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 (금)
(백) 모든 성인 대축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성경자료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에훗(판관 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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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2-13 ㅣ No.6368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에훗(판관기 3,12-30)

 

 

이번 순례 여행은 아주 짧은 시간에 상당히 넓은 지역을 둘러보게 될 것이므로 여장은 최대한 간단하게 꾸리시기 바랍니다. 순례의 출발지는 베냐민 지파의 땅입니다. 여기에서 모압 땅까지 가게 될 것입니다. 모압은 사해 바다의 오른쪽에 위치한 나라로 현재는 요르단 왕국에 속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스라엘의 악한 짓, 곧 우상숭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우상들을 섬겼기 때문에 그들은 모압 임금 에글론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에글론은 암몬과 아말렉 자손들과 합세하여 야자나무 성읍, 곧 예리코를 차지하였습니다. 예리코는 벤야민 지파에 속한 땅입니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18년 동안이나 에글론 임금을 섬기며 해마다 무거운 조공을 바쳐야 했습니다. 고통에 짓눌린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울부짖자 하느님께서는 베냐민 지파의 에훗이라는 인물을 구원자로 선택하셨습니다. 에훗은 왼손잡이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판관 3,15의 왼손잡이라는 히브리어 표현이 매우 특이합니다. 히브리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오른손이 묶인 자’입니다. 이 표현은 구약성경에서 판관 3,15과 20,16에서만 나타납니다. 판관 20,16에 의하면 벤야민 자손들 가운데에는 왼손잡이 정병 칠백 명이 있는데 이들은 머리카락 하나 빗나가지 않게 맞히는 돌팔매꾼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왼손잡이로 번역된 히브리어 표현은 왼손을 오른손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잘 훈련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들을 훈련할 때 오른손을 묶어서 왼손만 사용하게 하였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왼손을 오른손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돌팔매꾼은 오른손으로는 방패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근동에서 돌팔매꾼은 활이나 창을 사용하는 군사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동원되는 군사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에훗은 남보다 열등하거나 어떤 약점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벤야민 지파의 뛰어난 정병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압 임금 에글론에게 바치는 공물을 가져갈 사람들 중의 하나로 에훗을 선택하였습니다. 공물을 가져가는 도중에 약탈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에훗은 이때 한 고멧(짧은 암마. 대략 45cm) 길이의 양날 칼을 오른쪽 허벅지에 차고 갔습니다. 이 때문에 그가 무기를 소지한 사실은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여서 칼은 당연히 왼쪽 옆구리에 차거나 왼쪽 허벅지에 숨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훗은 공물을 바치고 돌아갔습니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모압 왕궁의 지형을 익혀 두었을 것입니다. 그는 길갈 근처에서 돌아서서 에글론에게 다시 가서 ‘비밀 메시지’가 있다고 전하며 시종들을 물리치게 합니다. 에글론이 에훗을 맞이한 곳은 시원한 윗방입니다. 이는 임금의 알현실 위층에 마련된 해우소 같은 곳입니다. 임금은 볼일을 보려던 참이었지만 에훗이 전하는 신탁을 들으려고 일어났습니다. 그때 에훗은 칼을 뽑아 비대한 에글론의 배를 칼자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껏 찌른 후 윗방 문을 잠그고, 변기 구멍으로 빠져나와 연결 복도를 통해 달아났습니다. 에훗의 칼로 에글론의 항문이 찢어진 까닭에 윗방에서 스며나오는 변 냄새로 그의 시종들은 임금이 볼일을 보는 것으로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뒤늦게서야 임금에게 변고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만 그들이 지체하는 동안 에훗은 군사를 모집하여 요르단 건널목을 점령하고 모압인 만 명을 죽였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80년 동안 평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에훗은 자신이 지닌 모든 능력을 다하여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협력하였습니다. 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에 우리 각자는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요?

 

[2023년 2월 12일(가해)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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