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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이종 간 장기이식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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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2-13 ㅣ No.1856

[특집] ‘이종 간 장기이식’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의학적 필요성은 인정… 윤리와 창조질서에 어긋나면 정당화 안 돼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지난 1월 10일 심장병 말기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이어 1월 20일에는 미국 앨라배마대 의료진이 뇌사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이런 이종 간 장기이식을 이식용 장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로 주목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대단한 성과이긴 하다. 하지만 돼지의 장기를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일에 윤리적인 문제는 없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종 간 장기이식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살펴본다.

 

 

이종 간 장기이식, 어디까지 가능해졌나

 

장기이식은 기증자에게서 적출한 장기를 수혜자의 몸속에 삽입하는 외과 수술이다. 20세기 이전에는 주요 장기가 손상되면 생존할 방법이 없었지만, 의학이 크게 발달하면서 장기이식이 가능해졌고 장기를 잃은 사람의 생명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식용 장기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기증 및 기증 희망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누적 4만3182명이지만, 같은 기간 기증자는 4425명에 그쳤다. 기증자가 수요의 1/1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간 장기이식이다.

 

이종 간 장기이식은 1960년대부터 시도돼 왔다. 초기에는 침팬지, 개코원숭이 등 영장류의 장기로 이식이 시도됐지만, 사람과 장기 크기가 다르고 종이 가까운 만큼 감염병 유입의 위험 등 큰 문제들이 있었다. 이에 사람과 장기 크기와 구조가 유사한 돼지가 대상이 됐다.

 

그동안 일부 이식 수술이 성공한 듯 보이는 사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종 간 장기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거부반응은 해결하지 못했다. 사람과 동물은 면역체계가 서로 달라 사람의 몸과 동물의 장기가 서로 이질적인 것으로 판단, 공격하는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번 메릴랜드대와 앨라배마대 의료진이 진행한 돼지 장기이식이 화제가 된 것은 이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의료진은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돼지의 장기를 사용했다. 돼지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거부반응을 억제하고, 돼지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바이러스(RERV)를 비활성화시켜 인체 장기이식에 적합한 돼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물론 아직 최종적인 성공 여부나 상용화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종 간 장기이식의 실현을 비약적으로 앞당긴 셈이다.

 

 

윤리적으로 합당해야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증진하는 일은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 역시 윤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자기 장기를 내어놓는 기증자가 있어야만 하는 장기기증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장기이식에 있어서도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

 

교회는 이종 간 장기이식에 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왔다. 구체적으로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2001년 문헌 「이종 이식의 전망: 과학적 측면과 윤리적 고찰」을 발표하고 이종 간 장기이식을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종 간 장기이식의 윤리성을 살필 때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의 안전이다. 사람 사이의 장기이식과는 달리 거부반응이나 동물에서 유래하는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등의 위험성이 따른다.

 

생명학술원도 “이종 간 장기이식을 통해 동물에게는 무해하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의 작용으로 감염이 수혜자에게 전이될 가능성(인수공통전염병)”을 제시하면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윤리적 필요성이 부과된다”고 밝히고 있다.(14항)

 

이번 돼지 심장 이식의 경우, 인간의 장기도 인공장기도 이용할 수 없는 말기환자에게 동의를 얻고 진행한 수술이고, 이식 직후 안전성에 있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장기는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 후에도 거부반응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창조질서를 거스르지 말아야

 

무엇보다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인간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 윤리적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문제고, 두 번째는 동물 종과 인간 종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것에 대한 수용 가능성 문제다.

 

첫 번째 문제에 관해서 성경은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존엄한 존재이며, “온갖 생물을 다스리라”(창세 1, 26-28)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말은 무조건적인 이용이나 착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학술원은 “인간은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창조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인간에게 중대한 혜택을 줄 때만 동물을 정당하게 희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동물의 이용은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학술원은 “이런 경우라도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장기이식을 위한 동물 유전자 조작이 동물계의 다양성과 균형을 심각하게 변화시키지 않도록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유전자 조작이 생태계에 미치게 될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르치듯 “육체와 영혼으로 단일체를 이루는”(「사목헌장」 14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과 결부된다. 예를 들어 신장, 간과 같은 기능성 장기는 이식할 수 있겠지만, 뇌나 생식기관 등의 이식은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크게 훼손한다. 아울러 생명학술원은 유전자가 조작된 동물 장기가 “환자의 생식 세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의 위험”도 환기시키고 있다. 당장 환자 개인만이 아니라 후손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세바스티아노) 신부는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굉장히 많이 변화시키고 있고,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어 이종 간 장기이식의 윤리적 판단도 조심스럽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존엄한 존재라는 것과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변치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의 세포로 장기를 만드는 연구 등 동물 장기를 이용하지 않는 방법 개발도 촉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22년 2월 13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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