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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사랑합시다: 성 · 생명 · 사랑에 대한 회피 문화를 책임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교육, 해외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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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09 ㅣ No.1760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사람들 (7) 성 · 생명 · 사랑에 대한 회피 문화를 책임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교육, 해외 사례는?


성은 책임 따르는 행위… 피임 교육보다 책임 교육이 필요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7)편에서는 성·생명·사랑에 대한 회피 문화를 책임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교육 관련 법을 살펴봤다. ‘생명문화교육지원법’을 도입해 사회에 생명 존중 의식을 형성하고, 피임 위주의 회피 교육이 아닌 근본적인 성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임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성·생명·사랑에 대한 책임 의식을 기르기 위해 어떤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을까.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사람들’ (7)편에서는 이를 알아본다.

 

 

인간관계 기반의 성교육 – 미국 · 영국 · 스웨덴

 

미국과 영국, 스웨덴 등에서는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 관한 지식이나 이해, 방법 등을 배우는데 이때 각 교육 단계에 맞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임신·출산·양육 등 성·생명·사랑에 관한 내용도 배운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교육개발원 등과 펴낸 ‘건강한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성교육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이 성교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마다 학교 교육 과정이 달라 성교육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 정보·교육위원회의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이 성교육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생애에 걸친 정체성·인간관계 등에 관한 가치관·태도·신조 형성을 목적으로 한 지침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인간의 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스스로 성적 태도를 묻고, 조사하고, 평가하는 기회 제공’, ‘인간관계 기술 형성을 지원’, ‘성적 인간관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을 지원’ 등을 성교육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에서는 성과 관계 교육(Sex and Relationship Education, 이하 SRE)이 학교 성교육으로 실시되고 있다. SRE 방침은 학교마다 보호자와 교직원, 지방 교육 당국 등의 대표, 교장 등으로 구성된 학교 이사회에서 정해지는데, 정부는 이러한 SRE가 개인·사회·건강 교육(The Personal, Social and Health Education, 이하 PSHE)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PSHE와 별도로 이뤄지는 성교육은 효과적인 성교육이 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단순히 성 자체에 대해서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PSHE 틀 안에서 학생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학습하고 발달 단계에 맞춰 성에 대해 적절한 내용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가장 오래전부터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 온 스웨덴에서도 서로 간의 인격·인권 존중, 인간관계 교육으로 학교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생물학적 사실을 가르침과 동시에 인격 형성에 필요한 지식 전달을 학교 성교육의 목적으로 삼고 있고, 이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예비 교육, 11~13세, 14~16세, 17~20세 등 4단계로 구분해 교육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남녀 양성의 차이, 수정과 임신, 출산, 태아의 성장 과정 등을 배우고, 11~13세에는 성기의 구조와 기능, 2차 성징 등에 대해 배운다. 14~16세에는 임신과 태아의 발달, 출산 등에 대한 중복 학습과 함께 청소년기의 성 문제, 유산, 성병 등에 대해 배우고, 17~20세에는 가정의 소중함과 출산·양육 관련 복지 정책 등을 배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간의 성과 생리에 대해 철저히 가르치고 올바른 윤리관을 심어 줌으로써 성을 유희나 쾌락의 대상이 아닌,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출산하는 건전하고 성스러운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시킨다는 점이 책임 문화를 형성하는 스웨덴 학교 성교육의 특징이다.

 

 

사실 위주의 성교육 – 독일

 

독일에서는 생물학적·의학적 측면을 중심으로 정확한 과학적 지식·사실 전달에 목표를 두고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1960년대 성교육 필요성이 제기된 독일에서는 1969년 공립학교에서부터 성교육이 실시됐고, 이후 각 주에서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성교육이 진행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건강한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성교육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 행동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독일 성교육의 특징인데, 이는 초등·중학교 과정에서 성에 대한 기본 지식을 확실히 가르치면 성 행동에 대해서는 사춘기인 고등학교 과정에 교육해도 충분하다는 독일식 사고방식이 관련돼 있다.

 

독일 연방 정부는 성교육 관련 규정을 통해 성교육은 과학적 근거를 지녀야 하며, 성교육에 대한 수업은 교실에서의 토론을 위한 광범위한 기초를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지침을 밝히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성교육은 특수한 교과를 정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생물·문학·사회·종교 속으로 통합돼야 한다’, ‘성교육에 대한 교사 훈련은 대학 교육 과정의 첫 단계에서 제공돼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통합적 성교육 –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통합적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성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뿐 아니라 심리적·감정적·사회적·문화적·윤리적 측면을 함께 가르치는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건교육포럼 김지학(경기 시흥은행중학교 보건 교사) 공동 대표의 ‘해외 성교육 사례와 학교 성교육의 발전 방향’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2001년 성교육이 의무화됐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성교육에서 제외할 수 없다. 성교육 수업 시간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러한 통합적 접근 방식에서 자존감, 타인에 대한 존중, 언론에 대한 비판적 사고 등을 주제로 다룬다.

 

[가톨릭신문, 2020년 8월 9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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