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ㅣ우화
[용서] 내 뒤에서 떨어지는 잘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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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서 떨어지는 잘못
한 스님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자 바로 그 스님의 잘못을 심판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그들은 스승에게 사람을 보내어 꼭 참석해서 그의 잘잘못을 따져 달라고 했다. 하지만 스승은 웬일인지 그 자리에 참석하기를 거부하며 말했다.
"그를 심판하기 전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잘못을 용서해 줄 수는 없느냐?"
"저희들도 신중하게 내린 결론입니다. 그러니 스승님께서도 이번에는 저희의 청을 꼭 들어 주십시오."
그들은 끝가지 포기하지 않고 몇 번씩이나 사람을 보내어 참석해 달라며 간곡하게 청했다. 스승은 할 수 없이 먼길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자신을 데리러 온 한 제자에게 금이 간 항아리를 준비하도록 시켰다. 그리고는 다음날 그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운 뒤 머리에 직접 이고서 길을 떠났다.
그가 제자들이 있는 절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모습은 항아리에서 줄줄 새어나온 물 때문에 몸이 흠뻑 젖어 그 행색이 몹시 초라했다. 그런 스승의 모습을 본 제자들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스승님, 어떻게 된 일일니까?"
그러자 스승은 항아리를 내려놓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저지른 잘못들이 내 뒤에서 떨어지고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보지 못한 채, 오늘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심판하러 온 것이네."
이 말을 듣고 크게 깨우친 제자들은 잘못을 저지른 스님을 더 이상 문책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용서해 주었다.
[월간 좋은 생각, 2000년 5월호, 편집부] 0 2,41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