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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특별 기고: 태아를 살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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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태아를 살리자!” “태아는 생명체… 반려동물만큼도 보호받지 못할까 두려워”
낙태죄 관련법 개정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가톨릭신문사에는 원고 한 통이 도착했다. “태아를 살리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중곤(이시도로) 명예 교수의 절박한 호소다. 그 우려에 공감하며 전문을 싣는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1979년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으로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위원회 위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학술분과위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등을 맡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으로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기에 국회, 정부, 사회단체들은 낙태 관련 새로운 법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부녀가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형법 제269조 ①항과 ‘의사가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는 형법 제270조 ①항이 위헌이라고 선고하고, 입법자에게 새로운 법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만들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고 함)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헌법재판소는 낙태가 가능한 기간을 22주 내외로 정하고, 이 기간 중에 임산부의 결정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낙태할 수 있는 시기와 사유가 있어야 낙태할 수 있는 시기를 정하고, 사유의 내용과 이외에 상담 요건이나 숙려 기간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재량을 가지고 개선 입법할 것을 명하였다.
최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낙태죄 관련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입법 예고하였다. 개정안에서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의 절차 없이 임신한 여성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임신 15주에서 24주 사이에는 강간 등 범죄 행위에 의한 임신 또는 친족 간의 임신인 경우와 임신 지속이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했으며, 사회적 또는 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 기간이 경과하면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낙태를 허용하는 사회적 또는 경제적 사유와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정 법률이 임신 24주까지의 모든 낙태를 합법화시킬 우려가 있다.
개정법에서 무조건적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14주경 태아는 키가 10㎝, 체중은 45g 정도이며, 이미 머리, 몸통, 팔다리가 모두 형성되어 인간의 형체를 갖추고 있고 신체 장기도 발달되어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은 임신 6주부터 초음파 검사를 통해 들을 수 있으며, 임신 9주부터는 태아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건부적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24주경 태아는 키가 25㎝, 체중은 600g 정도로 성장하고, 성별 구별이 가능하며 머리와 몸에 털이 나고 손발톱이 자란다. 임신 40주 출생 시 태아는 키가 40㎝, 체중은 3400g 정도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낙태 시술이 얼마나 잔인한 시술인지를 모르고 단지 병원에서 행해지는 간단한 의료행위의 하나쯤으로 생각하고 낙태를 선택하는 것 같다. 낙태는 자궁 내에 자리 잡은 태아를 기구를 이용하여 강제로 긁어내는 것으로, 시술 방법으로는 소파술, 흡입술, 유도분만, 자궁절개술, 자궁절제술 등이 있다. 임신 초기에는 주로 흡입술과 소파술이 이용된다. 소파술은 자궁 입구를 통해 수저 모양으로 생긴 큐렛(curette)이라는 기구를 자궁 안에 넣어 태아와 태반 조직 등을 긁어내는 방법으로 이때 태아의 신체는 여러 조각으로 절단된다. 흡입술은 가느다란 유리 튜브 모양의 관을 자궁 속에 넣고 강력한 진공 흡입기로 자궁 속 태아와 그 부속물들을 빨아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임신 중반에는 태아의 체중이 200g 이상 되고 뼈가 단단해져서 수술 기구로 분쇄하기 어려우면 유도 분만으로 낙태를 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가장 적은 출생체중의 생존 아기는 임신 21주 6일에 출생한 286g의 아기이다. 임신 22주~23주에 출생체중이 400g 미만으로 태어난 많은 미숙아들은 생존하여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 법안에서는 생명체인 태아에 대한 인식은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이 정도의 낙태법 개정안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처벌 조항을 완전히 삭제할 것을 요구하거나 그러한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독자적 생존 능력이 있는 태아까지도 낙태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얼마 전에 읽은 기사와 비교된다.
강아지를 발로 걷어차는 등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에게 법원은 1, 2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처럼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동물보호법’이란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이는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보호·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국민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또는 고의로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법은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안 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도 안 되고,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동물의 생명과 고통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면서, 엄마의 자궁 속에서 수술 도구에 의해 무자비하게 온몸이 찢기며 죽어 가는 태아의 아픔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태아가 강아지만큼도 보호받지 못하는 법안이 만들어질까 심히 두렵다.
[가톨릭신문, 2020년 12월 13일, 김중곤 이시도로(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 교수)] 0 1,675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