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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사목을 위한 선교본당 설립에 관한 서울대교구장 담화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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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사목을 위한 선교본당 설립에 관한 담화문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 전임 교구장이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지난해 사목교서에서 "복음적 가난을 사는 교회가 되자"고 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 서울대교구는 빈민사목위원회를 통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특별준비를 했습니다. 그것은 전주교구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선교본당 제도로서, 가난한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본당을 세우려는 노력입니다.
가난한 동네는 늘 있었지만 특히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현재, 대량실업사태로 말미암아 가난한 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새로 마련되는 선교본당은 가난한 이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에 동참하는"(사목헌장 1항) 우리 교회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이는 또한 1997년부터 빈민사목위원회가 교회 안팎에서 전개하고 있는 청빈운동의 구체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2. 선교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 교회에게는 존재이유에 해당하는 커다란 사명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빠짐없이 선교의 소명을 받고 있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 가르치신 대로, 선교는 "단순히 넓은 지역에서 또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며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으로만 국한시킬 수 없으며,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현대의 복음선교 17-19항) 노력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 교회에 있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교는 대희년을 맞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청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신자 수가 많이 증가했지만 신자들의 증가가 중산층에 편중된 것이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이에 반해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서는 신자들이 매우 적어서 그 비율이 1-2%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난한 이들과 그들의 가정에 닥치고 있는 엄청난 시련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입니다.
선교본당은 앞으로 가난한 이들을 신자로 만들려는 노력에 앞서, 먼저 사제와 선교사들이 그들 가운데서 복음적인 삶을 증거하며, 가난한 이들을 억누르고 있는 비복음적 환경을 복음적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에 주력할 것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위기에 처한 가난한 이들의 가정을 특별히 보호하고 성화시키는 일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면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들은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서 많은 이들이 믿음의 선물을 받게 될 것으로 우리는 믿습니다.
3. 선교본당 사제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성당을 짓지 않을 것이며, 그 지역 신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크게 주지 않기 위해서 수도자, 사무원, 식복사 등 사목보조 인원을 갖추지 않고 청빈한 생활을 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선교하는 데 투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지역사회 복지를 위한 시설을 맡아 운영함으로써 일반 본당들과 선교본당 사이에 진정한 나눔의 장이 형성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교구에서는 작년에 이미 선교본당 한 곳(미아1동)을 설립했으며, 이번에 새로이 세 곳(금호1가동, 무악동, 봉천3동)을 설립합니다.
교형자매 여러분께서도 이러한 취지를 잘 이해하시기 바라며 선교본당에 파견되는 사제들을 도와 나눔으로 격려해주시고, 우리 서울대교구가 대희년을 맞이하기 위한 선교사업에 사랑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대주교 정진석 2 1,05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