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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우리는 모두 하나10: 자살 유가족, 빙산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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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10) 자살 유가족, 빙산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 울부짖는 이들 곁엔 누가 있을까
‘Tip of the iceberg’(빙산의 일각),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겉으로 드러난 부분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인데, 자살통계 역시 그 수치 아래에는 더욱 거대한 부분이 가라 앉아 있다.
한국은 지난 IMF 이후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살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졌고 최근엔 해마다 1만3000명 이상의 자살자가 나오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인원이 매해 스스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홀로 사라진 이들과 유서가 없다는 이유로 사고사 처리된 인원은 통계에서 제외되었고, 또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이들도 고려되지 않았다. 때문에 실제 자살자는 통계의 약 2~3배 정도일 거라 추측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더 큰 것이 있는데 ‘자살 유가족’이다. 자살자는 고립되어 홀로 죽어갔지만 한 사람의 죽음에는 수많은 관계들이 이어져 있다.
유가족은 혈연이 아니라도 가깝게 지낸 모든 이들을 말하는데, 한 사람에게는 평균 10명 정도의 유가족이 연결되어 영향을 받는다. 유가족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내면에서는 떠난 보낸 이에 대해 해소되지 않는 고통을 가지고 있다.
결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의문들, 미처 헤아려 주지 못했다는 후회와 자책,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트라우마, 고인에 대한 원망, 죽음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죄책감이 느껴지는 생활 등, 이러한 것들은 흐려지지 않은 채 계속 반복되면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을 지속시킨다.
또 한편으로는 고통스런 현실에서 먼저 떠난 이들의 선택이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보이는 이유 등으로 유가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 보다 7~8배 정도 높다. 그렇기에 자살 유가족을 진심으로 돌보는 것은 자살예방 활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은 고통스러울 때 울부짖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해소됨을 느낀다. 설령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자살 유가족들은 숨겨져 있고 드러나지 않는다. 공동체와 심지어는 자신의 가족들 안에서도 숨기려 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소 불시에 엄습해오는 슬픔과 눈물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기쁨도 죄책감으로 억누르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있을 곳이 좁아지게 된다. 그리하여 이들은 고립되고 사람들에게 위로 받기에 무척 어려운 처지가 되어버린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다.(요한 12,47) 예수님은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 직접 찾아오셨던 것이다. 정말 힘든 사람들은 숨겨져 있고, 고통 속에서 죽어간 이들과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이 아닌 함께 있어주고 울어주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12일, 차바우나 바오로 신부(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0 45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