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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순례: 순교자 성월에는 더욱 뜨겁게, 한마음으로 양곡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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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순례] 순교자 성월에는 더욱 뜨겁게, 한마음으로 양곡성당
본당주보는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성 정하상 바오로 동상이 손들어 반긴다. 양곡성당 본당주보는 교구 내에서 보기 드물게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다. 정약종의 아들이며 정약용의 조카로 가족이 온통 순교하여 신앙을 증거하였고, 어머니 유소사 체칠리아와 누이 정정혜 엘리사벳과 함께 103위 성인품에 오른 분이다. 정하상은 교회를 이끌 사제가 없을 때 실질적인 조선천주교의 지도자가 되었고, 역관의 종으로 위장하여 북경에 가서 조선에 사제가 오기를 청하였다. 그는 조선의 독립 교구 설치를 교황청에 청원하였고, 1931년 천주교 조선교구 설치에 이르게 되었다. 1836년에는 모방 신부가 조선에 입국했는데, 정하상의 집을 숙소로 삼았다. 이때 모방 신부는 앵베르 주교, 샤스탕 신부와 함께 선교사로 활동하며 신자들의 수가 늘어나자 정하상의 도움을 받아 조선인 신부를 키우고자 하였다. 앵베르 주교는 학식이 있고, 성실히 신앙생활을 해온 정하상에게도 신학을 가르쳤다. 기해박해가 일어나 1839년 9월 22일 정하상은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순교하였는데, 체포 직전 천주교 호교론서 《상재상서》를 저술하였다. 부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형 정철상 가를로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여 2014년 복자품에 올랐다.
9월을 사는 양곡성당 신자들은 더 뜨겁게 남다른 마음가짐이다. 순교자 성월에다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기해 본당의 날도 맞이한다.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요 몇 년은 조용하게 지내고 있지만, 해마다 순교자 성월에는 성지순례 등 특별한 순교신심을 고취하는 시간을 보냈다. 본당 설립 25주년에는 정하상 성인의 동상을 세워 그분의 투철한 신심을 기리며, 선교정신을 본받고자 하였다.
40여 년 역사의 퍼즐
김용민 레오나르도 주임 신부, 박진태 스테파노 사목회장, 박희규 요한 부회장, 이종분 가타리나 부회장, 오기호 실베스텔 선교부장, 이지태 베르나도 전 부회장, 서영희 아녜스 사무장이 사랑방에 모였다. 본당의 40여 년 역사 속에서 기억을 솔솔 되살려 내놓았다. 설립 때부터 몸을 담았다는 오 실베스텔은 건물을 가릴 정도로 무성하게 큰 느티나무가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뜰에 지켜 서서 드나드는 신자들을 반기는 성당지킴이가 되었다. 이 베르나도는 활기차고 열정적이었던 초기 본당 공동체의 분위기를 회고했다. 오래 사무장으로 일해 오다가 이태 전에 정년퇴직하고, 이번에 부회장을 맡은 박 요한은 ‘작지만 아름다운’ 본당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선하고 내적으로 알차게 책임을 수행하는 신자들이다. 현 사무장 서영희 아녜스도 맞장구쳤다. 다른 성당에 비해 신자수는 적은데 가족적인 분위기에 무척 감동을 받았단다. 미사 후에도 신자들이 빨리 돌아가지 않고, 사랑방과 미소방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모습에 김용민 신부는 음식을 내놓기도 하며 따뜻한 시간이 되도록 북돋우기 일쑤다. 이종분 가타리나는 그동안 직장일로 조금은 소극적이었는데, 일을 그만두고 이번에 부회장을 맡게 되었으니 능동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결심이다. 코로나로 위축된 분위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박 스테파노는 지난 시간, 가을에 열렸던 예술제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성경필사와 더불어 문인화, 도자기, 사진, 손뜨개 등 작품 전시회에 음악 발표회까지 더한 예술제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신자들이 편안한 성당
사무실 앞 게시판에 큼직하게 적힌 ‘웃고 인사하고 칭찬하자’와 같이 김용민 신부는 신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기를 빈다. 지난해 부임하여 주일미사도 한 대 더 편성하고, 월요일 오전 미사도 마련했다. 거리두기로 침체된 신앙생활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기를 바랐다. 여건을 만들어 놓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마음을 다하여 같이 걸어가자고 사목지침을 정했다. 작은 성당이니 초기교회처럼 사제든 신자든 함께 참여하여 청소도 하고 음식도 나누는 정이 담긴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작아도 예수님의 사랑을 더 실천할 수 있으면 된다.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0 24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