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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동의 집 돌보기 - 생태적 회개의 여정 (6) 지속 가능한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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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 - 생태적 회개의 여정] (6) 지속 가능한 삶 한계 넘어선 지구의 신음…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만이 살길이다
- 용문 나자렛집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토종 농작물을 돌보고 있다. 수녀들은 농사를 비롯한 다양한 실천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 행동 목표 4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자원과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으며,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행동에는 쓰레기 및 재활용품 배출 줄이기, 지속 가능한 식습관 선택하기, 대중교통 이용 늘리기, 걷기와 자전거 타기, 일회용품 피하기 등이 있습니다.
“소비, 낭비, 환경 변화의 속도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불균형의 영향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하는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현재의 생활방식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서 이 방식이 계속된다면 “재앙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161항) 지속 가능한 삶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수녀님이 왜 궂은 농사일을 하세요?”
경기도 양평 용문면에 자리한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 생태공동체 나자렛집. 수녀원이 운영하는 농장 이곳저곳에서는 수녀들의 농사일이 한창이었다. 나자렛집 수녀들은 지속 가능한 삶의 길을 땅에서부터 찾았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밭이지만, 수녀들의 밭은 조금 특별하다. 이곳에 심겨진 작물은 모두 외래종이나 개량종이 아닌 토종 작물들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씨앗으로는 다시 씨앗을 거두기 어렵다. 개량을 거치면서 약해졌거나 씨앗을 낼 수 없게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파는 씨앗을 계속 사지 않으면 먹거리를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농산물 중 절반 이상의 종자를 다국적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작물은 씨앗을 거둬 다시 작물을 심고 키울 수 있다. 자연이 원래 그랬듯, 지속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수녀들은 일체의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농기계도 사용하지 않는다. 농기계는 화석연료를 쓸 뿐만 아니라 땅을 살리는 미생물과 지렁이까지 없애고 만다. 그러다보니 농사에 손이 훨씬 많이 간다. 뿌리고 나면 그만인 농약과 비료 대신 목초액, 식초, 막걸리, 소주 등을 써가며 농작물 하나하나를 돌봐야 한다. 밭을 고르는 일도 농기계 한 대면 1~2시간에 뚝딱인 일을 손으로 하면 한 달이 꼬박 걸린다.
참 고된 농사. 그러나 수녀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녀들은 에너지, 물, 자원 등은 꼭 필요한 만큼만 절제해 사용하고, 그마저도 더 줄일 수 있다면 줄여나간다. 빗물을 저장해 농사나 청소에 쓰고, 난방은 적정기술로 효율을 높인 화목 보일러를 이용한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친환경 세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수녀들은 공동체 자체의 생태적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토종학교를 열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전수하고, 장터 등에 나가 생태적 실천을 홍보하고 있다. 또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는 현장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수녀면 성당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런 힘든 일을 찾아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미숙(야고보) 수녀는 “편한 것만이 감사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수녀는 “불편하고 힘들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십자가를 통한 축복을 느낀다”며 “자연을 살리고, 또 누군가의 몸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을 나눔으로써 작은 예수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9월 3일 용문 나자렛집에서 성가소비녀회 백인선 수녀가 토종학교 수강생들에게 토종 종자를 설명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이 말했듯이 수도자들은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천상 보화를 모든 신자에게 보여 준다”(「교회헌장」 43항)는 점에서 나자렛집 수녀들의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은 우리의 모범이 된다. 그러나 그 말이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나자렛집 수녀들처럼 살아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주관하는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이하 인간발전부) 차관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는 “이 여정에 함께하는 각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상황과 양립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자렛집의 수녀들 역시 처음부터 생태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부터 생태관련 서적을 읽는 독서모임을 진행했고, 준비 과정을 거쳐 2015년부터 생태공동체를 꾸렸다. 생태공동체를 시작하고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고민하고, 한 가지 실천이 익숙해지면 또 한 가지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실천을 늘려나가 오늘에 이렀다. 지금도 그 고민과 실천은 진행 중이다.
백인선(엠마) 수녀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현대 문명 안에서 어떻게 생태를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삶의 방식을 하나씩 차츰차츰 전환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쉽지 않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생기지만 신음하는 땅, 신음하는 예수님의 음성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2020년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 교서 실천 지침’을 발표, 가정과 본당, 교구, 그리고 사회 공동체에서 실천해야 하는 사항들을 제시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각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정리한 지침이다. 주교회의는 지침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에 동참하기 위하여 실천 지침을 마련했다”며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적용해 가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가길” 당부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백종연(바오로) 신부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은 그리스도인에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랑의 실천”이라면서 “우리 개인의 작은 실천은 작은 겨자씨나 누룩과도 같아서 나눌수록 점점 퍼져서 큰 나무와 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삶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의 비결, 연대
지속 가능한 삶의 중요성에 동의하더라도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실천 자체에도 불편이 따르고 세상의 흐름에 홀로 거스르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인간발전부 차관 스메릴리 수녀는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성공으로 이끌 열쇠가 “많은 사람의 참여”라고 역설했다. 교황청이 ‘찬미받으소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메릴리 수녀는 “우리의 희망은 여정을 시작한 사람이 자기 여정을 계속하고 항상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다른 모든 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숫자에 이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삶의 실현에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미칠 수 있을까. 찬미받으소서 플랫폼에 동참하고 있는 가톨릭기후행동(찬미받으소서운동, Laudato Si’ Movement)의 금요기후행동에서 연대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연대를 촉진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전 세계에서 금요기후행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삶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금요기후행동의 활동은 참여자만이 아니라 시민들과의 연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기에는 냉담했던 시민들의 반응이 시간이 흐르면서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로 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나가던 시민이 금요기후행동에 동참하는 일도 있다. 또 자신의 나라에서 금요기후행동을 경험한 외국인들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9월 2일 금요기후행동의 모습을 지지하며 촬영한 박지원(21)씨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금요기후행동의 모습을 대학 커뮤니티에 공유하려 한다”면서 “매체에서는 기후위기를 ‘미래세대의 문제’라고 말하는데 우리에겐 지금 우리의 문제라서 더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시민들만이 아니라 참여자들은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는데도 연대활동이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1년 이상 매주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구희숙(힐데가르트·72·수원교구 오전동본당)씨는 “지구의 위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함께하면서 생태를 위한 실천을 해나가는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기후행동 크리스티나 레아노 사무국 부이사는 “먼저 우리 자신의 마음과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웃과 공동체와 맞아야 하고, 그 다음에 나라와 나라 모두가 공동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과, 전 세계 나라, 온 세상이 하나 된 일치된 모습으로 자연 보호를 위해 움직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22년 9월 11일, 이승훈 기자] 0 46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