대축일을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올해는 6월 14일)로 옮겨 기념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주님께서 성 목요일 마지막 만찬을 통해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특별히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이다. 교회가 주님 만찬 성 목요일에 이어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에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성체성사 안에 하느님의 구원 신비 전체가 담겨 있다는 것을 증거하기 위함이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1264년 우르바노 4세 교황 때부터 지켜지기 시작해 에우제니오 4세 교황(재위 1431~1447년)에 의해 인가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성체 축일과 성혈 축일이 따로 기념되다 1970년부터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함께 기념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성체성사의 신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성체성사의 삶을 실천할 수 있는지 대해 알아본다. 글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문헌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체성사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라고 선포했다.(「교회 헌장」 11항)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주님의 약속을 다양하게 체험하지만, 무엇보다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하는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의 현존을 가장 강렬하게 체험한다. 그래서 성체성사가 교회 생활의 중심인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를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고 표현했다.

 

가톨릭교회가 성령 강림 대축일에 이어 삼위일체 대축일을, 그다음으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념하는 이유를 알면 성체성사가 왜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교회는 오순절에 성령 강림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교회 형성의 결정적 계기는 주님의 성체성사 제정이다. 교회의 토대와 근원은 주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이지만 이것이 영원히 통합하고 예시하고 집약하는 것은 성체성사 안에서이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당신 교회에 성체성사를 주심으로써 파스카 신비가 교회에 영원히 현존하도록 하셨다.

 

교회는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에게서 생명의 양식을 얻는다. 성찬 전례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나 명동대성당, 시골의 작은 성당, 길거리 제대 등 어디에서 거행하든 모두 똑같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봉헌된다. 미사는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의 선물이다. 창조주 하느님의 손에서 비롯된 세상이 그리스도께 구원을 받아 하느님께 되돌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체성사는 우리를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게 한다. “다른 어떤 성사와 달리 성체의 신비는 참으로 완벽해서 우리를 모든 선의 정점으로 이끌어 줍니다. 여기에 모든 인간의 바람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이르고, 하느님께서는 가장 완벽한 결합으로 우리와 일치를 이루시기 때문입니다.”(「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34항)

 


교회를 세우는 성사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 안에서 ‘생명의 빵’(요한 6,35.48), ‘살아있는 빵’’(요한 6,51)이 되셨다. 또한, 주님께서는 영성체로써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신다. 그래서 미사 중 성체와 성혈을 축성한 사제는 “성자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이 되게 하소서”(감사기도 제3양식)라고 기도한다.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양식으로 삼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나중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들은 이미 지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그 보증이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 6,54)고 하신 주님의 약속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영성체를 통해 부활의 신비를 미리 맛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로 성체성사는 교회를 세우는 성사이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양식으로 내어 주셨고, 성령을 받은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은 교회 안에서 성체성사를 거행함으로써 주님과 일치를 이루며 성장해 가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교회의 기원이며 교회를 굳건히 하고 지속적으로 살아 있게 하는 성자와 성령의 나뉠 수 없는 일치 활동은 성찬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고백한다.(「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23항)

 

 

성체성사의 삶

 

그리스도인은 주님처럼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성체성사의 삶은 한 마디로 생명을 나누는 친교와 일치의 삶이다.

 

주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시기에 앞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며 친교와 봉사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바오로 사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분열되어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주님의 만찬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1코린 11,17-22; 27-34)

 

또 미사 중에 성체 성혈 축성 후 사제의 “신앙의 신비여” 환호에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또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라는 응답은 미사에 참여한 회중들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그 삶이 완전히 성체성사의 것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삶은 “끊임없이 생명을 얻고 자라나게”(「교회 헌장」 26항)하는 삶이다. 이 삶은 은총 생활을 전제로 한다. 은총 생활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는 사람”(2베드 1,4)이 되고,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덕목을 실천하게 된다.

 

따라서 성체성사의 삶을 실천하려면 먼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교회의 품 안에 머물러야 한다. 교회 안에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참된 친교를 나누어야 한다. 이를 교회는 ‘성화의 은총’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에게 맡겨진 윤리적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

 

교회가 성체성사의 신비에 대한 신앙의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 성체를 영해 줄 수 없는 것처럼, 성체성사의 삶을 실천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온전히 친교를 이룰 수 없다. 교회가 죄 중에 있는 이에게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권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 곁에 있을 것이다”(마태 26,11; 마르 14,7; 요한 12,8)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언제나 특별한 관심을 보여야 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당신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주님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빵이 되는 것이 성체성사의 삶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14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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