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살이]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미국 연방대법원이 2015년 6월26일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4개 주의 동성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함으로써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결혼은 사랑, 신뢰, 헌신, 희생, 그리고 가정이라는 가장 높은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심오한 것이며, 이 사람들도 이러한 결혼을 존중하기 때문에 청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이 청하는 “법 앞에서의 동등한 존엄”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조셉 커츠 대주교는 대법원 판결이 “비극적 과오(a tragic error)”라고 비판하고 “가톨릭신자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와의 혼인만을 인정하는 가톨릭교회의 불변하는 진리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40년 전에 낙태를 합법화한 대법 판결이 그렇듯 이번 판결도 진리에 뿌리를 두지 않았고, 그 결과 둘 다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와 혼인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이 계속 도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동성 결합에 대해 남녀 혼인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라는 요구가 공론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2001년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이래 전 세계 17개국에서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을 이유로 동성결혼을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13년 9월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김승환이 동성 결혼식을 가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었고, 이들은 현재 법적으로 동성혼인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서울과 대구 도심에서 성 소수자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는데 이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찬성하는 입장과 결혼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 뜨겁게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동성애 성향이 죄는 아니지만 “객관적인 무질서”로 인식
동성애의 원인이 선천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이고 사회 문화적으로 학습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과 논쟁이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쌍둥이 연구 등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동성애가 유전된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물들도 나왔지만 이후 동성애자들에게 편향된 연구이거나 객관적 근거가 빈약한 것들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다만 1948년 미국의 킨제이 보고서를 통해 상당한 이들이 동성애를 경험한다는 것이 발표되면서 동성애가 정신병이라는 통념이 흔들리게 되었고,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동성애를 정신 질병 목록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성애 성향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엄한 인간으로서 부당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다만 동성애 행위, 즉 동성 간의 성적인 행위는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1975년에 발표한 <성 윤리상의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과 1986년에 발표한 <동성애자 사목에 관하여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 그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 2357~2359항과 <간추린 사회교리> 228항에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가톨릭교회는 동성애를 성서의 여러 곳에 나타나는 가르침에 근거하여(창세 19,1-11; 레위 18, 22; 레위 20,13; 고린전서 6,9; 로마 1,18-32) 자연법에 어긋나는 “객관적 무질서” 혹은 “본질적 무질서”라고 규정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57-8). 교회는 동성애 성향을 지닌 것이 죄는 아니지만 본질적인 윤리적 악으로 기울어지게 되는 강력한 성향이기에 그 성향 자체도 “객관적인 무질서”로 인식합니다(동성애 사목서한 3항).
더구나 교회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만드시고 남녀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의도하신 자연법적 질서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우선 서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성행위는 남녀의 혼인 안에서만 허용되며 “부부의 육체 결합으로 혼인의 두 가지 목적, 곧 부부 자신들의 선익과 생명의 전달이 실현된다”(2362항)고 강조합니다. 특히 혼인 안에서의 남녀 간의 상호결합은 동성 간의 결합이 이룰 수 없는 육체적이고 정신적이며 상징적인 상호보완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교회는 동성 간의 성행위는 원래 남녀의 상호 일치와 생명 전달이라는 혼인 안에서의 성행위에 대한 하느님의 창조 섭리를 거스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동성애 행위는 생명을 전달하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부르심을 훼손시키기에 “근본적으로 자아 탐닉이라는 도착된 성 경향을” 지닌다는 것입니다(동성애 사목서한 7항).
그러므로 교회는 동성의 결합에 ‘혼인의 지위’를 부여하라는 요구는 매우 부조리하며, 인간은 오직 성이 다른 두 사람이 결합함으로써 통합적인 일치와 정신물리학적인 상호완성을 통해 완성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28).
동성애에 대한 지나친 혐오와 단죄 바람직하지 않아
물론 동성애자들도 언행과 법률 안에서 언제나 존중되어야 할 모든 인간의 천부적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단죄 받아 마땅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처지는 대부분 시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하고 연민과 친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리고 동성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음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처지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을 통해 주님의 십자가 희생에 동참하라고 권고합니다. 즉 그들도 그리스도인으로서 정결을 지키도록 불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58항, 동성애자 사목서한 12항).
종합하면 동성애는 객관적 무질서이고 동성애 행위는 자연법과 창조질서를 어기는 비윤리적인 행위이므로 동성애 성향이 있는 이들은 성행위가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즉 정결한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동성애 행위와 동성애자를 구별하여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말고 관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동성애에 대한 지나친 혐오와 단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동성애자 사목교서는 동성애 성향 자체는 죄가 아니고, 동성애 행위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고 그 사람에게 자유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개별적인 사건들의 판단을 일반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11항).
오늘날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고,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가 국제적인 기준으로 정해진 현실에서 자칫 일부 기독교인들이 지나친 동성애 혐오가 모든 인간을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가려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시 죄인으로 여겨졌던 창녀와 세리와 친구가 되셨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그들을 단죄했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동성애자를 비롯하여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에 대한 태도가 단죄와 배제보다는 연민과 수용이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13년 기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합시다.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습니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9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