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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개소 의미와 술 · 마약 중독 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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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개소 의미와 술 · 마약 중독 실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술과 마약에 빠져 ‘허우적’
우리 사회가 술과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술에 취해 자제력을 잃은 이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의 일상도 무너뜨리고 있다. 유명인과 일반인할 것 없이 순간의 호기심에 빠져 마약에 손을 댄 이들은 삶과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느새 중독에 빠지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 이렇게 중독으로 인한 범죄가 극심했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술과 마약에 손을 뻗고 있다.
중독 당사자의 치료 회복과 생존권을 보장하고 중독 문제 해결에 앞장설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가 5월 31일 개소했다.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 특별배분사업을 통해 설립된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 개소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술과 마약 중독에 대한 실태를 짚어보고, 방안을 모색해봤다.
한 잔의 술, 한 번의 호기심
알코올 중독자의 아내인 김영인(가명)씨는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은 못 했다. 하지만 남편이 음주한 날은 지옥이 펼쳐졌다. 대낮에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난동을 부리고, 회사에 술을 사다 놓고 근무하다 결국 그만두기까지 했다. 김씨는 남편을 데리고 알코올 중독자의 자조 모임에도 가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은 남편을 피했다. 남편은 현재 치료공동체에 다니면서 단주 중이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라는 낙인은 지울 수 없게 됐다.
약물 중독 당사자인 이승윤(가명)씨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 그때부터 약물을 접했다. 환각 상태에서 절도도 했고,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모두 약물 탓이었다. 이씨의 약물 중독은 범죄를 낳았다. 재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약물의 유혹이 그를 찾아왔고, 또다시 손을 댔다. 약물로 인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자살시도까지 했다. 이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유명 기업인과 연예인의 약물 남용 보도 또한 어느 때보다 잦아지는 형국이다. 갈수록 치밀하게 마수를 내뻗는 마약 유통책과 그만큼 늘어나는 약물 중독자들, 알코올 중독과 음주운전 등으로 우리 사회가 검게 얼룩지고 있다.
일상 파고드는 중독, 실태는?
중독은 일상에 서서히 스며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활에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땐 이미 중독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며, 평범한 삶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러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이 알코올과 마약 중독의 크나큰 폐해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4928명이다. 하루 평균 13.5명이 알코올 관련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16.5명, 여성이 2.7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6.1배 높았고, 30대 이후부터 사망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음주도 심각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21년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음주율은 남자가 12.4%, 여자는 8.9%였다. 음주자의 위험 음주율은 남자가 42.5%, 여자는 49.8%로 집계됐다.
우리 사회에 마약은 이미 크게 확산한 상태다. 2022년 단속된 국내 마약 사범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마약류 월간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단속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1만 839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 6153명보다 13.9%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마약 투약 사범이 8489명, 전체의 46.1%로 가장 많았다.
검색 몇 번으로 구하는 피자 한 판 값 마약
최근에는 청소년 마약사범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은 2022년 481명으로 2017년 119명보다 304%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인 30.2% 대비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청소년들은 호기심에 다크웹과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몇 번의 검색만으로 마약 거래 투약을 학습하고 마약에 쉽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자 한 판 값이면 필로폰 1회 투약분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마약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청소년들의 마약 구매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래 문화를 쉽게 수용하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일부 청소년의 마약 구매와 투약이 주변에 급속도로 번지게 만드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경우 특히 중독의 위험이 크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1~2회 투약으로도 중독되는 만큼 청소년기 마약류 사용은 신체 정신 발달과 이후 삶의 기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성인보다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10대ㆍ20대 마약류사범 증가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또 체계적인 마약 예방 교육 시스템이 없어, 청소년들 사이에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이 번지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것이다.
중독 문제, 강력 처벌과 치료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카프성모병원 하종은(테오도시오) 원장은 “마약 범죄를 처벌해도 중독된 사람은 남는다”며 중독의 폐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약 공급자에겐 강력한 처벌을, 수요자에겐 치료를 병행해 마약을 끊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원장은 “중독 문제는 재범률이 높은 특징이 있다”고 했다. 하 원장은 “마약사범의 경우 수감 중 마약을 공급받을 수 있는 판로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마약사범끼리 중독 커뮤니티를 가지게 되는 사례도 많다”며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붕괴한 마약 치료 시스템에 대한 확립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 치료는 여러 어려움 때문에 공공의료에서 담당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 민간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 연구 자원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마약 사범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리 국민의 즐거움과 소통, 위로가 잘 이뤄지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중독과 쾌락의 사회를 건강한 즐거움과 소통의 사회로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중독 당사자들의 회복과 인권을 위해
중독 당사자들을 위해서는 회복 기반 마련과 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 역할을 담당할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센터장 김영환)가 5월 31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는 (재)바보의나눔 특별배분사업을 통해 설립됐다.
한국중독당사자지원센터는 전문성을 습득한 당사자 활동가를 양성해 더 많은 회복자를 배출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주장하는 구심점이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중독재활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병원 치료만이 중독치료의 전부로 알고 있는 많은 중독자와 가족이 중독 재활까지 원할히 받을 수 있도록 정보지원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환 센터장은 “중독 당사자의 치료회복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힘을 실어주며, 중독 당사자의 특수성에 기반한 정책 제안으로 중독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며 “중독 당사자와 가족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6월 11일, 도재진 기자] 0 25 0 |